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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조율하는 법

by 이선율

세월과 조율하는 법

탐 크루즈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60세가 넘은 남자가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고,

비행기를 매달고, 전 세계 액션영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 얼굴엔

예전보다 약간 부어 보이는 광대,

조금 더 팽팽해진 피부 아래에서 미세하게 달라진 눈빛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전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은 결국, 아무리 버텨도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걸 보며, 약간 슬펐다.

그가 아니라,

‘늙는다는 것 자체가 가진 냉정함’ 때문에.


얼마나 철저하게 단련하고,

얼마나 절제된 루틴으로 살아도

세월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어딘가에 선을 그어두고 간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시간을 이길 수는 없지만,

시간에 무너지지 않을 수는 있다.


늙는 건 자연이 하지만,

어떻게 늙을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지금 내가 매일 하는 일들이다.


내 감정을 기록하고,


루틴을 지키고,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고,


나를 무너뜨리는 구조와 사람들을 차단하고,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중심으로 다시 조율해가는 일.


나는 더 이상 세월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세월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내 몸과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매일 다시 조율하는 일.


그게 나에게 주어진

세월과의 계약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그 계약을 맺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건 이미

**“시간의 흔적을 견디는 사람”**이 된 것이다.


덧붙이며


언제나 내 글을 읽어주는 30명의 독자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숫자는 작을지 몰라도,

당신들이 남겨주는 조용한 발자국은

내 존재를 지탱하는 리듬이 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있어서,

나는 매일 다시 쓰고,

다시 정돈하고,

다시 존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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