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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Nov 21. 2023

런린이 일주일 체험기

2주 전, 한 지인께서 10km 마라톤에 참여한 후 기록을 공유해 주셨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그전 자신의 기록을 경신한 거라며 뿌듯해하셨다. 언젠가는 풀 마라톤에 도전해 보겠다는 결의 또한 다지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달리기는 먼 나라 남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10km를 쉬지 않고 걷는 것도 해본 적이 없기에, 정확한 감도 안 오는 거리를 달린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웠다. 내 삶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건만, 이상하게 그 뒤로 마라톤과 관련한 이야기가 쉼 없이 들려왔다. 어떤 유명 정치인이 3시간대에 완주한 스토리, 기안84님이 4시간 대에 결승선을 통과한 이야기. 기안84님의 마라톤 완주에 자극받은 하석진 씨의 에피소드까지.


칵테일파티 효과인가?

북적이는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내 이름은 절대 놓치지 않고 듣게 되는 칵테일파티 효과처럼,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독 관심을 끌었다. 예전에 읽었던 여러 사람들의 마라톤 스토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금년 초에 들었던 98세 할머니의 5km 1시간 내 기록, 올여름에 읽은 <꽤 괜찮은 해피엔딩>에 소개된 이지선 님의 7시간 22분 26초 기록의 마라톤 여정. 달리기에 진심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라톤 인생사까지.


https://blog.naver.com/justina75/223131966854

https://blog.naver.com/justina75/222223508511


마라톤은 책 속에서나 등장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분도 사내 마라톤 동아리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그분은 5km 도전에 그쳤지만, 바로 옆과에서 근무하는 분은 30km를 달리셨다고 했다. 옆 부서 동료분께 멋지다고 응원해 드리자, 그분 또한 풀 마라톤을 완주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하셨다.


일주일 동안 달리기에 관련된 서사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갑자기 내 특유의 오기와 도전정신이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심장이 세차게 방망이질을 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샘솟았다. '어차피 한 번 시도해 볼 거라면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시기인 지금 이 순간 시작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작년 요맘때 다운로드했다가 며칠 체험해 보고 삭제했던 런데이 앱부터 다시 깔았다. 5km 완주는 아직은 힘들 듯싶어 일단 3km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있는 온라인 3km 마라톤을 신청하고, 주 3회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첫날은 걷기와 달리기를 병행하고, 둘째 날은 최소한 걷지는 않고 느리더라도 쉬지 않고 달렸다. 셋째 날은 비가 와서 실내 걷기로 대체하고 주말 운동도 여의치 않아 스킵했지만, 어제부터 운동을 재개했다.


제대로 달리는 이들에 비하면 아직은 경보 수준의 달리기에 불과하지만, 조금씩 기록이 단축되는 게 꽤나 짜릿했다. 1km마다 앱에서 현재 속도를 알려주는 데, 기껏해야 6분 후반 대였던 기록이 6분 20초대 이내로 들어오자 감격스러웠다. 내일은 페이스 조절 생각하지 말고 일단 좀 더 전력질주를 해봐야겠다고 굳은 결의까지 다지게 되었다.


홀로 하는 운동은 쉽사리 지칠 듯싶어 러닝 크루도 몇 개 가입했다. '00시의 고독한 러너', '나 홀로 런데이', '달리는 00의 그녀들'을 비롯해 무려 6개에 참여하고 있지만, 하트를 눌러가며 응원하는 크루는 고독한 러너 그룹뿐이다. 고작 일주일 운동을 했을 뿐인데, 슬슬 복장 욕심이 생겨 어젯밤에는 비니와 넥 워머도 구입했다. 지름신이 강림한다면 조만간 기모 트레이닝복과 방풍 점퍼도 사지 않을까 싶다.


매일 아침 나는 한 지인분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해 '좋아요'를 클릭한다. 그분은 15분 동안 평균 3.46km를 달린다. 달리기를 하지 않을 때는 이게 얼마나 잘 달리는 건지 몰랐는데, 막상 숨 가쁘게 달려보니 그분이 새삼 더 존경스럽다. 재작년과 올해 남긴 브런치 글에 등장하는 달리기 주역들의 활약상도 더욱 빛나 보인다.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체험하는 걸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생동감 넘치는 삶을 위해!


https://brunch.co.kr/@justina1031/79

https://brunch.co.kr/@justina1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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