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정성껏, 정신을 일구어 큰 고랑을 만들어나갔는데
이처럼 그는 몽유 상태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지속적이고도 강렬한 행위에 몰두해 있었다. 기억을 다시 용솟음치게 하고 의식의 날을 세웠다. 통찰력과 분별력을 연마하면서 마음의 오물을 닦아냈다. 자아를 해방하고 정신을 확장하려 애썼다. 그리고 예리한 각성 상태에서 몽상의 길들을 드나들었다. 그는 쉴 새 없이 되새김질했다. 한때 사람들이 그의 진짜 이름을 찾지 못해-한편으로는 조롱 삼아-그와 연관시켰던 신성한 동물의 고유한 기술을 모방해서.
그렇게 되새김질을 하며 전진했다. 천천히, 정성껏, 정신을 일구어 큰 고랑을 만들어나갔는데 그 바닥에는 무수한 찌꺼기와 옹이가 진 뿌리와 유물들이 반짝였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축적되어 경화된 망각과 공포와 오욕의 침적물을 파고들었다. 자신의 온갖 참상이 우글대는 무형의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뒤집어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끄집어냈다. 그가 그렇게 무덤에서 꺼낸 남자는 혼자가 아니었고, 완전한 존재도 아니었다. 그는 다른 몸들과 뒤엉킨 상태로 면면을 드러냈는데, 그 몸들 중 셋은 아귀처럼 서로 물어뜯는가 하면 극진히 보살펴주기도 하는, 철저히 기생적인 존재들이었다.
어머니의 몸, 아버지의 몸, 누이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