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억바라기 May 17. 2021

또 이직하게? 선택할 수 있는 삶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만일 그때 회사를 그만뒀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까?


살면서 우린 선택의 시점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결정부터, 인생에서 다시없는 중요한 결정까지.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 당신은 결정을 위해 어떤 기준을 갖고 선택을 하는가. 어떤 사람은 실리적으로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서 결정을 하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은 평소 부러워하거나, 비교당하는 사람보다 좀 더 나은 선택지로 결정해 조금 더 우월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도 있다. 또 누군가에게 자신의 선택을 맡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장 오늘 하루만 봐도 점심을 뭘 먹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여행은 어디로 갈까 등 많은 선택의 기로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이런 많은 선택들 중에서 가볍게 선택해도 되는 일부터, 심사숙고해 어렵게 결정해야 하는 선택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나에게도 여러 번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가 되는 선택도 있고, 다시 그 순간이 되어도 똑같이 결정했을 선택의 순간도 있다.


난 현재까지 IT 관련 직군에 근무하고 있다. 많은 IT 관련 직업들 중 네트워크 보안 관련 기술직이다. 대학일 때 전공을 컴퓨터 공학으로 선택하였으면 지금 하는 일이 개발직군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컴퓨터 언어로 일, 이학년 시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컴퓨터 공학은 내 선택지가 아니지 싶다. 


난 21년 차 직장인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다섯 번째 회사다. 생각해 보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재직하는 것도 여러 번의 이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첫 직장에서 두 번째 직장으로의 이직은 갑작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능동적으로 내가 이직을 차근차근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직한 회사 인사팀의 갑작스러운 스카우트 제의로 조금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봤다. 결과가 좋아 제시받은 연봉액에 혹해서 이직을 너무 쉽게 결정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얼떨결에 이직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옮겨간 곳이라 적응도 못하고 두 달 만에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짧았지만 이직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나의 선택이었고, 기준 연봉 상승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게 당시 내 마음이었다. 게다가 두 달밖에 다니지 않았던 곳에서 지금까지도 좋은 인연으로 지내는 동료도 만났다. 


이렇게 두 번째 직장에서 도망 나오듯이 간 곳이 세 번째 직장이었다. 그곳으로 옮긴 것만 놓고 보면 내게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네 번째 직장으로 옮기게 해 줬던 징검다리 같은 선택지였다. 그러나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면 두 번째 직장을 조금 더 다니면서 더 나은 이직 기회를 고려했을 듯싶다. 세 번째 직장에서는 업무와 회사의 처우 등은 많이 아쉬운 곳이었지만 일하며 만난 좋은 인연 덕분에 네 번째 직장으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인연덕에 난 네 번째 직장에서 팀장이라는 경험까지 할 수 있었다. 물론 결과를 알고 돌아간다면 이직은 했겠지만 회사 내 중대한 결정들이 있었던 순간에서는 다른 선택을 했을 듯하다. 5년이나 다녔던 회사였다. 하지만 다시 다니게 되면 3년 정도 다닐 때 다른 곳으로 이직을 결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게는 당시 회사에서의 처음 3년까지가 가장 좋은 기억이었고, 또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많은 것을 배웠던 시기였다.


만일 이직하지 않고 세 번째 직장을 계속 다녔으면 내게는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네 번째 직장으로 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 선배로부터 당시 잘 나가던 회사의 입사 제안을 받았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기회를 다른 동료에게 양보했다. 이후 그 회사로 입사한 동료는 여전히 잘 나가는 외국계 회사의 기술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잠깐이지만 그 선택에 대한 조금의 후회를 갖게 하는 이유다. 물론 내가 그 동료 대신 입사했다고 해서 꼭 그 동료처럼 지금 외국계 회사를 다니거나, 조금 더 나은 회사를 다닌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조금은 후회로 남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지금 직장으로 이직을 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또한 크나 큰 선택의 순간이었다. 지금 직장에서는 후회하며 10년을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후회가 앞섰던 건 아니다. 처음 4~5년은 회사 다니며 이렇게 즐거워도 될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3, 4년은 내 선택에 대한 후회의 연속이다. 만일 네 번째 직장에서 몸 담고 있던 사업부가 매각될 때 팀 동료들과 함께 인수합병하는 회사로 넘어갔더라면 제안받았던 많은 조건들을 누릴 수 있었을까? 그 당시 차장이었던 내게 대표이사가 제안한 것은 인수하는 회사에 이사로의 승진과 동시에 직책(팀장)도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물론 그에 따른 연봉 테이블도 조정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선택지보다 당시에는 지금 다니는 직장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맡겨질 일이 선택을 쉽게 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선택한 직장에서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여러 번의 선택이 날 기다렸다. 관리자와의 불화로 회사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었고, 다른 회사로의 이직 제안을 고민하다 거절도 했었다. 2년 전만 해도 퇴사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었다. 당시 면접 제안이 있어서 인터뷰를 봤고, 실제 입사 제안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라는 큰 벽 앞에서 난 그저 안정이라는 현실에 안주했다. 결국 10년이 되도록 여러 고비 속에서도 지금의 직장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업무 환경과 익숙한 근무지를 선호한다. 나도 긴 시간 그런 삶을 원했던 것 같고, 새롭게 변화하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적 의식 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가슴속에는 사직서를 품고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지냈다. 스스로를 위한 위로처럼. 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을 버틴 미련함이 나의 변화 속 두려움에 대한 설명이고, 지금 놓인 현실의 방증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난 며칠 전 2년 넘게 들여다보지 않던 잡포털 사이트의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다. 여러 이유야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긴 시간을 꼭꼭 숨겨뒀던 내 작은 용기와 의지를 이제는 꺼내 놓으려 한다. 내겐 또 어떤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선택을 할 수 있는 순간을 즐기고자 한다. 앞으로도 이런 결정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내 작은 용기와 의지에 박수를 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 그 선택과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는 삶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앞으로도 감사하며 살 것이다. 난 오늘도 사소한 선택으로 고민하고, 또 지난 결정을 후회하며 산다. 

이전 08화 월급을 포인트로? 우린 주식으로 줬는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