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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Nov 20. 2022

라르고와 좀비

(좀비물도 필요합니다)

헨델의 라르고를 내담자분들께 추천하지만, 나는 주로 좀비 영화를 본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영화들을 20대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좀비 영화를 보면 묘한 쾌감이 든다. 2020년 코로나 시국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제일 많이 봤던 장르가 좀비물, 엑소시즘이 주제가 된 영화들이었다.


밝고 따뜻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보다 어둡고, 잔인한 영화에 끌리는 것이 궁금했다. 이게 일종의 자해일까?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자해는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살려고 하는 거니까 스스로에게 일단 허용하는 마음이다.


지우학(지금 우리 학교는), 인간 수업, 킹덤, 지옥, 사냥의 시간, 반도, 검은 사제, 사바하, 복수의 사도, 구해줘 등의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보면서 재미를 느꼈었다. 종교와 결합된 악의 주제를 다루는 영화도 흥미롭게 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이런 영화들을 좀 쉬고 있는 편인데 이런류를 보면 몰입력이 개쩐다. 현재 내 상황이나 고민들이 다 사라져 버린다. 어차피 좀비는 죽여도 안 죽는 애들이고, 좀비와 싸우는 사람들이 흥미롭다. 대체로 영화에서 주인공은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로운 것 같다.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에서 톰 하디는 첫 장면부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었고, 끝까지 간당간당 죽을 고비를 넘어간다. 그 지점이 좋았던 것 같다. 싸우는 사람들, 좀비(악마, 귀신, 악당)와 싸우고, 상처 입고 너덜너덜해져도 포기하지 않는 그 모습이 정말 멋지다.


그렇지만 요새는 라르고 쪽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 좀비물을 보면서 전의를 불태우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너무 라르고로 기울어져 있나? 한 방울의 '전의'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게으르게 누워있는 나에게 다시금 전투력을 살짝 주자. 그런 의미로 짧은 글을 오전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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