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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야노 Jun 25. 2019

천하장사 제일 대회

서울하프마라톤

우물 안의 개구리가 강에 나가면 그 규모에 놀라고 그곳에 모인 능력자들의 아우라에 기가 죽을 것이다. 무술대회를 위해 수련을 헀던 손오공과 크리닝이 처음으로 천하제일 무술대회에 나갔을 때 그 둘의 그 느낌이 이러했을 것이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각자 저마다의 달리기 내공을 뽐내며,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그들만의 으쌰 으쌰를 외치고 단결된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단 기가 죽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점은 손오공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꼬마(?)였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세포적으로는 성장할 일이 없는 다 커버린 어른이라는 점이지만 아무튼 나는 지금 이 달리기 대회에서 내공자들과 달리기를 하고 돌아왔다. 나의 N번 째 하프마라톤.


기록만 가지고 본다면 나의 실력은 중상 정도로, 상금 없는 작은 지역 대회에서는 10위권 (하프마라톤 기준) 안팎이나 국내 메이저급에서는 등수는 모르겠고 연령별에서는 5위 안팎 정도이다. 아주 가끔 잘뛰는 사람들이 안나타나면 3등까지 해본 정도. 대부분의 레이스에서는 여자 1 ~ 5위권 사람들의 기록과는 10 ~ 15분의 엄청난 차이 ( 같은 시간기준으로 약 10분, 즉 2 ~ 3km) 정도 기록 차이가 있으므로 내가 1~ 3등이 되는 것은 희박하다. 단상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몸부터 상당한 다름을 알 수 있다. 먼저 그들은 오랜 훈련시간을 보여주려는 듯 태양에 잘 그을려진 맨드러운 구릿 피부를 갖고있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계절엔 짧은 바지를 입고 매주 어쩌면 매일 달리기를 해왔을 것이다.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로 오랜 훈련을 통해 단련된 몸의 선이 아름답다. 특히 엉덩이와 다리를 몇시간 동안 움직여서 한발 씩 내 딛을 때마다 불끈 솟아 나오고 허벅지 근육선과 종아리 탄탄함이 매력적이다. 달리기를 오랫동안 한 사람들은 불필요한 지방을 없애주기 때문에 뱃살감소와 탄탄한 엉덩이를 갖게된다. 여성의 경우엔 가슴의 지방도 같이 없어지지만 전반적으로 온 몸이 탄탄해지기 때문에 균형잡힌 몸으로 조금씩 변하게 된다. 나의 몸은 근육생성 잘되는 편이라, 근육이 전반적으로 퍼져있고 아울러 탄수화물을 좋아하여 많이 섭취한 결과 지방으로 변화하여 전반적으로 우아하게 지방도 퍼져있기 때문에 빠른 성적을 내는 상위권 사람들의 몸처럼 호리호리한 편은 아니고 대체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거나, 훈련 부족일 것이다. 물론 훈련 부족인 것이 당연한 얘기지만 신체적으로도 빠르고 잘 달리기 위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좋아하는 운동인 것은 분명하니 지금처럼 계속 달리기를 하다보면 언젠간 1등이 될 수 있을 지도. 운좋은 날 작은 지방에서 일등을 할 수있을 때까지 달리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운동도 음악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 전혀 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은, 어렸을 때 좋든 싫든 해왔던 사람들과 비교를 할 수 조차 없을 만큼의 격차가 있는 것 같다. 달리기 동호회 사람들 중 상위권( 어느 지역 대회를 나가던지 1 ~ 5등을 하는) 사람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달리기를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인 것 같다. 물론 늦게 시작해서도 자신의 달리기 소질이 있음을 발견하느 경우도 있지만.


경적 소리와 함께 레이스가 시작되면, 빠른 선수들이 우르르 달려가고 이 때 부터 나는 탄탄하고 까무잡잡한 여성 참가자들을 몸집으로 속도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수를 세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반환점이나 골인 지점에서의 반환 구간에서는 나의 위치와 순위를 가늠하기 위해 수를 세어보는데 서울 하프마라톤은 마지막 반환점에서 먼저 열명 이상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나의 순위를 가늠하는 건 무의미해졌다. 그럼 개인 기록이라도 단축 했어야 했던 건데 그것을 하지 못해 조금아쉬운 대회.


서울하프마라톤의 코스는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가 아니었므로 지겨울 틈이 없었고 대부분의 길이 내리막이거나 평한 길이었으므로 좋은 성적을 낼 수 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년 전 나의 개인 최고 기록과 2분의 차이가 났던 이유는 삼주 전의 영주 하프마라톤에서의 트라우마(그날은 그냥 대회시작부터 힘든 날이었고 태양은 뜨거웠으며 모자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가 결정적인 요인이자 이로 인해 몇 주 달리기를 게을리했으므로 기록 부진으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영주시에서의 하프 마라톤 트라우마가 장기적으로 길게 이어짐에 따라 스스로 당황스러울 만큼 여전히 달리기에 대한 내 열정이 사라지고 미지근한 상태라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이제 막 달리기의 재미를 알아차린 독일인 교환학생 로라를 보면서 이 즐거움을 20대 초반에 발견한 그 젋음이 부러웠고, 그 동안 게흘리 했던 훈련에 대한 결과를 교훈 삼아 다시 훈련을 즐겁게 하다보면 내년 이 천하장사 제일대회에서 다시 한번 재기했던 손오곰처럼 내가 나를 이길 수 있는 기록을 갖게될 것이고 그간 훈련하며 단련된 아름다운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긍적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하프 전날에 큰 조각 피자 두 조각, 하프를 뛰고 온 당일날 저녁에 양키스 버거 및 감자칩 그리고 오늘 글 쓰는 월요일 점심에 먹은 한식뷔페. 이러한 이유로 내 몸을 유연하게 감싸고 있는 지방들은 여전히 나를 아주 글래머러스하고 포동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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