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wooRan Jul 10. 2024

스쿼트가 좋으면 스쿼트랑 살아

짧은 다리의 (스쿼트로) 역습

운동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자기 관리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며 응원한다.


그중에서 스쿼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면 웃지 않는다. 본인이 알고 있는 그 스쿼트가 맞는지 확인한다. 운동의 기본, 기본 3대 운동, 하체운동의 꽃, 단순하게 말하면 앉았다 일어서기, 복잡하게 말하면 다리를어깨와골반넓이사이로벌리고발끝은살짝팔자로열고고관절을접어엉덩이를뒤로내밀면서허리는구부러지지않게무릎은바깥으로향하게발바닥바닥에딱붙이고앉았다가일어서는 동작 스쿼트squat를 사랑한다고, 나는 대답한다.


와드에서 스쿼트가 나오는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스쿼트 1RM(가장 무겁게 들 수 있는 무게) 측정 날엔 이번엔 얼마나 더 들 수 있을까 기대한 나머지 격하게 심장이 뛴다. 스쿼트가 기본인 스러스터와 역도 동작은 더불어 내 차애 종목이 되었다. 부동의 최애는 스쿼트다. 한 발 스쿼트pistol는 내 필살기다. 스쿼트만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


내 필살기를 받아라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필자의 스쿼트 사랑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드디어 미쳐버렸다거나, 크로스핏이 너무 힘들어 그만 비이성적으로 운동에 동화된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거나, 특별한 반응 없이 미소로 지나쳐 가거나, 스쿼트가 좋은 동작이라고는 하는데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다거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거나, 나도 스쿼트를 좋아한다고 은밀히 고백하거나, 그렇게 스쿼트가 좋으면 스쿼트랑 평생 살라고 하거나, 몸소 자리에서 일어나 스쿼트를 할 지도 모른다.


나는 내 몸을 오래 미워했다.

특히 내 다리를 가장 증오했다.


굵고 짧은 내 두 다리는 아름답지 않았다. 치마는 어울리지 않고 바지는 허벅지가 맞닿는 부분이 자주 터지고 찢어졌다. 굵은 다리를 미워하는데 내 사춘기의 대부분을 썼다. 통통한 몸과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통통한 다리에 대한 증오가 어린 나를 망쳤다.


본격적으로 크로스핏을 하게 되면서 굵은 내 하체는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크로스핏에는 하체 근력을 쓰는 동작이 많다. 역도는 기본이고 스러스터, 월볼샷wall ball shot, 박스 점프, 버피, 로잉, 달리기, 풀업도 크로스핏 고유의 키핑 동작을 위해 하체 개입이 필수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안 끼어드는 데가 없다. 동작을 지도하면서 코치님들의 입에 엉덩이가 붙는다. 엉덩이를 써, 하체 힘 쓰라고!



사실 크로스핏만이 아니라도 다른 운동에서, 일상생활에서 하체는 중요하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굵을 수록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허벅지 둘레는 혈당 수치와도 관계가 있다고, 걷기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거라고, 두뇌발달과 하체 근력의 상관관계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우리는 하체 없으면 안 된다고, 과일의 씨앗과 같이 사실 인간의 핵심은 전부 허벅지에 있다고...나는 튼튼한 하체 찬양론자가 되었다.


^_^



자연스럽게 나는 스쿼트 예찬론자가 되었다. 스쿼트가 운동의 기본이라고, 스쿼트로 하체 근력을 길러야 다른 운동도 잘 할 수 있다고, 허벅지와 엉덩이의 큰 근육 운동이 칼로리 소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오늘 하체 했으면 하루 쉬고 모레 또 하체 해야 한다고, 일어나 스쿼트 해야지...


동작은 또 얼마나 간결한지, 앉았다가 일어난다. 단순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헬스장이나 박스가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집에서, 공원에서,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 받으러 일어난 김에, 친구와 수다 떨다 잠시 이야기 소재가 끊길 때, 심심할 때 앉았다 일어나면 방금 스쿼트 하나 한 것이다. 오늘 스쿼트 하나 했으면 내일은 두 개 하고 모레 세 개, 그렇게 백 개 천 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언제든지 누구나 가능한 동작이 인간 몸의 기본 시스템이다.


스쿼트를 향한 나의 사랑은 내 몸을 향한 사랑의 올바른 방향을 찾은 것과 같다. 처음 시도한 피스톨을 한 번에 성공했을 때 느꼈던 성취감, 서서히 올라가는 무게가 주는 구체적인 성장의 느낌, 최근 스쿼트로 230lb(110kg)을 들어올린 순간 내 튼튼한 두 다리가 가진 힘에 감사했다.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을 새롭게 발견한다. 특히 굵고 튼튼한 허벅지와 종아리와 하체가 가진 장점을 알게 되었다.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리는 근육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내 몸을 꼿꼿하게 지탱하며 지상에 단단히 지지하는 내 굵고 짧은 하체를 지지한다. 강한 힘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