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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항시인 Dec 01. 2023

베르사유 궁전 가세요. 두 번 가세요~!

태양왕과 마리 앙트와네트, 나폴레옹의 집 이야기

 파리에서 에펠탑, 개선문, 몽마르뜨, 오르세, 루브르와 더불어 빠질 수 없는 관광지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베르사 유 궁전입니다. 프랑스 발음으론 [백사이]인 이곳에 대한 역사적, 미학적, 건축학적 소개는 네이버와 유튜브에 많고, 이쁜 사진들은 인스타에 많으니 오직 저는 제 눈에 비친, 제 마음에서 나온 백사이 궁전 후기만 써보렵니다. ^^

베르사유 궁전은 디즈니 동화 속 뾰족지붕있는 궁전이 아닌 판상형

 파리 살던 3년간 베르사유 궁전에 들렀습니다. 너무 넓고 곳이라 처음에 본궁만 보고, (본궁만 만보 걷기 급!) 다음에 가서 별궁, 마지막에 정원 구경을 했어요. 가까 워서 이렇게 나눠 갔지만, 파리 여행 중이라면 하루에 특급 겉핥기 투어 코스로 달려야 하지요. 낮에 본 궁전 부터 밤에 본 불꽃놀이 쇼까지, 프랑스 왕실 재정 파탄의 대향연장, 백사이 궁으로 인도합니다~ !

화려하다못해 눈이 시린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

절대왕정 시대에 지어진 베르사유 궁전에는 '짐은 곧 국가다 =나랏돈 내 돈'의 철학을 지니셨던 루이 14세의 허영과 포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선왕의 사냥터 거처 이던 곳에 "돈은 신경 쓰지 말고, 멋들어지게 힘 뽝! 줘서 려하게 짐의 궁전을 지으라!" 지시했죠. 자기애와 자존심 이 강했던 루이 14세에게 궁전 건축의 불을 지핀 건 '니콜라 푸케'라는 왕의 재무장관이었어요. 예술과 건축을 사랑했던 그가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정원가의 힘을 빌어 멋진 개인성 (Vaux-le-Vicomte)짓고 특별히 왕을 초대했는데, 일개 귀족의 지나치게 아름다운 성에 루이 14세는 '격노' 합니다. 이를 간파한 콜베르 재상은 푸케에게 공금횡령이란 누명을 씌우고 짜고치는 수사와 재판으로 종신형을 내리고 아내는 국외추방 시키고, 전재산을 몰수합니다. 콜베르는 재무장관을 차지해 승승장구하고, 루이 14세는 푸케의  건축가들을 데려다가 벡사이 궁의 건축을 맡깁니다.  T.T

지금도 이 성은 베르사유와 비슷하여 '미니 백사이'라 불리 지만 사실 베르사유보다 먼저 지어진 오리지널이자 슬픈 스토리를 가진 성입니다. (비트콩 성도 가보세요. 정원과 성이 아름답고, 3D입체 헤드셋이 실감 나게 설명해 주고, 예전 복식 체험도 가능하답니다.)

여하튼 자의식 강했던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 곳곳에 자신을 암시하는 태양 문양을 새기고(내 꺼임! 내가 지음!), 사방에 대리석을 깔고 금칠을 해 놓았습니다.

화가가 천장에 매달려 누운 상태에서 천장벽화를 그렸데요.

프랑스 바로크 로코코의 특징 --> '빈벽 없이 장식 으로 꽉 채움'  벽이 비어있는 것을 용납지 아니하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그림, 조각, 문양, 색깔이라도 입혀서 일관적인 투머치 장식으로 채웁니다. 그래서 베르사유의 방에 들어가면 폰을 아무렇게나 막 돌리면서 사진을 찍어도 이쁜 피사체가 사진을 가득 채우죠. 미니멀리즘에 동참하고 있는 21세기 주부의 눈에는 무척이나 헤비 한 장식들이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어디선가 관현악이 들리는 듯 한 멋진 웅장하고 멋진 내부

 프랑스를 방문하는 특사들에게 프랑스 절대왕정의 힘과 부 를 과시하며, '감히 까불지 말 것'을 인테리어로 시전 하고 싶었던 루이 14세는, 거울이 귀했던 그 시대에, 300개가 넘는 거울과 샹들리에로 화려하고 거대하게 '거울의 방'을 꾸몄습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보는 자여, 기죽어라!" 외치고 있는 그곳을 지나야 귀족과 특사들은 왕을 알현할 수 있었죠. 상대를 제압하는 차별화된 어나더 레벨의 돈지랄 전통을 오늘날 에르메스와 샤넬이 이어받은 게죠?

베르사유 궁전의 하이라이트 거울의 방

그래도 이집트처럼 노예들이 지은 것이 아니고, 당대 뛰어난 기술자, 예술가들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노동시켰 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고, 내부 장식이나, 정원, 그림들 소품들 에서 단순히 '시켜서 하는 일'을 넘어서는 장인들의 열정과 자존심이 느껴졌습니다. 봐도 봐도 계속 방이 나오는, 크고, 구조도 복잡했으나 구석구석 참 화려했고, 그림들과 조각들 이 가득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

마리 앙투아네트 아시죠... 프랑스에서는 사치를 일삼다가 목 잘린 여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알아보니 왜곡이 있더라고요. 마리는 프랑스의 오랜 적국 오스트리아의  공주였어요. 우리로 치면 조선 공주가 일본 왕실로 시집간 거죠. 원래는 바로 위 언니가 왕실 간 정치적 정략결혼하기로  있었는데, 그 위 큰 언니가 병으로 갑자기 죽으면서 바로 윗 언니가 오스트리아 왕실을 지키고 막내인 마리를 대신 프랑스로 보냅니다. (한 칸씩 당겨진 운명의 장난이여...)

왕비의 침실 ㅡ 앙투아네트 여기서 네 명 출산! 무통도 없던시절... 심지어 출산 장면이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마리가 시집왔을 때 이미 프랑스 왕실은 지나친 건축과 선 왕들의 사치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선왕들은 여러 첩을 두었고, 그녀들을 위한 궁전까지 베르사유 경내에 지어주었죠. 그 첩들이 왕실 파티들을 주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루이 16세는 평생 앙투아네트 외에 후궁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왕의 첩 욕하는 재미로 왕실 험담하던 귀족 부인들의 악담은 오직 마리에게 집중되었고, 적국 출신 왕비 외에 프랑스 후궁 하나 안 두는 왕에 대한 질투/불만으로 인해 마리는 수많은 소문의 주인공이 됩니다. (귀족발 악담과 가짜뉴스의 희생양.. 예나 지금이나..)


왕실 연회를 주관할 왕의 성은을 입은 젊은 정부(애첩)들이 없다 보니 왕비가 매번 직접 파티를 이끌어야 했고, 이는 사향락이라 욕하기 좋은 구도였죠. 하필 불어도 잘 못해서 더 미운털 박히고, 나쁜 평판과 헛소문에 시달리던 마리는 보는 눈 많고 화려하기만 한 베르사유 대신에 목가적 분위기의 별궁인 트리아농에 주로 머물 렀다고 해요.

앙투아네트 방 천장, 오스트리아 상징 독수리 문양. 차가운 궁전에 살면서 친정이 그리웠겠죠..

  네 명의 아이 중 두 명이 병사하고 슬픔에 빠져 살던 여왕은 남은 아이를 지키려고 프랑스혁명 당시 오스트리아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그 여정 중에 잡혀서 나라를 버린 국왕부부라며 사형을 당했죠. 선왕들이 쓴 왕실 재정의 10%도 쓰지 않았던 루이 16세와 앙투와네트 부부는 일면 역사의 희생양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 하였 던가요...(저라도 도망갔겠어요. 힘들 땐 친정으로 튀어야.... 전 이렇게 애 넷 자연분만 동지로서 앙투와네트 편 합니다.)


나폴레옹 나폴레옹!

베르사유엔 프랑스혁명 이후 격변의 시기를 거쳐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의 흔적도 많았어요.

개천에서 황제 났네~

 나폴레옹 시절의 전시물 둘러보다가 옛 추억 소환!! 혹시 이 그림 기억나세요?? 표준 완전 정복 문제집의 표지였는데...

전과목 완 전 정 복!

 2021년 나폴레옹 서거 200주년이었는데, 프랑스 내에서 도 나폴레옹에 대해서는 영웅 vs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가 있습니다. 혼란에 빠진 프랑스를 구하고 법전을 편찬하는 등 공화국의 기초를 다진 왕이었지만, 전쟁 많이 해서 젊은이들 많이 희생됐고 황제를 오래 하려고 인권탄압도 했데요.


  베르사유 보고 나니 당대 프랑스는 건축, 회화, 조각, 복식 등의 시각 예술뿐 아니라, 음악, 무용 같은 시청각 예술 쪽은 로도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물론, 귀족들만 그 모든 것을 누렸고, 98 %의 민중들은 대부분의 나라가 그랬이 가난하고 힘겨운 삶을 살았지요. (베르사유 파티 장에서 춤추고 있을 나를 그려보지만 사실 그 시절 태어났음 궁전 벽돌 굽는 중...)

궁전에서 내려다 본 정원. 당대 과학기술과 측량술이 총동원.

 난생처음 베르사유 궁전 방문하고 느낀 : "절대왕정 대단 했고, 프랑스인들 거만할 만하구나! 인정!"

세계인이 몰려와 구경하는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의 거대한 건축물과 예술 작품들이 다 우리 조상 꺼. 세계사의 주인공 이 내 나라 라면, 저 같아도 자부심이 폭발했겠죠. 지방분권이 발달한 독일의 경우 이런 거대한 궁전이 없는데, 절대왕정이 지배한 프랑스는 파리라는 역사적 문화 도시와 베르사유라는 압도적 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상덕에 후손들까지 관광수입 오래오래 짭짤하게 챙길 수 있었으니, 이것이 태양왕 루이 14세의 빅픽처였을까요?!

베르사유 궁 정원을 여름에 방문하면 화려하고 웅장한 야간 불꽃쇼를 볼 수 있습니다. 분수의 조명에 불꽃에 드론쇼, 화염까지 아주 스팩타클 하여 큰 감동을 준답니다. 일루미네이션 장인들인 프랜치들에게 모두 기립박수!!

베르사유 문양의 드론쇼. 스타벅스 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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