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옆집언니 Oct 28. 2019

양육비가 안 들어왔다.

자동이체는 폼이냐?

이혼할 때 가장 많이 이견을 보이는 문제가 양육권, 재산권인 것 같은대요

양육권이 합의가 되었다면 그다음 문제는 역시 양육비를 얼마나 줄 것인가의 문제겠죠


양육을 하고 있는 양육자의 입장에선 둘이 벌어서 아이 한 명 가르치기도 빠듯한 요즘 세상에 얼마를 준들 만족스럽겠어요.

더군다나 아이의 식사, 공부, 건강, 사소한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혼자 고민하고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서 양육비를 많이 받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게 많거든요

아이야 밥 잘 먹이고 공부 잘 가르치면 될 것이지 힘들게 뭐가 있겠냐 하시겠지만 한쪽 부모의 부재를 느껴야 하는 아이의 아픔을 온전히 보듬어주고 달래주고 이해시키면서 아이의 모든 불만과 문제들도 해결하고 들어줘야 하는 게 양육자의 입장이란 걸 비양 육자분들은 잘 모르시더라고요


둘이 길러도 아이들은 사춘기가 오면 부모를 힘들게 해요. 그럴 때 부부가 같이 고민하고 서로 다독이면서 아이를 케어해도 버거운데 그 힘든 일을 온전히 혼자 힘으로 다 받아내야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죠.

그렇다고 헤어진 전 배우자에게 그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요? 전혀!! 

대부분의 양육자분들은 전 배우자에게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것 자체를 더럽고 치사해서 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헤어진 마당에 구질구질하게 뭘 또 도와달라고 해야 해. 나 혼자서 잘 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 테다 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다른 면에서 비 양육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불만이 "내 양육비가 아이를 위해 쓰고 있는 게 맞아? 지 쇼핑하고 놀러 다니는데 쓰는 거 아니야?"라고 의심하시는 분들이 보기보다 많더라고요

난 자식도 자주 못 보고 부모로서 권한도 줄었는데 내가 굳이 양육비까지 줘야 해? 나도 먹고살기 바쁜데?라는 무정한 비양 육자분들도 은근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혼한 분들 중에 양육비를 끝까지 다 받으시는 분들은 적으신 것 같았어요

카페 들어가서 보면 1년에서 3년 정도는 꾸준히 지급하다가 드문드문 늦어지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중단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더라고요. 상식선에서 부모로서 최소한의 도리인데 그걸 떼어먹을 수가 있냐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진다 보면 자식에 대한 의무나 부모로서의 책임을 잊고 사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많은 양육자분들은 그래서 양육비 자체를 받아내는 걸 포기하게 되기도 하시더라고요

받아내려면 받아낼 수 있죠. 도움되는 제도들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너무 오래 걸리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피해 가는 양육자분들도 많아서 쉽지 않아서 중도 포기하시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저 또한 이혼하는 과정에서 양육비를 책정하고 양육비 지급에 있어 불안함이 있었어요

전 남편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감언이설로 전남편의 심중을 흔드는 사람들이 분명 생길 꺼란 걸 알고 있었거든요. 또 언젠가 그가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새로운 배우자와 아들에 대한 양육비로 분쟁이 생길 때 그가 과연 아비로써의 최소한의 도리라며 그 여인을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었거든요.

어떤 경우에도 늘 본인이 먼저였던 사람인지라 설령 그것이 자식이라고 한들 본인보다 먼저 서진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죠.


같이 사는 동안 그는 꽤 자식에게 지극한 사람이었어요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자식사랑. 아니 자식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학부모 상담은 당연하고 아이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아무리 돈이 없어도 반드시 사줘야 하고, 그것도 기죽지 말라며 늘 최고로 사주곤 했죠.

물론 그것은 그가 표현하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겠지만 저랑은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간혹 다툼이 되기도 했지만 그냥 그 사람이 하는 자식사랑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표현이 서툴렀어도 그는 분명 아들에 대한 사랑이 충만했습니다 

그랬던 그 사람도 이혼을 하고 눈에서 멀어지니 조금씩 아들과도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그리 치사한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양육비만큼은 꼬박꼬박 자동이체로 보내오곤 했습니다

물론 그래 봐야 이제 겨우 1년이니 좀 더 지켜볼 일이긴 했죠.


그런데... 이번 달 양육비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전을 보내고 오후가 되었는데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양육비 문제로 트러블이 있었던 지라 괘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양아치 같은 사람이어도 양육비만큼은 안건 드릴 사람이라 믿었는데 급기야 네가 갈 때까지 가자는 것이냐며 속으로 부글부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사람은 아닌데. 분명 양육비 입금을 안 하면 내가 어찌 나올지 알 텐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했습니다.

(사실 양육비 문제로 전화하는 게 진짜 치사해서 안 하력 했지만 그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전화를 했습니다.)


안 받습니다. 한 시간 후에 또 전화했습니다. 안 받습니다.

카톡을 보냅니다 " 양육비 안 들어왔다. 알고 있냐?"

1 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젠 화를 넘어 걱정이 살짝 됩니다. 이렇게 연락이 안 되지는 않았는데...

그러다 짐작 가는 바가 생겼죠.  이게 15년 같이 산 사람의 짬이라고 할까요?


낚시겠구먼...




두어 시간 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남 : 전화했었어?

여 : 양육비 안 들어왔다. 알고 있냐?

남: 그럴 리가 있냐? 다시 확인해봐

여: 내가 두 번 받아먹을라고 전화했겠냐? 안 들어왔어. 자동이체 풀린 거 아니야?

남: 그게 풀리기도 해?

여: 확인해봐 1년 돼서 풀린 거 같아. 안 줄 거 아니면 자동이체 좀 길게 걸어. 

남: 알써 확인해보고 보낼게.. 근데 너 그거 때문에 전화했냐? 

여: 그거 아님 전화할 일이 있어? ㅋㅋ왜 당황하냐?  너 여자랑 있구나..."오빠~~~~~~~~~~~~~"하고 소리지르기 전에 양육비 보내라  ㅋㅋㅋㅋ

남: ㅋㅋㅋ  그래 나 여자랑 있다 어떻게 알았냐? ㅋㅋ 여자가 나 총각인지 안단 말이야. 전화하지 마..ㅋㅋㅋㅋ

여: 장난하냐? 네가 어딜 봐서... 너 그거 범죄다..ㅋㅋ 

남: ㅋㅋ 형님들이랑 낚시 왔어. 전화 끊어 나 바빠..


그렇게 양육비 사태는 끝이 났습니다.


양육비는 전 배우자에게 주는 용돈이 아닙니다.

양육자는 양육비보다 더 많은 수고와 노력으로 자녀를 기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물론 아닌 경우도 보긴 하였으나 그것은 부부들이 각자 해결할 특수사 항일 테니 패스)


양육자는 비양육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의 아픔을 보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당신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감내하는 고민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비양육자가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인 양육비를 아깝게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이혼을 한건 당신의 배우자와의 문제이지 자녀와 부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배우자의 도리는 이제 끝났어도 부모로서의 도리는 반드시 하시길 바랍니다.


비 양육자는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양육자분들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자식들의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하며, 아이의 하루하루의 일상들과 멀어짐을 불안해하고 있고 안본새 훌쩍 자란 모습만큼 멀어진 사이를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양육비를 주는 사람이 아닌 그들도 내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반드시 아이들에게 그들의 존재가 잊히지 않도록 노력해주시는 게 아이에게도 빈자리를 줄이는 길일 것입니다.

비양 육자분들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필연적으로 심리적 거리도 만드니까요.

그러니 그런 불안함과 섭섭함도 양육자분들이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 의견이 모든 분들에게 적용되진 않을 거예요

분명 상식이 통하지 않는 배우자들이 존재하기도 하니까 그런 분들은 이미 일반적인 어떤 말로도 이해시킬 수 없으니 패스하도록 할게요


이전 08화 이혼은 결혼의 실패일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