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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Oct 07. 2020

다들 가면 한 두 개정도는 가지고 살잖아요

당신의 온 앤 오프(On & Off)는 어떤가요

당신의 온 앤 오프는 어떤가요


요즘 TV 예능 중 하나인 온 앤 오프라는 프로가 있어서 가끔 보곤 한다. 이 프로의 기본 콘셉트는 게스트로 초대된 연예인의 두 가지 상반되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그 하나가 연예인으로서 일상의 모습(On)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본연의 모습(Off)이다. 이런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신개념 예능 프로다.  쉽게 이야기하면 출연하는 연예인이 자신이 일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여 보여준다. 이렇게 방송에서만 보이는 포장된 모습뿐만이 아닌 편안한 일반인 같은 모습까지 담아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소개하는 프로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도 많이 개인 방송을 하지만 연예인도 유튜브를 통해 방송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래서 그들의 일상이 크게 신선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 게스트들이 있다. 그들로 인해 신선함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다른 방송과 차별화되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시점에서 나의 온(On)은 어떠한 모습일까?


아마도 30, 40대 직장인들의 일상의 모습(On)은 비슷하게 시작될 것이다. 출근 시간에 맞춰서 기상하고, 서둘러 출근 준비해서 7시 전후로 집을 나설 것이다. 전날 업무 피로나, 회식 숙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몸을 억지로 만원 지하철에 밀어 넣고 시작하는 아침일 것이다. 지친 기색 역력한 모습으로 출근길부터 피로는 쌓이고, 운이 좋아 앉아갈 자리를 확보한 사람들은 짧게나마 쪽잠을 청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이런 남들과 같은 출근길을 거부했다. 예전 집과 사무실이 4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을 때에는 새벽 5시면 하루를 시작했다. 난 마치 미라클 모닝을 지상 과제인 것처럼 이른 기상을 선호했다. 이른 시간이라 깨지 않은 몸을 근처 헬스장에서 예열하고, 단련하는데 아침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시작한 아침은 출근 준비가 끝나면 매일 같은 시간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출근하는 열차 안에서도 짧은 시간이지만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업무 시간에도 외근을 즐겼던 나는 고객이 찾지 않아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는 열의를 보였다. 가끔은 이런 고객들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받고, 칭찬도 여러 차례 들었다. 나의 온(On)으로서의 모습은 늘 완벽함을 추구했다. 일 자체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런 하루하루가 즐거워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시기를 받았던 적도 많았다.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면 프로젝트 완료 시점에는 언제나 고객, 협력사 할 것 없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후한 칭찬은 결국 윗사람 귀에 들어갔고, 이런 성실함과 외향적 성격으로 다음 사업에도 영향을 주는 일이 종종 생겼다. 이럴 때마다 번번이 영업 담당자는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 번은 대전 프로젝트 종료 후 고객이 서울에 있던 나를 꼭 참석시켜 달라고 영업에게 공식 요청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무척이나 내 자랑을 긴 글로 풀어놓아서 쑥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팩트이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MSG'가 아니냐는 의심을 갖지는 마시라. 다만 이런 모습은 딱 4년 전까지의 내 모습이다. 최근 4년은 내게서 이런 모습을 찾는 게 어렵게 됐다. 물론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건 아직까지 지켜지는 나의 온(On) 시간대에 행하는 나의 오프(Off) 모습 정도여서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럼 지금의 온(On) 모습은 어떨까?


딱 더도 덜도 말고 40대 직장인의 모습 자체이다. 절대 40대 일반적인 직장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명백히 밝히는 바이다. 사옥 이전으로 출근 거리가 멀어지고 난 미라클 모닝과 아침 운동을 접었다. 그냥 출근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기 급급해져서 아침은 늘 바쁘다. 다만 이른 시간에 출근 지하철을 타다 보니 앉아서 가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앉아 간다고 몸을 접어서 잠을 청하지는 않는다. 내겐 아직까지 독서의 열의가 남아있어서 출근 시간은 좋은 독서 시간으로 아직까진 활용 중이다.


예전과는 달리 출근하기 싫은 날이 많아졌다. 업무가 많이 바뀌었고, 좋아하던 외근이 없어졌다. 업무도 익숙해지지 않는 데다가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내게 사람 만나 일할 기회가 없어졌다. 그래서 출근이 더 싫어졌다. 업무가 치일 정도로 많았을 때에도 짜증은 났지만 일이 싫지는 않았고, 해결이 되지 않는 일도 스스로에게 짜증 낼 일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일이 풀리지 않으면 나 자신에게 짜증을 내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오더 한 관리자에게 짜증이 난다. 하루에도 열두 번이 넘게 퇴사를 결심한다. 물론 실행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을 하다 보니 능률도 오르지 않고, 보람도 없다. 그래서 업무 숙련도 안되고, 불평불만만 가득한 아마추어 불편러정도 상태다. 이런 모습이 최근 내 온(On)의 모습이다.



그럼 나의 오프(Off) 모습은 어떠한가?


나의 오프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할 수도 아니면 다를 수도 있다. 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낙으로 알만큼 가족과의 시간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들은 나이가 들수록 인맥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난 늘 이 인맥관리가 서툴다. 그냥 현재를 충실히 보내는 스타일이다. 나는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자주 자리를 갖는다. 매니저를 일찍부터 시작해서인지 동료, 후배들과의 자리가 나에겐 중요한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전우애까지 생각나며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물론 인맥관리를 일부러 하지는 않지만 과거 일 잘하고, 좋았던 성격덕에 직장동료나 선배들로부터 호출을 빠지지 않고 받는다. 매번 참석은 어렵지만 그래도 가급적 찾아주면 가는 주의다.  


물론 난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는 시간을 더욱더 보내려고 한다. 나의 오프(Off) 시간 중 8할 이상은 나의 가족과 함께 하려고 한다. 일주일 중 한 번 이상은 절대 외부 약속을 잡지 않고, 술자리가 생겨도 신데렐라처럼 12시가 되기 전 귀가는 기본이다. 과거 20, 30대 혈기 왕성할 때에는 이기지도 못할 술을 폭음하여 집을 못 찾아 헤맸던 적도 있고, 길에서 쭈그리고 잠이 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이런 나의 음주습관은 스스로 철저하게 단절시켰고,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약속은 만들지 않았다. 가사 분담이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생각을 갖은 지 오래다. 하루 종일 집안일에 지친 아내를 위해 저녁 준비도 함께 하고, 설거지는 항상 도맡아 하려고 애쓴다. 식사 후에는 30분 이상은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하는 편이고, 아내와도 회사 안팎의 이야기로 일상의 모습을 가감 없이 공유한다. 


주말에는 함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맛있는 걸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가족들과의 시간을 뺏은 글쓰기라는 나의 습관이 한 가지 더 생겼다. 하지만 아이들도 많이 컸고, 아내도 내가 즐거워하는 취미라 나만의 오프(Off ) 시간으로 양보하는 눈치다.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40대 직장인인 나에게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지키고 싶은 오프(Off ) 스케줄이 몇 년 전부터 생겼다. 그건 바로 혼자만의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과 아무 생각 없이 나만을 위한 여행이라는 의미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물론 올해도 10에 이런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여행을 가서 느끼는 감정과 돌아와서 비워낸 깨끗해진 나를 보면서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우린 서로 다른 일상을 살아가지만 주어진 시간은 모두 24시간 동등하다. 물론 하는 일에 따라서 24시간이 48시간처럼 지루하게도 느껴질 수도 찰나처럼 느낄 틈 없이 빠르게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체감의 문제이지 주어진 시간은 모두 평등하게 흐른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진리다. 이런 시간에서 어떤 가면을 쓰고 우린 일상의 온(On)오프(Off)의 경계를 오가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런 가면의 의미가 누구를 속이기 위한, 가식적인 의미로써의 쓰임은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며 우리가 듣는 여러 가지 단어들과 결부해 보면 궁핍하지만 이런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단어들이 많다. 멀티플 페르소나, 워라밸, 삶의 균형 등과 같이 온과 오프 경계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단어들이다.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을 찾아 균형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살면서 가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한 개의 가면만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양한 활동을 하는 요즘 현대인들은 여러 개의 가면으로 자신의 활동에 맞는 온 앤 오프의 균형을 잘 맞춰가는 것 같다. 당신의 페르소나는 몇 개인가? 당신의 온 앤 오프의 경계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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