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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Aug 07. 2020

내가 성공할 거라고 말하는 아내의 이유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발표가 있고 나서

당신은 성공할 거야 뭐든 꾸준하니까


주말 아침 늘 하던 루틴대로 난 다른 가족들에 비해 먼저 일어나 차주에 발행할 브런치 글을 쓰고,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조용한 아침에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조용한 음악을 듣고 싶어 스마트폰의 음원 플레이 앱을 실행시켜 평소 좋아하는 '재즈' 장르의 곡을 재생했다. Norah Jones에 Don't know why 란 곡이 조용한 주말 아침을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었다.


 I waited till I saw the sun

 I don't know why I didn't come ~ ♬~♬~


  음악소리를 듣고 깼는지 아내가 조용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내 옆 소파에 엎드려 시계를 보더니, 아침 일찍부터 취미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오빠, 오빠는 성공할 거야. 뭐가 되었든 꾸준하니까. 우리 여보 멋있다. 파이팅~"


 그러고는 이내 소파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아내가 일어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내가 틀어놓은 음악소리에 잠을 깬 것 같아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잠시 아내를 보다가 이내 다시 원래의 일에 몰두했다. 요즘 바쁜 업무로 글감도 안 떠오르고, 글을 써도 매번 끊어지는 문맥에 답답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좋아하는 음악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반쪽이 친히 옆에 누워 날 응원한 덕에 '브런치와 EBS'가 함께 하는 <나도 작가다> 3차 공모전에 발행할 글이 제법 잘 써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툭탁 거리며 2개의 글을 완성했고, 시계를 보니 아이들을 깨워서 아침을 먹을 시간이었다. 주말의 시작이 나름 상쾌했고, 써진 글도 맘에 드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시작한 하루가 향기롭기까지 했다.  이렇게 평온하고, 행복했던 주말, 휴일은 별 일 없이 지났고,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는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글을 쓸 때의 마음은 한껏 올라간 기대치로 곧 당선 소식을 받을 것 같은, 곧 데뷔할 것 같은 마음이 크지만 당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 다가오면 올수록 늘 자신감은 점점 기울기 시작해 당일 아침이면 그 기대감은 사라지고, 일부러 무덤덤한 하루를 지내기 일쑤였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시작했고,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낸 덕에 오히려 머릿속에서는 더  무덤덤한 하루를 보내라고 의도적으로 스스로에게 외압을 넣는 듯했다.


 오후가 되어서도 브런치 알람이나 메일로 연락이 없어서 기대감은 많이 떨어졌지만 조금은 섭섭한 마음과 실망감은 내 생각과 다르게 동작했다.


'그래, 어차피 크게 기대도 안 했는데. 주말에 썼던 글로 3차 공모전에 도전해봐야지'


 공모전 낙선 결과는 몇 번을 겪은 일이지만 경험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한 결 마음이 나아졌고, 난 평소같이 휴가 오후를 가족과 함께 조용하지만 행복하게 보냈다.


  늦은 오후 외출하고 들어온 난 거실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그렇게 나의 오후도 별일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반전은 이런 때 불쑥 찾아오기 마련이었고, 반전의 시작은  무심코 날아든 폰의 메시지에서 시작되었다. 한쪽에서  내 폰을 가지고 무언가를 검색하던 딸아이가 깨톡이 왔다고 갑자기 내게 폰을 내밀었다. 폰을 받아 들고 들여다본 톡 내용은 의미 없는 광고성 톡이었고, 그렇게 폰을 아이에게 내밀던 내 눈에 '브런치 알림'이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를 열고 내가 들여다본 알림의 내용은 익숙하지 않은 내용의 메시지였다.

 조심스럽게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메일을 열었고, 놀랍게도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당선 소식을 알리는 메일이었다, 설마, 설마 하는 생각에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그제야 난 내 당선 소식이 인지가 됐고, 입에서 튀어나온 '와우~'라는 소리에 이내 거실에 있던 가족들의 시선은 모두 내게 쏠렸다. 난 격앙된 기쁨의 괴성 이외에도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높이 들어 펄쩍펄쩍 제자리에서 뛰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이 걱정되었는지 딸아이가 한마디 했고, 나의 이런 행동이 궁금했던 아내도 진정하라고 얘기했다.


 "아빠 왜 그래? 엄마, 아빠가 미쳤나 봐."

 "철수 씨, 왜 그래? 뭐 좋은 일 있어요."


 한 동안 혼자 기쁨을 만끽하던 난 아이들과 아내에게 머쓱해졌고, 이내 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딸아이와 아내는 너무 기뻐했고, 무뚝뚝한 아들도 조용히 한 손을 들어 내게 '하이 파이브'를 유도했다.


  "거 봐요. 내가 뭐랬어요. 당신은 성공할 거라고 했잖아요."

  "에이, 이제 시작인데 성공은 좀 오버지. 영희 씨."


 말은 정작 이렇게 했지만 기쁨만은 감추기가 어려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기분이 많이 들떠있다. 다음 주에는 EBS 라디오 방송국에 가서 당선된 내 글을 직접 녹음하는 일정이 잡혀있다. 당분간이지만 이 행복한 기분에서 하차를 조금 미루려고 한다. 난 오늘도 내 강력한 무기인 그 꾸준함으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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