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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Nov 30. 2022

숨어서 쓰고 싶은 마음

나를 오픈할 수 있을까?

숨어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그냥 오픈해서 내가 누군지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숨어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내 글에 대해 쪽팔림도 느껴지고, 세상에 활자가 넘쳐나고 책도 넘쳐나는데 나같이 비루한 인간이 또 쓸데없는 이야기를 쏟아내서 일종의 공해처럼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아니면 최악은 내가 쓴 활자를 아무도 안 읽어줄까 봐서인 것 같다. 나는 쓰는데 그냥 일기처럼 혼자 쓰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두 달 동안 브런치를 하다 보니, 나에게 하트를 눌러주시는 분도 계시고, 가끔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하트와 댓글이 지금껏 계속 쓰도록 나를 밀어주고 있다. 이것 놀라운 경험이다.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주는 경험이다.


나는 숨어서 쓰고 있었는데, 나를 알아봐 주신 분도 계셨다. 그분은 나와 같은 기관에서 일하시는 분이다. 현실에서 나의 실제(나의 몸과 목소리)를 접하신 분이 이 공간에서 내 글을 보고 나를 알아봐 주셨다는 것에서 처음에는 굉장히 쑥스럽고 창피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분의 존재도 또 다른 추진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브런치에서 자신의 본명과 사진을 공개하신 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뢰감을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은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고, 조금씩 나를 오픈할 생각이다. 하다 보니 조금씩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나에게 작가라고 불러주신 두 분의 존재로 인해서 아~ 내가 브런치 작가구나! 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자꾸만 잊어버리고 작아지고 주춤거리고, 막막해지게 되는데, 역시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필요한 것 같다. 쓰다 보면 점 점 더 쓰고자 하는 것들이 선명해지게 될 것이라 믿으면서 오늘은 긍정의 마인드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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