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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주황 Jan 22. 2022

자, 이제 집에 가자.

회사가 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바깥은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습니다.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를 하기 위해서 나의 사수는 관리자를 기다리고 나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날리는 작고 하얀 것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주차를 끝내고 우리는 마중 나온 협력업체의 팀장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눕니다. 조용하고 청아하게 울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회의실에서 서로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간단하게 앞으로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일정 조율과 앞으로의 일어날 일들에 대한 입장 정도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하는 미팅은 어쩐지 더 기운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시간에도 우리는 다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협의를 하는 쪽은 사수인데도 나는 피곤했습니다.

아까 내렸던 하얀 것들은 사라지고 제법  방울들이 눈의 속도로 내립니다. 나는 관리자를 찾기 위해서 관리실로 찾아갑니다. 관리자는 없고 순찰 중이라는 팻말과 전화번호가 있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관리자에전화자동차를 빼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비를 피할  있는 곳에서 관리자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고생한 사수에게 기운이빠지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사수는 미팅 체질이라서 이런 일에 기운이 빠지는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마침 이쪽으로 오는 관리자를 보면서 ‘, 이제 집에 가자.’라고 말하고 기계식 주차장 앞쪽으로 사수가 먼저 갑니다. 나는  번도 회사를 집이라고 생각해  적이 없습니다.

나에게 그 생각을 강요했더라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은연중에 스며든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회사가 집 같이 포근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나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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