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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1.7점이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고?

by 하린 Nov 26. 2024

부부 롤모델. 잉꼬부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난 시절 우리 부부 스토리를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정말 그랬어요? 상상이 안 돼요.”라고 한다. 나 또한 지난 시절이 ‘꿈이었나?’ 하는 착각을 할 정도다. 독서 모임을 운영한 지 12월이면 7년 7개월째다. 독서하고 글 쓰면서 삶의 변화가 많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이의 변화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백 마디 말보다 부모의 행동이 중요하다. 


"엄마. 아빠 술 마실 때 일 아직도 기억나는데 엄마가 일찍 오는 날은 아빠가 술 취해서 했던 말 계속하면서 잠 못 자게 하고, 어떤 날은 엄마가 술 취해서 그러고 돌아가면서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아이는 한 번씩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22년 동안 그랬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부끄러운 행동만 했다. 그저 돈만 벌어서 학교만 보내면 부모 역할은 끝인 줄 알았다.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시로 중퇴하겠다는 말을 했다. 직장 일은 바쁘고 들은 척도 안 하는 나에게 아이는 심각하게 말했다. "엄마! 사실은 나 학교에서 왕따야" 다른 것은 몰라도 왕따라고 하니 걱정이 됐다.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했다. 이런저런 안부 인사 후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문의했다. "친구도 많고 학교 생활에 문제없어요. 다만 저녁 자율 학습시간만 되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집에 가려고 해요"라고 했다. 


왕따로 자살한 아이가 뉴스에도 나올 때쯤이라 학교에 억지로 보내는 것이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되도록이면 아이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주 이야기하다 보니 중퇴하고 검정고시 준비하는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가지로 설득 후 어렵게 졸업했다. 다행히 4년제 대학교는 갔다. 청소하다가 서랍에서 구겨진 성적표를 발견했다. F 학점이 2개나 있었다. 학교에 결석도 자주 하는 것 같았다.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돈 벌러 다닌다는 명목하에 우리는 술 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잘못된 줄 몰랐다. 세상 부모가 다 우리 같은 줄 알았다. 나 또한 자녀 교육에 신경 쓰지 않는 부모 밑에 자랐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기에 자신의 일을 챙기지 못하는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은 군대 다녀오면 최소 일주일은 바뀐다는데 우리 아이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남편과 독서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술에 취한 모습이 익숙했던 아들은 엄마 아빠가 새벽에 일어나 글 쓰고, 독서하는 모습을 힐끗 쳐다만 보고 어색한 듯 방으로 들어갔다. 마음으로는 아이가 독서하기를 바랐지만,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기다렸다. 1년 6개월이 지났을 때쯤 아이가 물었다. “엄마. 서점에 가서 내가 읽고 싶은 책 직접 사서 읽어도 돼요?” 기뻤다. 당연히 된다고 했고, 아들은『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사 왔다. 


아들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쓰고, 운동하고,  취직에 필요한 자격증 공부도 하고…. 8개월 만에 토익 950점에 무역 영어. 국제물류, 일본어 JPT, 컴퓨터활용능력 1급 등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엄마"라며 큰 소리로 불렀다. 깜찍 놀라 아이방에 들어갔다. 잠시 말을 안 하길래 걱정했다. "엄마. 이거 전액 장학금 맞재?" 등록금 합계 "0"이었다. "맞네. 축하한다."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에 울컥했다. 


아이 생일이 되면 문자가 온다.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엄마 아빠만큼 열심히 사는 분은 드문 것 같아요. 저도 엄마 아빠처럼 살겠습니다."아이에게 미안하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해 준 것이 없다. 다른 부모처럼 준비물 하나 제대로 챙겨준 적 없다. 새벽부터 아이는 놀이방에 두고 밤늦게 와서 숙제한 번 봐준 적 없다. 아이는 예전의 우리 모습은 잊고 지금의 모습만 본다. 


우리 부부는 지난 시절의 잘못을 알기에 더 열심히 제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술 마시는 세상에서는 술 마시는 사람만 보였다. 독서 모임을 하고 책 쓰기 글쓰기를 하니 주위에 책 쓰고 글 쓰고 독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술 취해 돌아다니던 모습을 상상하면 아찔하다. 독서를 만난 것이 행운이고 독서가 우리 부부를 변하게 하고 아이의 인생을 바꿨다. 아이가 변하길 원하면 내가 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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