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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Apr 11. 2021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시럽 듬뿍

무더운 여름 나의 최애 커피는 단연코 프라푸치노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 동동 처음엔 뼛속까지 시원함 까진 아니더라도  더위를 식혀줄 정도는 되지만  한참 마시고 나면 얼음이 녹아 얼음물인지 아이스커피인지 헛갈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음을 갈아 오랫동안 그 맛이 유지될 뿐만 아니라 달달하기까지 한 프라푸치노가 나에겐 신이 내린 음료이다. 그리고 여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다른 이름의 프라푸치노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젠 올해와 같은 한파가 있을 때조차도 프라푸치노를 마실 수 있지만 예전엔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최애 프라푸치노는 더위와 함께 자취를 감추곤 했다. '계절 음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캐나다 밴쿠버에 살았을 때는 캐나다 사람들도 커피를 사랑했고, 우리나라에 커피숍이 많은 것만큼이나 그곳에서도 쉽게 커피전문점을 찾을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이들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대부분이 텀블러를 하나씩 가지고 다녔다. 미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그에 대적할 만한 캐나다 대표 커피 체인점은 단연코 '블렌즈'일 것이다. 그래서 밴쿠버 다운타운 거리를 다니면 '스타벅스'와 '블렌즈'를 가까이에서 볼 수가 있다. 물론 팀 홀튼도 빼놓을 수 없는 커피전문점이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싼 값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돈 없는 유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한 $1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프로모션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겨울에 물론 밴쿠버의 겨울은 우리나라만큼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눈이 한두 번씩 내리는 한겨울에도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를 마실 수 있었다는 것이 세상 행복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돌아왔을 때는 다시 여름엔 프라푸치노, 겨울엔 카페라테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추운 겨울 꽁꽁 언 내 몸을 녹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햇볕이 따스한 날 커피전문점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로운 나의 모습이다. 아직까진 '카공족'에 밀려,  코로나 19로 인해 제약으로 인해 그러한 여유를 즐기지 못했지만  언젠간 꼭 해보리라 마음먹은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마음이 우울해서 인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무엇인가가 필요한 어느 날 냉동실에서  지난여름에 얼려둔 오래된 얼음을 꺼내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마셨는데 그 커피 한잔으로 인해 말 그대로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꼈다. 이래서 '얼죽아'라는 말이 생겨났나 공감할 정도라고나 할까? 


그 후로는 내 몸에서 카페인을 필요로 할 때, 혹은 달달한 무엇인가가 필요할 때 얼음을 갈아 프라푸치노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고까지는 마다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나만의 소확행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은 필수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은 포기하더라도 시럽은 포기할 수 없다.



어느 날 짱구와 짱구 친구들이랑 집 근처 공원에서 만나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짱구에게 카톡 확인을 부탁한다.


엄마! 지후 이모가 커피 뭐 마실 거냐고 묻는데?
그래? 그럼 '아아 시럽 듬뿍'이라고 보내줘


요즘 핸드폰 문자 입력에 재미를 붙인 짱구는 마다하지 않고 내가 말한 대로 답을 한다.

그러곤 한참을 말이 없어 답을 했는지 묻자


응. 아아 시럽 듬뿍이라고 보냈어. 그런데 엄마! 이모가 커피 물어봤는데 아아 시럽 듬뿍이란 커피가 있어?


순간 한참을 저 혼자 고민했을 짱구 덕에 웃음이 터진다.

'아아 시럽 듬뿍'이 요즘 내 최애 단어가 되었다.

그리고 최애인 '아아 시럽 듬뿍'을 마실 수 있어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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