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시작이다!

by 단서련

우여곡절 끝에 아마존의 성인식을 무사히 마쳤다. 내가 만든 책은 아마존이라는 세계 최대 온라인 시장에서 검색이 될 수 있고 심지어 판매도 될 수 있다. 이제 그 커다란 가능성의 문은 활짝 열고 한 발자국 발을 들였다. 여기서 끝이 나면 그것은 진짜 성인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 경험을 토대로 (죽을 때까지 ㅋ) 핸드폰과 컴퓨터에 잠들어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깨우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0년의 삶을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때가 있다. 사람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주실 때라던지, 내 상황에 맞는 성경 문구로부터 큰 위로를 받을 때라던지, 마침맞게 사건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특히 마지막의 경우, 비록 인간적인 시선에서는 최고의 상황은 아닐지언정, 모든 것이 맞물리는 절묘한 타이밍을 경험하면서 '아...... 주님께서 내가 이것을 하기를 원하시나 보다.'라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분의 뜻이 뭔지 몸과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물론, 겸손한 순종이라기보다 여전히 악동 같은 나는, 하나님께서 책임진다고 하셨으니 믿고 나가긴 하는데 대체 앞으로는 뭔 일이 펼쳐질지 모르겠는, 호기심과 기대의 부분이 상당히 큰 거 같다.


이 매거진을 만들어가는 중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 이맘때 취약 계층 어린이들의 영어 교육을 돕는 비영리 단체에 짧은 이야기 3편을 기부했었다. 내가 함께 협업하겠다고 추천한 3명의 그림 작가님들은 모두 나의 지인들이었는데 다들 그림과 관련된 나름의 경험이 있지만, 그림책 출판을 해 본 적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지인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좋은 취지의 그림책이 나의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많이 들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단체도 그림책 출판이 처음인지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책을 출판하겠다는 시기가 아주 많이 늦춰지기에 이르렀다. 나는 두어달 만에 3편의 글을 슉슉슉 써서 슝~ 넘겨버려고 나니 괜찮았지만 그림작가님, 즉 나와 친한 언니들이 중간자인 나에게 3, 6, 9 개월 즈음 종종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대해 물어올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아무래도 나는 미국에, 단체는 한국에, 그림작가님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보니 서로 팔로우업이 잘 안 됐던 거 같다. 그러다가 거의 1년이 지난 지난주 대표님에게 아주 긴 카톡을 받게 되었다.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저희도 엄청난 갈등과 논의 끝에 결정된 사실을 나누려고 해요. 저희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로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많았는데요 (중략) 함께 소개해주신 그림 작가님들의 그림이 아무래도 저희가 책을 내기는 힘들 것 같아요.


고심의 흔적이 묻어나는 카톡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즈음에는 나의 글에 새로운 그림 작가님을 붙여서 책을 내보자는 감사한 제안을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친한 언니들의 노고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 아니 날려버릴 수가 없었다. 1명도 아니고 무려 3명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나; 그래서 대표님께는 송구하지만 새로운 협업 제안은 정중히 거절을 하게 되었다.


거절은 언제나 무겁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독립출판을 한번 해본 나는 거절 이후 이 상황을 즐거운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할렐루야~) 공이 내 손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하는데 마음 가운데 책임감과 함께 잔잔한 설렘이 피어올랐다. 물론 워크북과 동화책은 다른 장르이긴 하지만, 아마존 독립출판의 경험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한 연단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이제 좋은 콘텐츠가 손에 있고 나와 함께 협업해 줄 든든한 동료가 있으니, 왕초보 딱지를 떼고 진정한 여전사가 되어 앞으로 신나게 활개 칠 아마존을 내려다보며 소리친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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