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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Jun 04. 2021

가지 않은 길

앤서니브라운의 My mum을 읽으며


My mum could be a dancer, or an astronaut. She could be a film star, or the big boss. But she's MY mum.

낮에 아가에게 앤서니브라운의 My mum이란 그림책을 읽어주다 저 페이지에서 갑자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 무릎에 앉은 아가의 등 뒤에서 조금 울먹였고 끝까지 읽어주고 책을 덮었다.
 





'우리 엄마는 무용가가 되거나 우주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어요. 어쩌면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 수도 있었구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죠.'

워낙 유명한 책이라 애기 낳기 전에도, 결혼하기 전에도 어린이 자료실에서 일할 때 수없이 접한 책이었다. 그땐 따뜻하고 좋다.. 이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엄마가 된 지금 다시 읽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다.

나의 울컥한 마음에는 무엇이 있었나.
단순히 무용가, 우주비행사, 영화배우.. 그외에 또 다른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했다는 마음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갑작스레 결혼한 것도, 계획없이 아가를 가진 것도 아닌 신중히 선택하고 결정한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인생은 동시에, 겸하여 할 수 있는 일들도 있긴 하지만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가지 않은 길, 그 길의 여정과 끝, 또 그 길을 걸을 때의 내가 짓는 표정, 가보지 않았기에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 적잖은 미련 또한 안은 채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주며.. 가보지도 않은 길에 희미한 그리움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 또 동시에 'But she's my mum'. 아가의 얼굴이 보였다. 

'무용가', '영화배우', '우주비행사'와 같은 길에 대한 호기심, 아쉬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엄마'의 길에 들어선 지금,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 미련, 아쉬움..  그 모든 것 있더라도 이 길로 잘 왔다, 생각한다.

여러 길이 있었고, 나는 이 길을 선택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만 우리 아가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길을 걸어가며 그 안에서 또 어떤 풍경을 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내가 닫았다고 생각한 것이 이 길 안에서 또 열릴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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