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garotti winery
토스카나 및 움브리아 지방에서는 반드시 아그리투리스모와 와이너리 투어를 하겠다고 계획했다. 어떤 와이너리가 좋은지,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구글 창을 켜놓고 <토스카나 와이너리> <움브리아 와이너리>를 몇 번이나 검색했었는지 모른다. 그 많은 소규모 와이너리 중에서도 개인 방문도 투어를 해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럴 때는 무대뽀 정신이다. 다 컨택해보는 수밖에.
몇 개의 와이너리 리스트를 고른 후 내가 하고 싶은 와이너리 투어 및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고른 후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두어 군데는 거절당했고 최종적으로 예약 컨펌을 받은 곳은 룽가로띠 와이너리였다. 글쎄, 우리가 다른 와이너리의 컨펌을 받았다면 코스트코에서 룽가로띠의 와인을 봤어도 스쳐 지나갔을 테지만 이렇게 인연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작으면서도 컸던(?) 와이너리는 아주 한적했고 단체 투어 하나 없는 와이너리였다. 오, 역시 이번 선택도 매우 잘했다며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갔다. 와이너리 투어를 먼저 진행하겠다며 투어가이드를 소개해주었다. 와인을 만드는 순서대로 투어는 시작되었는데 그 첫 번째는 포도밭 구경이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포도밭은 태양을 아주 잘 받을 수 있는 곳이었고, 그래야만 포도가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해진다고 했다. 와인용 포도는 실제로 먹으면 아주 신맛이고 우리 지방의 비옥한 땅과 햇볕으로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
포도는 씨와 껍질을 버리지 않고 모두 으깨며 그 후에는 필터를 하여 오크통에 숙성시킨다고 했다. 그 오크통은 실로 컸고 내 키를 훌쩍 넘어서는 크기였다. 오크통은 주문제작의 방식으로 들여오며 오크통과 온도, 습도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진다고 했다. 오크통 실은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처럼 서늘했다. 여행 메이트는 나중에 한 말이지만 이런 창고 같은 곳에서 우리를 감금할까 봐 무서웠다고 했다.
오크통이 줄지어 늘어선 곳은 실로 장관이었다. 이 정도가 소규모 와이너리라면 큰 와이너리는 공장급이겠다는 예상을 하며 병입 과정을 하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이 곳의 시스템은 아주 오래되었다고 했다. 컨베이어 벨트로 이어진 병을 옮기는 기계는 나이를 먹었지만 클래식함이 느껴졌다. 이 와이너리의 중후함을 엿볼 수 있는 코스였다. 샴페인들 같은 경우에는 기포를 빼야 하기 때문에 거꾸로 세워놔야 한다고 했다. 이후 언제 만든 와인인지 써놓고 보관하기!
창고의 안쪽에는 각 연도별 와인이 있었는데 어떤 와인은 1960년대생이었다. 와이너리 소유주가 꼭 이렇게 각 연도별 와인을 몇 병씩은 빼놓는다고 했다. 눈으로 내가 태어난 해에 함께 만들어졌을 와인도 있을지 찾아보았다. 세월의 흔적을 가지고 있지만 꼼꼼하게 정리된 와이너리의 창고는 인상 깊었다.
대망의 와인 테이스팅은 3가지로 이루어졌다. 12유로에서 25유로 사이에서 테이스팅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다. 간단한 플레이트도 제공되었다. 여기서 마시는 테이스팅은 정말 맛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폭음은 절대 불가.
와인 테이스팅은 가장 보편적인 와인부터 좀 더 고급의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었다. 어떤 맛이 날 거라는 설명을 듣고 마시니 정말 그런 맛이 나는 것 같았다. 프루티 하다면 프루티 해 보였고 초콜릿 맛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런 것 같았다. 아무려면 어떨까, 경험만으로도 충분하고 좋았다.
아가를 임신하고 있을 때 코스트코를 둘러보던 중 룽가로띠 마크를 발견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우리나라의 한 와인 수입사에서 룽가로띠 와인을 들여왔고 코스트코 MD 또한 룽가로띠 와인을 픽한 것이다. 가격도 이탈리아에서 10유로 정도인데 14990원으로 들어왔으니 환 차이 또한 거의 없다. 룽가로띠에서 설명받았던 가장 대중적인 와인이었는데 와인 띠지가 기억에 남았던 까닭에 곧장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당시 와인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여행 메이트에게 시음해보라고 권했다.
"과연 룽가로띠야."
이후 우리는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L'U 와인을 꼭 사 온다. 이만한 가성비 와인이 없다. 아가를 건강하게 출산하는 것만큼 기다렸던 것이 루 와인을 마시는 날이었다. 50일간의 유축 생활 후에 마셔 본 와인은 개꿀맛이었다. 어떤 날은 이태리 분위기를 낸다며 있는 치즈 없는 치즈 다 꺼내서 플레이팅을 했고, 어떤 날은 두부조림에 차돌박이구이, 그리고 동태전과 함께 마셨다. 한국식 안주에 반주는 토스카나 와인. 상당한 조합이다.
이 와인을 마실 때마다 룽가로띠를 발견해 준 와인수입사와 코스트코 MD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여행은 끝났지만 여운은 늘 남아있다. 우리는 코스트코에 토스카나를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