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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Aug 30. 2020

팀장님, 먼저 퇴근합니다

세대 공감과 소통이 주는 의미, 함께 변해야 함께 삽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너무  바라졌어.”

“그러게요. 회식하다 먼저 일어나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가는 게 가당키나 한가요.”


처음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을 하고 2년이 지나 아들이 태어났다.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 난 그 전의 삶과 많이 다른 생활을 이어갔고, 그중에 하나가 저녁 동반 육아를 위한 가급적 정시 퇴근이었다. 하지만 야근 없는 퇴근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특히 업무로 인해 야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부서나 팀 회식 참석으로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건 조금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늘 함께 일하던 동료, 선배들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이렇게 몸을 빼는 내게 선배들, 특히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왔던 선배들 몇몇은 한 마디씩 툭툭 던져댔다.


 “김 철수 씨! 뭐야, 막내가 그렇게 가는 거야?”

 “빠졌네, 빠졌어.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너무 돼 바라졌어.”

 “그러게요. 회식하다 먼저 일어나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가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요. 팀장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느 날은 슬며시 다시 앉을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날은 거들던 선배가 있으면 미안하고, 죄송함을 무릅쓰고 자리에서 일어난 기억이 여러 날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회식자리에서 일어나던 우리의 이야기였다.


그때만 해도 한 참 위의 선배나 직책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절에 대한 의사 표현이 마치 '항명'과 같은 이야기로 들렸던 시절이고, 분위기였다. 업무 회의 때도 회의실 정리에, 선배들 음료 준비들 그리고 끝나고 재떨이 비우는 일까지 아마 막내들의 몫이었을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소위 이야기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10년 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  등과 같은 풍자어가 생겨난 것도 이런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그들이 경험하고 겪으며 만든 신조어들인 셈이다.


 "윤 대리, 요청한 문서 아직 다 안됐어?"

 "네, 팀장님. 우선 처리해야 할 다른 업무가 있어서 팀장님 지시한 일은 내일 하려고요."

 너무도 당당하게 내일 한다는 말에 난 조금 당황하기도 했고,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꼰대'스러운 말로 후배를 다그쳤다.

 "윤 대리, 내가 시킨 게 먼저지. 그리고, 야근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팀장이 지시했는데 내일 한다는 게 좀 그렇지 않아."

 "저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요. 급한 거면 미리 얘기해 주셨어야죠. 내일 오전에 써서 드릴게요. 먼저 퇴근합니다."


10년 전 처음 팀장 업무를 하면서 만난 제대로 된 밀레니얼 세대 친구와 대화에서 경험했던 에피소드였다. 그전까지 난 부서장이 지시한 일이면 무조건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업무를 했었다. 하지만, 이런 후배들을 겪으며 나의 케케묵었던 생각들은 많이 바뀌어갔고, 함께 하기 위한 노력들과 이해는 스스로를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로 다가왔다.


20년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다. 물론 이런 밀레니얼 세대들과 함께 어울려 일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요즘은 밀레니얼 세대를 넘어 Z세대들과의 세대 공감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듯이 이런 세대들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노력은 꾸준히 필요해 보인다. 막연히 '꼰대'라는 선긋기로 자신을 구분 짓기보다는 여러 세대들과 함께라는 생각이 필요한 요즘이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세대라고 정해놓으며 구분 짓는 것부터 조금은 기성세대 같은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열린 생각, 함께 공감하는 배려로 세대 구분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건 특정 세대만의 노력으로 낳을 수 있는 과는 아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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