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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Apr 21. 2021

수술 후 4년,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정확한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어떤 일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자

 '뜨끔'


발을 내딛는 순간 발목에 오는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가끔은 발목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었지만 지금처럼 바늘을 깊게 찌르는 통증은 몇 년 만에 처음이다. 갑자기 여러 해 전에 발목 부위를 수술했던 기억들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이내 두 달간의 고생으로 내 마음이 깊은 바닥까지 떨어졌던 두려웠던 기억이 파도가 되어 날 덮쳤다.



2016년, 그 해는 유독 내게 많은 아픔을 줬던 한 해였다. 아직까지도 부당하다고 생각이 드는 인사조치였다. 팀 해체에 이은 보직 해임 그리고 수많은 협박 섞인 비아냥과 여러 소문들이 날 괴롭혔다. 그렇게 심신이 지친 탓이었는지 스트레스가 심해서였는지 그 해 가을 이후로 아팠던 발목 때문에 주변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이 들락거렸다. 발을 디딜 때마다 통증도 있거니와 복숭아뼈 부위가 '물'이 차서 육안으로 보기에도 이상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한의원을 돌며 때로는 '물'을 빼고, 통증 부위에 주사도 맞고, 충격 치료와 침까지 맞았다. 통증은 치료받은 후 2~3일 정도는 괜찮았고, 당연한 결과지만 물을 뺀 후 하루, 이틀간은 붇기도 없고, 발목도 한층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통증이 없어지고, 붇기가 사라지는 건 단 며칠뿐이었다. 치료를 한지 세 달, 더 이상 미루면 안 될듯해 사전에 병원 검진예약을 하고 관절 전문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나의 미련함이 병을 키웠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MRI 검사와 피검사 결과를 듣는 자리에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조금은 꾸짖듯이 내게 말했다.


 "환자 분 언제부터 이런 거죠?"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세 달 정도 된 듯합니다"

 "아니 많이 불편했을 텐데, 통증도 있었을 테고. 어떻게 발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참아요"

 "많이 심한 가요? 선생님"

 "인대 두 곳은 파열이고, 문제는 이 염증부위인데 심각해요. 내일이라도 당장 수술해야 합니다. 응급으로"

그렇게 난 바로 다음날 입원을 했고, 하루 금식 후에 수술대에 올랐다. 염증 제거를 위한 1차 수술을 하고, 항생제를 투여해 가며 3~4일이 넘게 염증 수치를 낮췄다. 수술 후  1주일이 지났을 때쯤 2차 인대 접합 수술에 들어갔고, 인대 수술 후 며칠을 더 입원해 있다가 퇴원했다. 2주 가까운 투병 생활 이후에도 6주가 넘는 목발 생활이 이어졌다.


회사는 한 달간 병가 신청을 내서 퇴원 후 2주를 더 쉬었지만 더 이상 회사를 쉬기는 더 이상 무리가 될 듯했다. 결정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에 비해 수입이 없으니 더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무리해서 복귀한 회사에서는 다리가 불편하니 화장실을 제외한 이동은 자제했고, 점심도 후배가 사다 주는 김밥으로 2~3주를 때웠다. 가장 큰 문제는 출퇴근이었다. 처음엔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한, 두 번 이동을 해보려 했다. 하지만 늦은 겨울임에도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면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장시간 운동을 한 것처럼 몸은 이미 방전 상태였다. 도저히 대중교통으로 어렵다는 판단하에 한쪽 목발을 짚고 다녀도 되기 전까지 4주간 내가 출퇴근에 이용했던 교통수단은 택시였다. 당시 사무실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그나마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발목 수술, 치료 그리고 완치까지 오랜 고생을 해봤던 터라 내게는 지금의 발목 통증은 그냥 쉽게 간과하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픈 부위와 통증 또한 그 당시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를 만큼 같은 부위, 비슷한 통증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자주 느껴지는 수술부위의 열(熱) 감까지 삼박자가 딱 맞게 떨어져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주말 내내 전전긍긍했다. 다시 그 고생을 하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다. 그때보다 체력도 줄고, 더 나이 들어 노쇄해진 몸 때문에 똑같은 수술, 치료를 병행하고 과연 출퇴근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주말을 지나 월요일 오전 수술했던 담당 교수님 진료시간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제일 빠른 화요일 오후에 진료 예약을 했다. 그렇게 화요일 오후에 병원을 찾았고, 통증 부위 X-Ray와 피검사를 함께 진행 후 담당 선생님과 마주했다.


 "환자 분. 엑스레이 결과로는 문제가 없어요. 혹시나 해서 예전과 같이 염증 수치와 통풍검사까지 했는데 정상이네요"

 "정말인가요? 그런데 열감도 조금 있고, 통증은 예전하고 비슷한걸요"

 "다른 부위도 비슷하지만 한 동안 무리하면 관절은 아프기도 하고, 또 조금 덜 쓰면 다시 무뎌지기도 해요. 너무 걱정 말고 진통제 처방해 줄 테니 경과를 보시죠"

 "정말 다행이네요. 수술했던 곳이라 얼마나 놀랬는지. 감사합니다 선생님"

 "잘 찾아오셨어요. 수술하고 시간도 꽤 지났고, 한 번씩 이렇게 검진받고 가는 것만으로도 안심도 되고 그런 거죠. 그럼 관리 잘하시고요"


검사 결과는 내가 걱정했던 결과가 아닌 지극히 정상이라는 결과를 들었다. 그 검사 결과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아팠던 발목 부위의 통증도 많이 없어진 듯싶었고, 무겁게 짓눌렀던 마음도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몸이 새털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쩍 가벼워진 느낌이 든 건 정말 마음 탓일까 싶다.


아는 맛이 맛있는 것처럼 아팠던 병이 무서웠다. 그 결과만으로도 이렇게 가벼워지고, 통증이 줄어든 것을 보면. 없던 병도 마음먹기에 따라 생길 수도 있고, 있던 병은 치유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과정과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애를 태우는 일들이 스스로를 더 무력감이 들게도, 없던 병을 키우기도 한다. 모든 일에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기는 힘들겠지만 발생하지 않은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결과를 내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백 퍼센트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긍정적 에너지가 우리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생기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부터 걱정하면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으니 정확한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어떤 일도 경거망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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