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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May 12. 2019

모두가 부러워한 프랑스 살이,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유럽 살이 극한 고독의 여정 - 여는글


 프랑스 남자와 프랑스에 산지 어느덧 12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시간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것이 의미하는 삶의 무게가 무엇인지.

 내게. 외국 남편과의 외국 살이는 한마디로 '극한 고독의 여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나는. 돌아가기 위하여 이토록 멀리 떠나왔었음을. 단지 나 자신이 되기 위하여.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당도할 수 있는 이 곳에 안착한 나. 모두가 동경하는 유럽 땅, 상상 속의 이상이 실현되어있는 것만 같은 나라. 내가 이 곳에 사는 것을 모두가 부러워했다. 
 
 그러나 막상 이 땅에 발 붙이며 살고 있던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이 지점이 바로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자 모든 것이다.

 
 물론, 이 땅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내게는 적지 않은 선물들이 있었다. 금전을 얻기 위한 노동에 내몰리지 않고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상황과 비교적 넉넉한 시댁을 통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물질적 풍요를 누린 것. 그 모든 것들이 한 때 내게도 '나를 찾아온 커다란 선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을 할만한 언어능력이 없던 나였기에 더 이상 매일 쳇바퀴 돌듯 일터에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정당한 휴식의 허용은, 지금껏 내가 누린 어떤 것보다 가장 큰 혜택이었고 해방감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달콤함이 독박 육아로 지친 나를 몰아세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나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 땅이 가져다준 풍요와 혜택에도 내 안에는 점점 더 많은 질문들과 의문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무언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계속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한쪽에는 그것과 닮은 또 다른 질문들이 계속 나를 두드렸다. 


 특히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소위 '유럽'에 대해 가지고 있는 로망, 그것이 얼마나 크고 깊게 우리들 무의식에 뿌리내려져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은 나에게 언제나 당혹감과 때론 충격을 안겨 주었고 더 많은 질문들을 던졌다. 그것들은 누구나 쉽게 '하나의 답'으로 말하여질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 내가 여기서 내 삶을 통하여서만 찾아낼 수 있는 '나에게 던져진 고유한 질문'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어디서나 나를 따라다녔다. 


 무엇이 나는 그토록 불편했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지 못한 사람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이 곳에서 나를 짓누르는 그 불행감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한바탕 혹독한 폭풍이 휘몰아친 뒤에야, 그것들이 내게 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멀리 돌아와야지만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이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내 행복을 당당히 찾고 싶었다. 더 이상 나 자신이 누구인지도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허둥대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에게 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나는 나를 더 잘 알아야 했고,
장밋빛 삶 같은 건 없이 지극히 평범하고 때론 초라하기까지 했던 이 곳에서의 '나'와 '나의 삶'을 기록하여야 한다는 일종의 책무를 느꼈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우리는 유럽식 가치와 삶이 하나의 '선의 기준'처럼 인식되고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두가 그곳의 훌륭하다는 가치와 풍요를 누리고 싶어 하고 체험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부러움'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그것은 모두가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 것과 닿아있는 것이다. 나 또한 더 어린 시절, 마음 한편에 언제나 간직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여기서 왜 행복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 자신과 우리들 그 모든 이들에게 의미가 있다. 


 다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를 명확히 하려고 한다. 


 나의 글들은 그 모든 '긍정적인 가치를 향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의도로 쓰여진 것들이 아니다. 또한 나는 물질문명을 배척하는 '반문명자'도 아니며, 비장한 애국심이 충만한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나는 단지 내가 겪었고 느낀 것들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경험과 이야기들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체득한 것이 그것이기에, 내가 해줄 이야기는 그것일 뿐이다. 
 






프랑스의 진실을, 직시하다


이제는, 프랑스 환상에서 깨어날 때


극한의 고독 속에서,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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