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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Aug 30. 2023

#3. 브랜딩 하려다 짤렸습니다 _퍼스널브랜딩

첫 난타전 이후 다시 열린 브랜딩 회의


전반적인 브랜드 이야기 이후 분위기가 냉랭했던 윗분들이 

다시 상의를 한 모양인지,

우리 회사에 중요한, 기사님들 퍼스널 브랜딩을 검토해 보자고 하셨다.


지금 전반적인 브랜드 작업은 어렵다 하더라도,

당장 매일매일 고객들이 마주치는 택시 기사님들 이미지는 

당장 영업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 

검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 택시 운행에 있어 기사님들은 매우 중요하다.

한달에 100명 가량? 새로 들어오는 기사님들 숫자만큼 

나가는 사람도 비슷하게 많아

상시 ‘대량 모집 중’이라는 스티커를 차 뒷면에 붙이고 다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윗분들은 신규 고객 숫자보다 

오히려 신규 기사 숫자에 더 관심 많으실 때도 많다.


그래서, 몇 주 만에 다시 열린 브랜딩 회의에서는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성공적인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은 ‘존재의 이유’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애플의 지니어스, 스타벅스의 파트너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는 사실 딱히 성공 사례라고 것이 없어서,

내가 과거에 진행했던 모 가전샵의 ‘디테일러’ 사례를 들었다.


모든 성공적인 퍼스널 브랜딩 사례의 핵심은 사실, 
그 사람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해 주는 것이다.



애플 지니어스의 존재 이유는

“애플 고객들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파트너의 존재 이유는 

“좋은 커피를 좋은 분위기에서 즐기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디테일러의 존재 이유는 

“가전제품 구매 시 생기는 다양한 질문들을 가장 세밀하고 정성스럽게 해결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회사의 택시기사님들께 주로 해 왔던 메시지는

“월급제로 안정된 생활 보장/ 월 400 수입 가능” 이었다.


물론 기존의 열악한 법인 택시기사님들 처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발상이었지만, 사실 부작용도 컸다.

본인의 복지에만 관심 있고 손님 응대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오기도 하고,

월 400이라는 수입에 미치지 못하면 그에 대한 불만으로 

한두달만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수입에 실망해 그만둔 사람들의 불평 불만 댓글도 많아,
기사들 사이에서 평판 관리도 어려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또 지원자들 입장에서 보게 될 다양한 채널들의 현재 모양새를 

적나라하게 파워포인트에 담았다.




채널 별 다른 메시지와 분위기


홈페이지, 유튜브, 블로그 등 3개의 온라인 채널은 전혀 정리가 안되어 

완전히 다른 메시지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사실 신뢰감을 가지기 어려운 모양새였다.


그래서 사실 1년전 처음 왔을 때부터 

윗분들께 계속 은근히 에둘러서 이야기를 했으나 

업계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알만큼 알게 된 상황이라

적어도 헛소리는 아니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무 말이 없이 그냥 떡하니 화면에 띄워서 보여드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제대로 아이덴티티를 정립해서

각종 채널들 개비하고 

신입 기사님들 교육에도 반영하자고 말씀드렸다.



좋지 않은 기색


다른 건 몰라도 기사님들의 교육과 브랜딩은 

어느 정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대표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침을 흠흠 하더니 그냥 나가버리셨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을

가장 듣기 싫은 맥락에서 해 버린 셈이다.


어쩌랴. 이게 내 밥값인 걸


광고주 만족이 제1과제였던 대행사 시절이었다면, 

그리고 적응이 목표였던 1년 전이었다면

대략 괜찮다고,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얘기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냥 진정성으로 승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받아들인다면 미래가 있는 거고,
아니라면 어차피 미래가 없는 거니까


미래가 없는 회사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기는 싫다고, 나도.


택시 서비스의 생명은 역시 가사님!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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