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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방 나그네 Apr 20. 2024

산후조리원, "그거 꼭 해야 하나?"

조리원에 대해 가졌던 편견, 그리고 결정

아휴...


침대 위에 누워서 폰을 보던 엄마가 갑자기 한숨을 크게 쉬었어. 아빠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깜짝 놀랐지.


"왜 그래요? 당신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다른 건 아니고요. 그 조리원 있잖아요."


"조리원? 산후조리원?"


"네. 우리 아기 나오면 조리원에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하는 걸까요? 아기가 태어나면 앞으로 지출해야 할 돈이 상당한데, 큰 목돈을 들여서 굳이 거길 가야 하나 싶어서요."


아빠는 일도 하고 임신 초기 엄마를 돌보느라 산후조리원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어. 조리원에 대한 아빠의 인식은 '요즘 사람들이 유난스럽다' 정도였어. 아니, 조리원이 필수라면 옛날세대 분들은 그럼 아기를 어떻게 낳고 키웠다는 거야? 


그랬던 아빠였지. 그런데 너를 가지고 너무나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니까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 엄마만 고생하는 것이 아빠로서는 미안하기도 했고.


"무슨 벌써부터 돈 걱정을 해요. 어떻게든 해줄게요. 내가 막노동이라도 뛰면 되지!"


엄마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체념한 듯 답했어. 


"음... 에이 당신한테 어떻게 그렇게 해요. 아직 우리 아기가 세상을 보기까지 시간도 있잖아요? 15주 정도 되면 안정기래요. 그때는 나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 그때 가서 다시 알아봐요."


그 후에도 엄마는 이따금씩 "조리원을 꼭 가야 하나..."라는 혼잣말을 여러 번 했었어. 엄마는 조리원에 가고 싶긴 했지만 금전적 부담이 너무 컸고, 그렇기에 아빠한테 '꼭 가고 싶다'는 얘길 못하는 것 같았어. 엄마와 아빠는 신혼이라 모은 돈도 많이 없었거든. 향후 네가 태어나서 구르고 뛰어다닐 집을 구해야 하는데 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었어.


아빠가 열심히 컴퓨터로 작업을 하던 어느 날이었어. 침대 위에서 '산모 공부'를 하던 엄마가 갑자기 다급히 소리쳤어. 


"여보, 나 인터넷 글을 보는데 조리원 예약을 빨리 해야 하나 봐! 보통 산모들이 아기를 가지자 마자 바로 예약한대요. 아니 아직 안정화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그리고 조리원도 '투어'를 다녀야 한대요. 할 일이 산더미네. 하!


기합이 꽉 찬 소리를 내지른 엄마는 책을 내동댕이 치고 침대 위에 대자로 뻗었어. 그리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어. 


아빠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조금 미안했어. 너를 임신하고 온갖 피로와 졸음, 그리고 입덧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돈 문제까지 신경 쓰게 하는 게 말이야. 아빠는 엄마가 잠에든 후 조용히 컴퓨터를 켜서 집 주변에 있는 산후조리원들을 검색했어. 


그러던 와중에 '전국에서 가장 비싼 산후조리원 TOP5'라는 글을 보았고,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클릭을 했어. 어차피 못 갈 거.


'음... A룸이... 2700만 원?!' 아빠는 너무 당황해서 가슴 쪽에 무언가가 턱 하니 걸리는 느낌이었어. 별 생각이 다 들었어.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건가? 이 돈을 주고 간다고?' 상세 설명을 보니 인기폭발이라 그마저도 예약이 안된다더라. 


이러다 조리원도 예약을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아빠는 엄마에게 빨리 조리원 투어를 가자고 말했어. 엄마는 아빠한테 짐이 될까 봐 미처 가자는 얘길 못했지만, 아빠가 얘기해 줘서 고마워하는 표정이었어. 왜냐고? 엄마는 정말 열심히 찾아봤거든. 그리고 두 군 데를 최종 결정한 후 돌아보기로 했지. 물론 조금 걱정은 되었어. 엄마는 임신 초기라 조금만 힘들어도 계속 헛구역질을 했었거든.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인근 조리원은 참 조용하고 깔끔했어. 일하시는 직원분들도 정말 친절했어. 관람하는 내내 마음도 편안했지. 엄마와 아빠는 시설을 쭉 둘러보는데 이제 막 출생한 지 며칠 안 되는 아기들이 신생아실에서 일렬로 나란히 누워있는 것을 보았어. 엄마는 뽀얀 살결의 신생아들을 보는 순간 눈이 반짝였어.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실감이 갔나 봐.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기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단다. 팔뚝보다도 작은 아기들은 네가 나중에 태어나서 보게 될 너의 '친구들'이지. '튼튼이', '용용이', '까꿍이' 등등, 태명들은 어찌나 그리 귀엽게도 지었던지. 


조리원에는 모유를 짜내는 유축기뿐만 아니라 산모의 건강을 위한 용품이 구비되어 있었어. 출산한 엄마들은 대개 손목관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손목 마사지 기계도 있었고, 치질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좌욕기도 있었지. 그리고 제왕절개 한 엄마들은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침대 기울기를 조절해 주는 모션베드도 있었어. 


방을 둘러보는 엄마는 이러한 기계를 보면서 겁에 질린 것 같았어. 임산부가 출산 후 겪는 후유증을 책으로만 보았는데, 이 기계들을 보니 와닿기 시작했나 봐. 또 엄마들이 산후우울증을 겪을 까봐 방마다 시원시원하게 창문이 다 있더라고. 그리고 조리원에서 집에 간 후 아이를 어떻게 케어하는지 세심하게 알려준다고 해. 처음에 아기 낳으면 아기가 우는 것만으로도 초보 엄마아빠들이 '멘붕'에 빠진다고 하더라. 조리원에서는 산후 몸매 관리를 위해 간단한 운동도 시켜주고 마사지도 해줘. 너를 낳느라 고생한 엄마가 그걸 받으면서 기분이 좋아질 걸 상상하니까 아빠도 좋았어. 물론 돈은 확실히 비싸긴 하더라. 


조리원은 그저 '요즘 한국인'들의 유난함이 만들어낸 작품인 것일까? 아빠는 아니라고 생각해. 조리원은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가지 않을 경우 고생할 엄마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어. 병원에서 막 나온 엄마가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상태에서 집에서 너를 돌보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아찔하더라. 수술 부위 통증이 계속 있을 텐데 갓 태어난 아기에게 밥을 주고, 트림도 시키고 재운다는 것을 생각해 봐. 세상에 그런 '극한직업'이 어딨겠어.


조리원을 둘러보고 아빠는 망설임 없이 바로 예약을 했어. 오랜 기간 너를 품으며 고생한 엄마야. 스스로의 망가진 몸과 그리고 지쳐버린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한 곳에서 회복시켜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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