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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ug 22. 2022

엄마의 시간, 나의 시간


아기가 어린이집 어느 정도 적응할 즈음 다시 일해야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두달전 쯤 다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아가도 마침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해주던 참이었다. 그런데 막상 진짜 일을 하려니 세상에나 아가가 너무 눈에 밟혔다. 만약 일을 하게 되면 3시 반에 하원하는 지금과 달리 7시에 직접 데리러 가야하는데 그 3시간 차이가 너무 맘이 쓰였다. 며칠을 고민했고 결국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내렸다. 머리로 막연히 결정하고 생각하더라도 막상 눈앞에서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이 될 때라야 진짜 내 마음을 깨닫게 될 때가 가끔 있다. 결국 돈보다 아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택했다. 내년 즈음, 세돌은 넘길 즈음 다시 생각해봐야지 맘 먹고 있지만 솔직히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일도 하고 싶지만 다시 오지 않을 아가의 자라는 순간순간 귀한 시간들도 최대한 함께 하고픈 맘. 이런 맘이기에 언제쯤 다시 내가 일을 할지 기약이 없다. 한참 몇년 쉬다 복귀하는 나를 그때 가서 받아줄 곳이 있을까도 문제지만 우선 일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 내 마음에 확신부터가 잘 서지 않는 게 더 큰 문제같다. 그래서 지난 한 두달은 이런 저런 고민들로 생각이 많았다. 직장 대신 아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걸 택했으니 그럼 애기 어린이집 간 시간 동안, 밤에 애기를 재우고 육퇴 후의 몇시간 동안, 그때라도 나를 위한 무언갈 하고 싶었다. 미래의 나를 위한 것들, 나를 성장시키거나 내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실은 굳이 뭘 더 하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히 많은 것을 하고 있는 주부의, 엄마의 삶이다. 애기가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집안일만 해도 시간이 훅 가버리고, 아기가 집에 오고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육아에 아기가 잠들면 나도 같이 곯아떨어져 잘 때가 많다. 그렇게 성실한 주부도, 엄마도 아닌데도 말이다. 육퇴 후 뭘 더 하기보다 맘편하고 몸 편하게 가벼운 영화나 한 편 보는 게 더 좋은 길일 것이다.
그걸 아는데, 아는데도 조금은 시간을 쪼개어 내것을, 무언갈 더 하고 싶은 맘이 든다. 마음에 품은 몇가지 계획들이 있지만 육아와 살림을 우선으로 두어야하기에 나의 계획과 목표는 정말 머리를 잘 굴려 우선순위를 나누고 시간을 쪼개고 포기할 건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래야 그나마 이룰까 말까다.

집이 쾌적하면 기분이 좋고, 아이가 웃으면 나도 너무 좋다. 집도 아이도 내겐 소중하고 살림과 육아 다 해야하고 필요한 일인데 하루에 얼마쯤은 해야해서 하는 거 말고 오롯이 나를 위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한 해가 끝나갈 즈음 한 뼘 정도는 내 맘도 지혜도 조금은 더 성장했음 좋겠다. 그걸 위해 내가 해야하는 건 사실 뭘 더하기보다, 무얼 포기할 것인지 찾는 일일 것이다.

엄마가 되고부터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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