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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주황 Dec 19. 2021

말의 꼬리를 잡는다면

놓으라고 해도 자꾸만 잡는다면



유독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말을 이어 갈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정치적인 말을 서슴없이 하고 제가 생각하기에 조금 치우친 이야기를 들으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저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가끔 만나게 되는 이런 경험이 쌓여서 나는 상대에게 종종 반박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날들이 더해졌습니다. 그날은 유독 바쁜 하루였는데 웃으며 걸어오는 장난이 반갑지 않았고 말꼬리를 잡으려는 의도가 빤히 보였습니다. 나는 너무 정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말꼬리를 잡지 말라고 그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말꼬리를 잡지 말라는 말을 다시 잡는 사람에게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화를 내야 할까. 어떤 말을 골라야 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해야 할 만큼 상스러운 말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상대는 나를 치사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말을 나에게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순간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컥 일어났습니다. 야근 때문에 힘들어진 감정을 자신에게 풀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기분이 몹시 상했습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지금 감정적으로 흥분한 것은 나 인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사과의 말을 했습니다.

말을 줄이자고 말한 것이 아무 성과도 없었습니다. 이럴 때에는 말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을 택해야 했습니다.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해볼 생각으로 물리적인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쩌면 생길 수 있을지 모를 앞으로의 갈등에 대해서 다른 동료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말을 잡는 사람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내가 생각해 낸 방법입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날 때까지는 이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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