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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Oct 23. 2020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난 이유

담양 가는 길 위에서

여행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혼자만의 여행을 준비한다. 그래 봤자 혼자 여행을 시작한 건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있는 해봤자 처음 한 번의 여행은 제주도 출장길에 묻어간 여행이라 오롯이 여행 자체의 즐거움을 주기에는 부족했었다. 그렇게 따져보니 혼자만의 여행을 목적으로 가는 여행다운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 처음은 아내의 권유였다. 긴 스트레스로 지쳐있던 내게 아내는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권했다. 그것도 세상 태어나 처음 겪는 '나 홀로 여행'. 고민은 했지만 결심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렇게 날 위한 이벤트는 시작됐다. 


처음 나만의 여행을 권유받고 막상 고민할 때만 해도 이런 혼자만의 여행이 낯설었다. 한편으로는 막상 떠나서 심심하거나, 무료할까 봐 걱정이 컸었다. 하지만 막상 떠났던 혼자만의 첫 번째 여행은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과는 무언가 또 다른 느낌을 줬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몇 달 동안 묵혔던 스트레스와 체증이 씻겨나가 힐링이 된 느낌이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올해로 어느덧 세 번째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이젠 빠질 수 없는 이벤트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시점에는 맡고 있었던 큰 프로젝트가 끝났다. 그래서인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조금 더 여행 자체에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기분 좋은 1박 2일이 될 것 같다.


사실 작년 제주 올레로 계획을 잡았지만 태풍이라는 변수와 나의 조급함으로 여행을 그르칠뻔했다. 아마 그 여행을 가지 못했다면 올해 여행 또한 가볍게 떠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내의 조언과 따뜻한 말로 난 여행 계획을 변경한 끝에 만족할만한 여행을 다녀왔고, 올해도 짧지만 의미 있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년에 이어 여행 목적지를 제주 올레로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제주로 몰린다는 이유로 평소에 가보지 않던 여행지를 물색했다. 여러 차례 고민 끝에 결정된 최종 여행지가 전라남도 담양이다. 담양은 걸어 다니면서 좋은 경관을 구경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잔 하는 'Slow'에 적합한 여행지 같았다. 내 입맛에 맞는 '담양'이 작지만 느낌 있고, 조용하지만 색다른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처음 방문할 담양의 명소는 죽녹원이 될 듯하다. 죽녹원을 기점으로 관방제림과 방송에서도 많이 소개된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을 산책 후 담양호를 끼고 걸을 수 있는 용마루길 산책로를 산책할 예정이다. 물론 용마루길로 출발하기 전에 담양의 맛집을 찾아 든든한 점심으로 내 배와 마음을 한껏 채울 생각이다. 점심을 먹으며 가볍게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내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행을 더 기분 좋게 할 윤활유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용마루길을 산책 후에는 다시 담양 시내로 들어와 메타프로방스에서 따뜻한 차 한잔으로 가을 오후 한때를 즐길 생각이다.  카페에서 브런치에 쓸 글귀를 조금 다듬고서 숙소인 창평 슬로시티로 이동해 한옥 고택에서 1박을 할 예정이다. 마을의 슬로건이 '슬로시티'라 내 여행과 맞아떨어져 숙소도 이곳으로 잡았다. 오래된 고택에서 넓은 마당을 산책하며 늦은 밤에는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많은 별들을 보며 잠을 청해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이튿날은 일찍 기상해서 1일 차에 보지 못했던 마을 어귀를 돌아볼 것이다. 곳곳이 문화재이고, 오래된 고택이기 때문에 마을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듯하다. '슬로시티 창평마을'을 모두 구경하고 나면 창평에서 유명한 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계획이다. 든든하게 배가 차면 담양에서의 마지막 행선지인 명옥헌원림을 찾아갈 것이다. 아담한 정자와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며 여행의 마지막을 깊이 사색하며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물론 시간이 허락하면 소쇄원까지 둘러보고 오고 싶지만 광주역까지 나와 KTX를 타야 하는 일정이라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많지 않다. 가급적이면 서두름 없이 '천천히' 하는 여행이라 잡아놓은 일정은 여기까지이다. 




이 글은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출발점 KTX 용산역에서 발행하는 글이다. 내 여행 시작의 설렘을 고스란히 담아보려고 쓴 글이고, 여행의 이유를 다시 찾아보는 글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들뜬 마음을 맘껏 글에 뿌려 보았다. 물론 여행을 가서 보고, 듣고, 느낀 나만의 감정은 고스란히 다시 후기에 남길 계획이지만, 미리 계획한 것과는 다르게 오늘의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난 아쉬워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여행은 그냥 여행으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까. 난 다만 여행의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지만 그 여행 자체목적을 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여행을 즐길 뿐이지.

그래서 여행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용산역 출발 KTX / 커피&책(이하루 작가의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왜 내가 이렇게까지 혼자 떠나는 여행 예찬을 하며 들떠있는지를 여러분도 떠나보면 그 이유를 더 잘 알 테니 오늘 당장이라도 한번 계획해 보면 어떨까요. 벌써 설레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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