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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Aug 29. 2023

#2. 브랜딩 하려다 짤렸습니다_브랜딩의 효용

브랜드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


근무 말년, 계급장 떼고 윗분들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대화를 하다가 

가장 크게 맞부딪히는 지점이 

“브랜드를 왜 하나?”라는 근본적인 포인트였다.


사실은 꼭 이 회사, 이 CEO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 대부분의 CEO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듯하다.

- 브랜딩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 “돈 버는 마케팅”으로 회사를 기반에 올려놓은 후, 브랜딩은 나중에 해도 된다

- 브랜딩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한 마디로, [ 先마케팅 後브랜딩 ] 구조다.




전직 브랜드 컨설턴트였던 나의 변론


아닙니다. 브랜드는 회사의 근본이고 원칙 같은 겁니다.

초기에는 주로 설립자의 철학과 회사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대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의 기본 원칙 정도로 세워 놓으면

내외부적으로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분명한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겁니다.


현재 설립 후 2년 정도 경과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초기이고 

그 시간 동안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한 부분도 있으니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얼기설기, 띄엄띄엄한 브랜딩 요소들을 잘 모으고 정리해서

하나의 구심점으로 삼으면 

결국은 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차별적 경쟁 포인트도 되고,

혹시 차후에 매각을 하더라도 

인지도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파워는 심지어 돈으로 환산되는 자산의 가치도 있습니다.


지금 광고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어려울 때 우리 브랜드 중심을 확고히 잡고, 

작더라도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으로 핵심 팬층의 로열티를 강화하여,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을 때 공격적으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등등.

할 수 있는 말은 다 한 것 같다.

그것도 50장짜리 아름다운 파워포인트 문서로 만들어서 – 

그게 설득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


당장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는데 장래를 어떻게 생각하나.

벤처 업계가 얼어붙어 투자를 못 받으니 회사 적자가 쌓여간다.

나중까지 회사가 살아남는다는 보장 있냐.

매각이고 나발이고 그전에 회사 문 닫을 수 있다.


당장 홈페이지 하나 교체하려 해도 몇 백씩 들어간다.

그 돈이면 쿠폰을 뿌려서 매출 몇 백 올리는 게 낫다.

인력 투입도 결국 돈이다.

브랜딩 한답시고 애들 일 시킬 바에야 그 시간에 짭짤한 제휴 마케팅 개발하러 다니는 게 낫다


큰 회사에서 큰 브랜드만 하다 보니 당신이 현실 감각이 없는 거다.

지금은 안 된다.

예산도 쓸 수 없거니와,
있는 직원들도 당장 돈 되는 일에만 백 프로 투여해라.


힘이 쭉 빠졌다


그래요?

제가 큰 회사에서 큰 브랜드 많이 했던 거 다 알고 데려오셨잖아요.

브랜드가 지금은 미천하지만 크게 키워 달라고 해서 온 거잖아요.


뭐 이렇게 말은 안 했지만, 

어차피 서로 눈치는 빤했다.


피차 “새 날아가는 소리”만 한 거다.


새 날아가는 소리 _ 업계 전문 용어로, ‘현실감 없는 공허한 이야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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