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
클레어 키건은 무수한 의미를 압축해 언어의 표면 안으로 감추고 말할 듯 말 듯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고 미묘하게 암시한다 두 번 읽어야 알 수 있는 것들, 아니 세 번, 네 번 읽었을 때야 눈에 들어온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독자들도 이 책은 천천히 가능하다면 두번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얼핏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처음 읽을 때는 가볍게 아주 쉽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옮긴이(홍한별)의 말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사소한것이 사소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읽다보면 무심한 듯 말하지만 곰곰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게 뭘까? 궁금해서 그래서 두번 읽었습니다 그제서야 작가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조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간을 내서 다시 한번 읽을려고 합니다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그렇다고 느꼈습니다 오늘 한일은 어제 생각한 일이고 오늘은 내일 할일을 생각합니다 쉼 없이... 여기서 잠깐 하고 잠시 멈춰서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잠시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면 뇌를 쉬어주는것도 필요합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똑같은 일이 날이면 날마다 반복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같은 일과가 매일 반복되는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펄롱처럼 같은 나날이 반복되는것에 자신이 발전하고 있지 않다는 자각이 들면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어 그냥 생각만 많아질뿐입니다
펄롱은 수녀원에서 본 아이를 생각했다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관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 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알면서 애써 외면한일이 두고두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자꾸 생각이 납니다
'그 때 이렇게 행동했더라면....' 하고 후회를 하면서 ... 이런 경험은 살면서 누구나 겪지 않을까 합니다
휘말리기 싫어서 또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귀찮아져서 애써 모른척 했던 '위선자'라는 말에 반성해봅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얇은 두께의 책이지만 문장이 주는 예리함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펄롱의 결심을 읽는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으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걸 펄롱은 알았다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 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펄롱은 애써 외면했던 수녀원에서 학대 받은 아이를 수녀원에서 데리고 나와 집으로 데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아이로 인해 일어날 여러가지 일이 발생하겠지만 아이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충분히 견뎌낼 수 있고 해쳐나갈 수 있을것입니다 펄롱이라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