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하늘 보기
우리 둘째는 유치원을 시작하기 전, Transitional Kindergarten이라는 공립학교 프로그램을 다닐 수 있었다.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TK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같은 교육구에 있는 다른 학교를 다녔어야 했다. 그 때 만난 TK 학부모들은 왓츠앱이라는 채팅창에서 활발하게 교류했다. 무언가를 올리면 하트 혹은 엄지척을 올려주고, 질문을 하면 적극적으로 대답 해주었다. 유치원으로 올라가면서 20명의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채팅창은 그대로 남아 학부모들끼리 종종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지다보니 채팅창을 쓸 일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학부모가 아름다운 일출 사진을 보냈다. 색감이 몽환적이지만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었다. 환상같아 보이지만, 우리가 발 디딛고 서 있는 땅에서 올려본 하늘이었다. 지난 해만 해도 매일같이 얼굴 보며 동고동락했지만 지금은 어딘가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을 우리들. 당신과 내가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준 사진 한장에서 따뜻한 위로가 전달되었다.
며칠 뒤 또 다른 일출 사진이 올라왔다. 그 분은 우리 학부모들을 선라이즈 크루라고 부르며 아침 인사를 했다. 나는 해가 뜨는 일출을 좋아하지만 해가 지는 석양도 좋아하기에 우리를 선라이즈 크루가 아니라 스카이 클럽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뭔가 항공 관련 이름같지만 다들 개의치 않고 좋다고 동의해주었다.
실제로 나는 해가 지는 시간의 핑크빛이 감도는 오묘한 색감의 하늘을 참 좋아한다.
11월 21일 추수감사절을 앞 둔 어느 날에는 사진이 2개가 공유되었는데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무지개 사진과 하나는 푸른 하늘 사진이었다. 내가 있던 곳이 같은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나는 어두침침한 하늘만 보였는데 두 사진을 보며 우리가 마주하는 하늘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원래도 하늘 보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스카이클럽 덕분에 더더욱 예쁜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동기도 강해졌다. 이번 추수감사절에 여행을 가서도 멋진 하늘을 한번이라도 더 눈에 담아둔 거 같다. 몽글몽글 양털구름도 좋고, 구름 한점 없는 깨끗한 하늘도 모두 하나님의 작품이다.
어제는 스카이 클럽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필립이 자기 회사에 비치 되어있는 책이라며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하루에 구름 하나 (A Cloud A Day)'란다 ㅋㅋㅋㅋㅋ 하단에 보니 Cloud Appreciation Society라는 단체도 이미 결성되어 있다. 우리처럼 하늘과 구름을 쳐다보는 어른들이 세상에 꽤나 많은가보다.
호기심에 단체 이름을 구글링했더니 영국에 베이스가 있고, 그 단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하여 발간한 '초보 구름 관찰자를 위한 입문서(Cloudspotting for Beginner)'라는 책도 올해 발간되었다. 그 책을 보니 다양한 구름 모양에 이름이 붙여져있다. 나는 직관적으로 알기가 힘든 단어가 많아서 스카이 클럽 멤버들에게 너희 영어 네이티브들은 'Undulatus' 같은 용어를 보면 무슨 모양일지 감이 오냐고 물어보니 Undulate mean to move in a wave kind o way, so I would guess those clouds might look kind of wiggly or wave? 라고 즉 대충 감이 온다는 답변을 한다. 와 ㅋㅋㅋ나는 Undulate 이런 단어 처음 들어보는데......네이티브 애들은 대강 알 수 있으려나 싶다. 구름도 본격적으로 관찰하려면 공부해야하는 신세다. 그래도 책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재밌을 거 같아 도서관에서 대출 신청을 해놓았다.
본격적인 구름 공부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늘을 더 많이 바라보려고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바라보는 하늘과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다는 생각만으로 나도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