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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Aug 30. 2021

KTX에서 떠들던 승객이 침묵한 이유

세대 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와 조화가 필요하다

쌓이는 스트레스와 피로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던 오빠의 부고, 외삼촌이 세상을 등지셨다. 어릴 때 살갑게 대하셨던 외삼촌 얼굴을 생각하니 그 어려운 길에 인사를 드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업무에도, 관리자의 눈치에도 난 필요했던 휴식을 외삼촌의 부고를 핑계로 연차 휴가를 올렸다. 휴가를 올린 날 보는 관리자의 시선은 불편했지만 오랜만에 벗어나는 일상이 쉽게 포기되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나선 먼 거리의 지방 출타에 외삼촌의 장례식의 슬픔보다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이 설레기까지 했다. 우린 이동 교통편을 KTX로 선택했고, 미리 예매해 놓은 시간에 맞춰 행신역으로 이동했다. 평일 아침 시간이라 객차 안은 사람이 많지 않았고, ktx를 타고 이동하며 객차 안 사람들이 적었던 관계로 아내와 난 짧게나마 이런저런 얘기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 대화도 서울역에서 열차가 서며 열차 안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이내 끊어졌고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승차하자 조용했던 객차 안은 어느새 조금씩 소란스러워졌다. 특히 우리 건너편 좌석에 앉은 네 명의 젊은 여성 승객들은 둘씩 무리 지어 대화를 쉼 없이 이어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할 정도로 깔깔, 호호되며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했다. 이를 지켜보며 아내는 내게 귀속말로 딸아이와의 얼마 전 처가에 다녀온 경험을 얘기하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휴, 아마도 저 젊은 여자 승객들은 내리는 그 순간까지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얘기하며 시끄럽게 할 거예요"

 "그러게요. 내가 조금만 조용히 하자고 얘기할까요?"

 "아서요. 젊은 혈기에 말싸움이라도 날까 걱정되니까"

 "네, 안내방송에서도 객차에서 대화는 금지해달라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그만 하겠죠"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우린 그리로 가던 신경을 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아내와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됐고, 이십여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들은 쉼 없이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변에 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좀 조용히 하면 안 될까요? 조금 전에 안내 방송에도 나왔는데 그렇게 긴 대화할 거면 통로에 나가서 해요"


그렇게 20여분 이상을 소란스럽게 대화하던 여성들을 향해 송곳 같은 일침이 가해졌고, 소란스럽게 대화를 하던 여성 네 명은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을 잃은 듯 일순간 얼음이 된 것처럼 조용히 입을 닫았다. 아주 짧은 정적 후에 그중 한 명만이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듯 마지못해 사과하고 입을 닫았다. 난 그 일침의 근원지를 찾아 조용히 시선을 옮겼다. 우리 앞좌석에 혼자 앉아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참다못한 무서운(?) 얼굴로 여전히 그녀들을 노려보고 있었고, 사과 후에도 그리 두었던 시선을 잠시 동안 거두지 않은 체 그녀들을 바라보다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시선을 거뒀다.


일타쌍피도 아니고 일타 사피. 아주머니의 짧은 경고성 한 마디로 네 명의 소란스럽던 여성분의 대화를 제압했다. 한 가지의 일을 하여 네 가지  이익을 본 것이다. 아주머니 한 분의 단호하고, 용기 있는 발언으로 한창 떠들며 얘기하던 젊은 여자분 네 명이 모두 묵언을 했다. 그것도 종착역까지 무려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을. 압도적인 아주머니의 두려움도 두려움이었지만 아마 여행의 즐거움과 들뜬 기분을 자제하지 못하고 조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던 자신들을 인식하고 조용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공중도덕이 있는 이유는 명확히 존재한다. 법규나 규칙은 아니지만 남들에게 피해가 가고, 상식이 알려주는 범주를 벗어나는 행동을 굳이 법으로, 규칙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지켜야 하는 것들이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외면하는 일들은 그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행동이나 말들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반사작용이다. 여행의 들뜬 기분과 행복감 때문에 주변 시선이나 상황은 신경 쓰지 않고 친구들과 대화를 쏟아내던 네 분의 모습에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에서 많이들 생각하는 요즘 세대들의 특성이라는 생각이 한 편으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소란스럽다고 지나친 면박이나, 핀잔을 주는 분위기를 조성한 그 여성분도 조금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인 듯싶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서로 간의 이해와 함께 사는 조화가 꼭 필요해 보이는 장면이었다.


조금 오래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여유와 이해, 자기표현에 망설임이 없고,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세대와의 불균형도 균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화로움이 있다면 인상을 찌푸리거나, 큰 소리가 날 일도 줄지 않을까 한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으로 주변에 많은 피해를 준다면 그 또한 세대만의 특성, 특징이라고 이해하기에는 조금은 억측스러운 부분이 생긴다. MZ세대에서도 상식이라는 범주에서 자신의 주장이나, 자기중심적 표현이 용납되어야 한다. 또한 기성세대에서 MZ세대에 대한 존중 없이 그저 시비만을 가리고, 기성세대의 기준점에서 MZ세대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또한 아집이고, 오류이다. 한 시대를 함께 공존하고, 살아가는 다른 세대 간의 조화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 그래서 세대 간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세상에는 서로 다른 성향, 성격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누구 하나 똑같지는 않다. 나도 소중하지만, 다른 인격체들도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아주 작은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그나저나 2시간이나 넘는 시간을 대화를 하지 않던 그 네 분이 조금 딱해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전 03화 잘 쓰면 좋은 관계에도 도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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