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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Aug 29. 2023

#1. 브랜딩 하려다 짤렸습니다

이번 정부 덕에 두 번째 맞은 53세, 

작년에 맞은 53세의 첫 번째 퇴사에 이어 

또다시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의 53세는 확실하게 퇴사년인가 보다

 

내 경험에 의한 회사와 브랜드의 방향성은 분명한데, 

그게 아니라는 윗사람들 말을 들어야 하니 

일하는 내내 몹시 답답했다.




짤릴 각오를 하고 약 두 달간 맘 속에서 우러나오는 바른 소리를 

여과 없이 바락바락 했더니, 정말 짤려 버렸다. 


자의 반 타의 반,
퇴사 혹은 정리해고의 중간쯤인 셈이다

 

그렇다고 뭔가를 창업할 정도의 대단한 아이템이나 경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몇 년 후면 시작될 퇴직연금과 일 이년 버틸 생활비 정도가 있을 뿐이지만,

하루하루 가속도로 시들어 가는 내 나이가 제일 아까웠다.

(가만 보면 나도 참 자기애 강한 스타일인 듯,,,)

 

더 늙기 전에 

밝은 대낮에 내 공간에서 내 시간을 가지고

내 고민을 더 깊이 해 보고 싶었다.


퇴사를 결정한 후, 

그래도 회사의 배려로 한 달 동안의 숙려(?) 내지는 휴가 기간을 가졌다.

휴, 막상 집에 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사실상 50 넘어서 퇴사는 

다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일을 찾으리라는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앞날을 기약하지 못하는 것이라 그 고통이 작지 않다.


작년에 한번 호되게 겪었기에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싶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역시 아픔은 아픔이다.


경제적 부담감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소속과 직위의 사라짐이다.


소속과 직위의 사라짐은 일종의 사회적 죽음이니, 
오호통재라..



결심이 굳은 스타일이 아니고,

팔랑귀에다 의지도 약한 편이라

퇴사를 앞둔 한 달의 휴가 기간 동안 마음이 많이도 팔랑거렸다.


후배가 말한 모 플랫폼 회사 CMO 자리에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지인이 말한 모 광고대행사 플래닝 헤드 자리에 솔깃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좀 길게 생각해 보자.

적어도 몇 달 정도는 학교 다니면서 다른 영역의 사람들도 만나보고,

가능하면 이후 삶에서 

내 소신대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봐야 하지 않을까.

60 이후에라도 “내 것이다” 할만한 커리어를 만들려면.


CEO가 마음먹은 대로 해야만 하는, 작은 플랫폼 회사의 CMO나.

AE의 논리와 제작의 고집에 결국 많은 부분 타협해야만 하는, 대행사 플래너는

이제 내가 아니라, 

더 젊고 유연한 다른 사람이 해야 할 몫일지도..


물론 이러다가 

언제 그랬냐 하고 재취업할 수도 있고,

이대로 많은 시간이 지나서 나중에 이 결정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인생 뭐 있나, 

그래도 일단은 내 맘대로 인생 방향타를 잡아보자.


나는 어쩔 수 없는 팔랑귀, 그냥 주변을 알아서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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