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안정된 회사를 떠나고 싶어졌는가
나는 지금 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다.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고, 월급은 제때 지급되며, 업무 강도도 조절 가능하다.
사내 식사는 훌륭하고, 근무 환경은 쾌적하며,
대규모 조직이라 익명성 속에 무리 없이 섞여 지낼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서 큰 문제 없이 오랜 시간 일하며 살아갈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나는 요즘 자꾸 이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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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는 단 하나다.
**이곳은 '살 수 있는 곳'이지, '살아지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문제가 없다.
상식적이고, 복지도 괜찮고, 업무량도 과하지 않다.
갈등도 적고, 겉으로는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곳은 '생존'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성장'과 '확장'에는 치명적으로 무감각한 곳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구조를 설계하든,
조직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내 안의 감응과 직관, 흐름을 포착하려는 시도는
이곳의 리듬과는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난다.
여기는 **좋은 사람들조차 무뎌지는 구조 위에,
조용한 폭력과 잔잔한 체념이 깔려 있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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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사람이 오래 다니면 무뎌진다
이건 과장이지만,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회사의 리듬에 몸을 맡기면 편하다.
주어진 일을 적당히 하고, 관계를 무리하지 않게 조율하고,
일상의 흐름에 스며들면 된다.
그렇게 3년, 5년, 10년이 흐르면
나도 모르게 감각이 무뎌지고,
생각이 회색빛을 띠기 시작한다.
**안정된 삶과 무감각한 삶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경계에 서 있다는 걸 자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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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나는 떠날 결심을 하게 됐다
여기는 표면적으로 평온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사람을 점점 무디게 만들고,
예민한 감각과 깊은 통찰을 ‘귀찮은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실적 압박은 덜할 수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서운 건,
**내가 아무런 위기감 없이 무뎌져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나의 언어는 사라지고,
나의 리듬은 시스템의 관성에 잠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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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제, 더 깊은 감응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나는 기술이 시장과 만나는 접점에서,
그 구조를 언어화하고,
전략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나는 더 이상 보고용 문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는 조직보다,
**존중과 밀도가 살아 있는 협업**을 원한다.
나는 내 리듬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흐름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안정된 회사를 떠나고 싶어졌다.**
그건 충동도 아니고, 불만도 아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