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보시는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저는 양육에 있어서는 전남편의 자리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거나, 아이 아빠로서 관심 가져하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오면 늘 대답해주고 상의도 하는 편입니다
비록 남편과 남이 되었지만 아이의 아빠로서 역할은 변한 게 없으므로 그 정보들 또한 마땅히 아버지로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원을 정할 때나, 성적이 나왔을 때, 학교에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할 때는 미리 일정을 알려주는 편입니다
꽤 많이 협조한다고 생각했음에도 양육관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던 지라 늘 의견 마찰이 생기곤 합니다
저는 아이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실패도 해보고 좌절도 겪어보고 맘고생도 해봐야 부모가 없어도 스스로 단단하게 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스스로 하길 원합니다
대부분의 문제를 아이와 상의하고 아이가 결정한 대로 지지해주는 이유도 실패했을 때 본인 결정의 어떤 부분이 잘못된 건지 깨닫고 다음번 선택 때 좀 더 신중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반면 전남편은 아직은 미성숙한 청소년이니 부모가 적당한 개입을 해서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막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금 시기는 부모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남편과는 결혼생활 중에도 많은 양육관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이었고 아이에게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지켜주고 싶어서 많은 부분 저의 의견을 접고 전남편의 의견에 따라줬습니다
그래서 불만이 많이 쌓였기도 했지만...
단독 양육권자가 되고 가장 기대했던 건 이제 아이를 조금 더 나의 방식으로 양육할 수 있겠구나 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와 상의하고 부모가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는 궁극적 독립 인격체로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남편은 싫어했던 경제교육도 미리 시키고 아이가 알 필요 없다고 했던 정치문제나 잡다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판단 결과를 지켜보면서 세상 보는 눈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전남편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지금 아이는 공부에 매진할 때이고. 학생으로서의 본분 외에 다른데 신경 쓸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판단은 미숙하고 결과가 안 좋을게 뻔한데 왜 그 결정을 하게 두냐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매번 제 양육태도와 공부 방식에 맘에 들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아이의 시험성적
뭐 아비로써 성적에 불만을 갖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보지도 못한 아이의 공부 태도를 단정 지어 "게임을 그렇게 하니 성적이 나올 리가 있겠냐"며 비난을 할 땐 화가 너무 났습니다
아이 스스로가 가장 상심했고 그래서 중간고사에 뭘 잘못한 건지 문제점을 분석하고 고쳐보겠다고 저랑 말을 다 마친 상태였는데 마치 아이에게 관심도 갖지 않고 놀 도록 내버려 둔 제 잘못이라는 듯 비난하는 게 적잖이 화가 났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아이의 귀가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은 늘 학교와 학원을 반복하고 주말에도 학원 수업이 있었기에 친구들과 만나서 놀 시간이 없었습니다
같이 게임하며 고민을 나누던 친구들이 모두 다른 학교였기에 아이는 시험이 끝났지만 다른 친구들이 모두 시험이 끝나는 수요일 저녁에 만나서 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