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브랜딩, 사실은 힘의 논리
사실 브랜딩과 마케팅이 영업 조직과 한데 묶여 있다 보면 영 끗발이 없다.
영업은 당장 돈의 논리가 중요한데,
브랜딩은 예산은 많이 드는데 그 효과는 금방 돈으로 환산되는 게 아니다 보니
조직이 작고, 돈이 잘 안도는 기업일수록
힘에서 밀리게 된다.
CEO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중심점을 잡고
과하다 싶을 만큼 밀어줘야 겨우 제대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방향 결정에 있어서도 다분히 철학과 취향의 문제이다 보니
의견 조율도 힘들어서 결국은 윗선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라가는 게
그나마 가장 매끄럽고 합리적일 때가 많다.
그러니, 조직 단체장들 바뀔 때마다 브랜드 로고니 슬로건이 바뀌지 않는가.
그래서 브랜드 조직은 CEO 바로 밑에,
현장 영업 조직과는 좀 떼어서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 놓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러나, 회사 조직이 작을 때는
영업, 마케팅이 분리되기도 어렵고
더더군다나 브랜딩 조직을 별도로 떼어놓기는 더 어려운 법이다.
초반에는 하나의 조지에서 속도와 효율성을 가지고 일하는 게 낫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어 조직이 고도화되려면
각각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로 다시 조직 세팅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새 세를 갖춘 보직장들 간의 조직 경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또 그 시점을 누가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결국은 파워 게임이다
미묘한 타이밍
타이밍은 별로 좋지 않았다.
사실 브랜딩은 장사가 잘 될 때
밀어붙여야 한다
미래가 있어 보일 때 베팅도 하는 거다.
하지만, 이왕 내친김이었다.
브랜드 얘기의 마무리는 결국 조직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니까.
시점이 문제라면 사실 시행은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이지만
나의 몫은 소신껏 이야기하는 것까지.
그 이후는 윗분들의 몫이니까.
다시 한번, 진정성으로 승부하기로 마음먹고
그간 느낀 조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말했다.
받아들인다면 미래가 있는 거고,
아니라면 어차피 미래는 없는 거니까.
미래 없는 회사에서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자.
다시 한번 어색한 침묵
흠, 하지만 역시 반응은 없었다.
아무런 말없이
“시간을 좀 주시죠”한다.
그리고 한 달 후, 시원하게 짤려 버렸다.
참, 세상은 내 마음 같지가 않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실패하면 죽음이다.
그러고 보니 회사 생활도 <오징어게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