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토이스토리 4가 개봉되었다. 토이 스토리는 내가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하는 것을 알게 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번 토이스토리 4가 나에게 전편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짱구와 함께 본 첫 영화라는 것이다. 짱구는 7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짱구에게 있어서 토이스토리 4가 첫 영화가 된 이유는 그동안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짱구가 겁이 많기 때문이다. 5살 유치원에서 로봇 박물관으로 견학을 갔는데 선생님께서 짱구가 영화를 보다가 울어서 선생님이랑 먼저 나왔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곧이어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의 제보가 빗발친다. "짱구가 '로봇 태권 V'를 보다가 대성통곡을 했다면서요?"... 6살엔 짱구에게 뽀로로가 나오고 공룡이 나오는 "뽀로로 공룡섬 대모험"을 보러 가 보자고 며칠을 꼬셔서 갔더니 15분 만에 파란 얼굴의 악당이 무섭다고 나와버렸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영화보기 전에 산 팝콘과 음료수는 밖에 나와서 먹었다. 그래서 이번엔 약속을 했다. 우리 30분만 버티자고. 30분이 지났는데 무서우면 그땐 나오자고.... 그리고 이번엔.... 다 봤다. 영화 엔딩 스크롤까지 다 보고 나왔다.
나에게 있어서 영화는 스토리나 출연 배우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느냐를 먼저 찾아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내 노트에 메모해 놓고 되새길 만한 '한 문장'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토이스토리를 보고 짱구에게 물어봤다. 가장 인상에 남는 말이 뭐였냐고. 그랬더니 "쓰레기야?" 랑 "아빠를 감옥에 보내자"란다. 짱구에게 답을 찾기엔 아직은 많이 이른 거 같다.
그래서 시작한다. 영화 속 나만의 명대사! 물론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이젠 개봉한 지 몇 주가 지났고 또 이미 너무나도 많은 스포일러가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이라면 나만의 명대사를 한번 우리 찾아보시라는 의미에서다.
why am I alive?
You're Bonnie's toy.
You are going to help create happy memories that will last for the rest of her life. -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잖아.
포키가 자신이 쓰레기라며 자꾸만 도망가려고 할 때마다 우디는 끝까지 쫓아가 포키를 지킨다. 왜? 지금 현재 보니의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지금 현재"이다. 모든 아이들이 장난감을 좋아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장난감이라 해도 평생을 가지는 못한다. 아니 1년도 채 가지 못하고 다른 장난감을 찾는다. 그것을 알기에 우디는 포키를 구하려고 한 것이다. 자신을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아 전전긍긍하면서도, 잊힐까 봐 그래서 버려질까 봐 두려우면서도, 자신의 주인인 보니가 지금 현재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장난감임을 알기에... 이 장면에서 내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을 떠 올려본다. 지금은 잊힌
, 내 마음속에서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때는 내 전부이기도 했던, 장난감들에게 헤어질 때 하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를 한다. '고마웠어. 너희들 덕분에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어. 너희들과의 행복했던 추억은 평생 간직할게(to last for the rest of my life)'.
Listen to your inner voice. -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장난감 친구들과 함께 캠핑카에 남아 포키를 찾으러 떠난 우디를 기다리던 버즈는 "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라는 오랜 친구 우디의 조언에 따라 버즈의 가슴에 있는 버튼을 눌러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고민의 순간마다 명쾌하기 이를 데 없는 버즈의 마음의 소리는 큰 웃음을 선사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버즈의 활약상은 유쾌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되뇌어본다. listen to my inner voice.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내 마음의 소리는 지금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에게도 버즈처럼 가슴에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
to infinity and beyond -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우디와 보핍의 새로운 시작! 포키를 보니의 캠핑카에 태우는 것에 성공한 우디가 정작 자신은 더 이상 보니의 장난감이기를 거부한다. 오직 주인을 위한 장난감의 삶을 숙명이라 받아들여왔던 우디가 이번 모험을 통해 그리고 보핍을 다시 만나면서 바뀌게 된 것이다. 내 삶을 찾자! 끝이 없는 모험이 계속될 것이지만 난 그 모험을 응원한다. 나도 언젠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가 가보지 않은 저 너머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도전할 것이다. 언젠가는...
그리고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그들을 추모하며' 이 영화는 시작되었고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를 알리기 위해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
put your clothes on. - 스파이더맨 옷 챙겨 입어.
닉 퓨리가 스파이더맨을 찾아와서 한 말이다. 스파이더 슈트를 입으라는 말. 이번 영화에서 스파이더맨 슈트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친구들과 수학여행도 가고 짝사랑하는 친구에게 고백도 하고 싶은 천진난만한 '피터 파커'와 엔드 게임 이후 변화된 세상에서 많은 이들이 기대해 마지않는 진정한 새로운 영웅 '스파이더맨' 사이의 갈등을 슈트로 대변한다. 수학여행을 떠날 때 스파이더 슈트를 챙겨가라는 숙모의 말에 놔두고 오지만 결국 파커의 여행가방에는 숙모가 잘 넣어둔 슈트가 있었고, 미스테리오와의 인상적인 첫 만남에서도 '슈트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애송이'로 치부된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과연 나에게 맞는 혹은 나에게 어울리는 'clothes'는 무엇인가? 내가 그 옷을 입었을 때 행복한가? 이 옷이 과연 내가 꿈꿔왔던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옷인가? 가족에게 혹은 친구들에게, 환경에 떠밀려 내가 지금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옷을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을까? 그래서일까? 그렇게 싫어하던 'peter tingle'를 스파이더맨의 옷을 입고 파커가 말했을 때 이제야 잘 맞는 옷을 입었구나 안심이 되었다.
people tend to believe, and now, they'll believe in anything.
-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어. 그리고 지금은 무엇이든 믿을 수 있는 시대고...
피터 파커가 미스테리오에게 쉽게 스타크의 유산인 "이디스"를 넘겨준다 왜냐하면 '이디스'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미스테리오가 모두가 원하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드론이 만든 가상의 세상에 어이없게도 모두가 속았으며 두려움을 느꼈고, 가상의 공간에서 거짓 영웅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무엇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일까? 왜 우리는 진실을 알려고 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만 믿으려고 하는 것일까? 미스테리오가 말한 '무엇이든 믿을 수 있는 시대'는 혹시 우리가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과연 변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내 마음속 최고의 명대사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 i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사랑스러운 포의 좌충우돌 쿵후 영웅 탄생기가 인상 깊었지만 그중 가장 주옥같았던 명대사이다. 그리고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이어야 하기도 하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