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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Sep 29. 2019

다시 자전거를 배우다.

아놔!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지나 시원한 바람이 부는 기분 좋은 가을이다.  그래서인지 짱구네 유치원 마당에는 색색가지 킥보드가 나란히 여러 대 주차되어 있다. 유치원 가까이 사는 아이들이 등원할 때 교통수단인데 짱구도 몇 번 킥보드 타고 등원하고 싶다는 걸 킥보드 타고 등원하려면 한 시간 전에 출발해야 한다는 말에 포기한 눈치다. 솔직히 실제로 킥보드 타는 시간보다 중간중간 신기한 거 관심 가져보고,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하면 족히 한 시간도 모자랄듯하다. 그 대신 차 트렁크에는 항상 킥보드를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자전거가 재미있어 잘 타고 다닌다. 보조바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내가 처음 자전거를 배웠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잘 탄다.


며칠 전 운전을 하고 가다 신호에 걸려 대기하고 있는데 누군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샤랄라한 롱스커트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인다. 순간... 나도... 예쁜 그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얼토당토않은 착각을 아주 잠깐 해본다.




솔직히 나는 운동을 못한다. 아니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체육선생님도 날 포기하셨다. 어디 체육선생님들뿐이었으랴. 한때 인라인스케이트가 붐인 적이 있어 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보다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면 빠르고 재미있겠다 싶어 동호회에 가입하고 야심 차게 훌륭한(?) 인라인 스케이트며 보호장비까지 모두 구입해서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가볍게 인사하고 자기소개를 할 때도  제가 운동신경이 없어서 아마 진도가 빨리 안 나가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다고 미리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처음에야 날 모르시니 다들 괜찮다고 같이 하면 다 따라올 수 있다고 응원을 해 주시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난 결국 한강공원 라이딩을 못하고 탈퇴를 했다. 나중에 친구랑 같이 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는데 친구의 말이 뼈를 때린다.



원래 인라인 스케이트 타면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거야?

워낙에 겁이 많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분명 브레이크 기능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쓰질 못한다. 그래서 정지를 해야 하면 근처에 의자나 기댈만한 기둥이 있는지 확인하고 부딪혀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를 못 내는 거다. 속도가 많이 나면 부딪힐 때 위험하니까. 친구와의 조촐한 공원 라이딩을 마지막으로 그냥 내 튼튼한 두 다리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다. 바로 드라마 '풀하우스'. 극 중에서 정지훈과 송혜교가 신혼여행을 떠났는데 숙소에 있는 멋진 수영장에서 정지훈 님이 수영을 하는데 순간 또 결심이란 걸 해버렸다. 그래 저거야!  

그래서 나도 멋지게 수영을 하겠노라 바로 수영장에 등록을 했다. 첫 시간에 '제가 운동 신경이 없어서'라고  변함없이 코치님께 언질을 드렸다.  수영을 배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첫 시간은 발차기 연습이다. 그것 까진 무리 없이 해냈고 코치님께 칭찬도 들었다. 그리고 3달 후. 나와 함께 시작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유형 끝나고 배영, 평형, 접영 차례차례 나가는데 나는 계속 새로 오신 분들이랑 자유형만으로도 허덕이고 있고 나중엔 코치님도 날 포기했다.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나보다 먼저 그만두신 코치님이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래도 자유형 할 때 폼은 완벽해.


1년을 자유형만 배웠는데 폼이라도 완벽해야지...




그리고 드디어 자전거를 샀다. 내가 꿈꾸던 앞에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 그리고 바퀴는 24인치이고 특이한 점은 보조바퀴가 달려있다. 두둥! 내가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달았다고 하자 반응이 어쩜 그리도 한결같은지 처음엔 놀람! 두 번째는 웃음! 세 번째는 보조바퀴 빨리 빼! 였다.

보조바퀴를 하고 처음 짱구와 라이딩을 하던 날! 짱구가 나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옆에서 계속 머라 머라 이야기하는데 나는 짱구와 부딪혀 혹시나 다칠까 봐 앞서서 가며 설명해 달라고 한다. 그런 내가 걱정이 되는지 짱구는 저만치 앞장서 가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 그래도 기특하다.

한참을 자전거를 타니 내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쾌한 바람이 내 머리를 가볍게 스치는데 내가 꿈꾸던 바로 그 “샤랄라”였다. 하지만 마냥 들뜰 수 없었던 게 보조바퀴 때문인지 계속 ‘달달달’ 거리는 달구지 소리가 난다. 저녁시간이라 공원이 조용한데 내 달달거리는 보조바퀴 소리가 공원 전체를 채워 좀 민망하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은 한쪽 보조바퀴는 떼어 조금은 조용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나머지 한쪽은 잘 있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까? 혹자에게는 이미 내가 자전거 타는 영상이 희귀 영상으로 sns에 올라와 유명인이 되어 있을 수 있다며 놀림감이 되고, 짱구를 학교에 보내고 나 혼자 도서관이라도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가면 금세 다녀올 수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짱구 없이 낮에 혼자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를 타긴 좀 부끄러워 굳이 걸어서 가긴 하지만 언젠간! 나머지 한쪽 보조바퀴를 떼고 떳떳하게! 낮에! 나 혼자! 자전거를 타는 날이 오리라! 그러면 그땐 내가 꿈꾸던 그림이 완성되겠지! 짱구와 나란히 라이딩을 하는 그런 그림이 말이다.



아직은 그러한 멋진 그림이 잘  떠오르지만 일단은 다시 한번 파이팅한다.


다시 한번 무언가에 도전하겠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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