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 배우가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다. 그녀는 재치와 위트 그리고 돌직구 같은 말들로 이슈가 되며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중이 사랑하는 배우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요즘 그녀는 가장 핫한 아이콘 중 하나이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50년 넘는 그녀의 연기 인생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녀의 과거 영화 또한 줄줄이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TV 영화 채널을 돌리다 보면 그녀의 영화를 자주 접하곤 한다. 그녀는 긴 시간 동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모의 아이콘도,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섰던 노이즈 아이콘도 아니었다. 오랜 시간 연기자로서 삶을 살아왔고,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윤여정만이 할 수 있는 역할로 소화해 내는 것을 보며 박수를 보내며, 경외심을 표한 후배들도 많을 것이다. 일흔이 훌쩍 넘은 노년의 배우가 그녀의 커리어나 연륜과는 어울리지 않는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것 또한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연기에만 매달려 온 그녀를 알아본 여러 시상식들이 드디어 그녀의 가치를 알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최근에서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사랑한 일을 꾸준히 지켜낸 한 여배우의 인간 승리다. 그녀의 열정과 꾸준함은 언젠가는 그 어떤 사람보다 가장 빛이 날 때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 자랑스러운 사건이다.
하지만 난 오늘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파면서 무언가 이루어내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늘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나이가 젊든 아니면 들어서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 도전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연히도 최근에 내게 이런 용기와 희망을 주고, 큰 감동까지 선사했던 드라마가 있다. 난 원래 장르물이나 로맨틱 코미디, 액션 장르의 드라마를 많이 찾아서 보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 작품은 시작했던 드라마의 폐지 결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시청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처음 보게 된 3회를 시작으로 난 지난주 완결될 때까지 한 번을 제외하고는 매주 그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당분간 내게는 매주 월요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했던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을 그린 사제 듀오 청춘 기록 드라마이다. ( 출처 : tvN )
극 중에서 주인공 심덕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집배원으로 일하면서 오랜 시간 가장의 짐을 지고 가족을 지켜왔다. 은퇴 후 자신이 처음으로 하고 싶은 발레를 시작하게 되면서 드라마 속 이야기는 전개된다. 드라마에서 발레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것도 신선한데,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하고, 그 발레로 노년에 새롭게 꿈꾸는 삶을 그려나가는 게 내겐 너무 감동적이었다.
극 중 심덕출 할아버지 나이는 일흔이다. 그 늦은 나이에도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위해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극 중 할아버지의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의 나를 반성했다. 이제 고작 22년을 달려온 직장 생활 그리고 내 나이 아직 쉰도 넘지 않은 시간에서 난 새롭게 시작하는, 혹은 변화된 환경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난 매너리즘에 빠져도 될 만큼 전문적인 직군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생산직에 속해 있지도 않다. 게다가 특별한 무언가로 다져져 오랜 기간 갈고닦는다고 장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지금 하는 일은 익숙해지면 조금은 편해지는 것 말고는 딱히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하고 싶던, 꿈꾸던 일이 아닌 그런 비생산적인 일을 하며 나의 직장 생활 퇴사의 카운트다운만을 하루하루 손꼽고 있는 모습이 얼마 전까지 비친 내 모습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은 안 오더라고. 그냥 지금 시작하면서 채워. 무작정, 부족해도 들이밀어.
- 나빌레라, 심덕출 할아버지 대사 중 -
몇 년 만에 현재의 자리에서 툭툭 털고 날고 싶어 졌다. 늘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왔던 그 현실에서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로 변화를 꿈꾸게 됐다. 아직은 확신도 없고, 조금 걱정도 많이 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어떤 일이 생기는지 궁금해진 난 이제라도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나빌레라의 심덕출 할아버지처럼 날아오르기 위해. 내 인생 앞에 몇 번 더 도전의 기회는 주어지겠지만 난 이번이 그 첫 번째 출발이라는 생각으로 내일을 준비할 생각이다. 더 많은 도전을 꿈꾸는 앞으로의 나를 위해, 내일로 날아오르는 하루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