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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y 06. 2022

양육 간섭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글을 보시는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저는 양육에 있어서는 전남편의 자리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거나, 아이 아빠로서 관심 가져하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오면 늘 대답해주고 상의도 하는 편입니다


비록 남편과 남이 되었지만 아이의 아빠로서 역할은 변한 게 없으므로 그 정보들 또한 마땅히 아버지로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원을 정할 때나, 성적이 나왔을 때, 학교에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할 때는 미리 일정을 알려주는 편입니다


꽤 많이 협조한다고 생각했음에도 양육관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던 지라 늘 의견 마찰이 생기곤 합니다


저는 아이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실패도 해보고 좌절도 겪어보고 맘고생도 해봐야 부모가 없어도 스스로 단단하게 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스스로 하길 원합니다


대부분의 문제를 아이와 상의하고 아이가 결정한 대로 지해주는 이유도 실패했을 때 본인 결정의 어떤 부분이 잘못된 건지 깨닫고 다음번 선택 때 좀 더 신중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반면 전남편은 아직은 미성숙한 청소년이니 부모가 적당한 개입을 해서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막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금 시기는 부모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남편과는 결혼생활 중에도 많은 양육관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이었고 아이에게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지켜주고 싶어서 많은 부분 저의 의견을 접고 전남편의 의견에 따라줬습니다

그래서 불만이 많이 쌓였기도 했지만...


단독 양육권자가 되고 가장 기대했던 건 이제 아이를 조금 더 나의 방식으로 양육할 수 있겠구나 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와 상의하고 부모가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는 궁극적 독립 인격체로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남편은 싫어했던 경제교육도 미리 시키고 아이가 알 필요 없다고 했던 정치문제나 잡다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판단 결과를 지켜보면서 세상 보는 눈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전남편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지금 아이는 공부에 매진할 때이고. 학생으로서의 본분 외에 다른데 신경 쓸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판단은 미숙하고 결과가 안 좋을게 뻔한데 왜 그 결정을 하게 두냐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매번 제 양육태도와 공부 방식에 맘에 들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아이의 시험성적

뭐 아비로써 성적에 불만을 갖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보지도 못한 아이의 공부 태도를 단정 지어  "게임을 그렇게 하니 성적이 나올 리가 있겠냐"며  비난을 할 땐 화가 너무 났습니다


아이 스스로가 가장 상심했고 그래서 중간고사에 뭘 잘못한 건지 문제점을 분석하고 고쳐보겠다고 저랑 말을 다 마친 상태였는데 마치 아이에게 관심도 갖지 않고 놀 도 내버려 둔 제 잘못이라는 듯 비난하는 게 적잖이 화가 났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아이의 귀가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은 늘 학교와 학원을 반복하고 주말에도 학원 수업이 있었기에 친구들과 만나서 놀 시간이 없었습니다

같이 게임하며 고민을 나누던 친구들이 모두 다른 학교였기에 아이는 시험이 끝났지만 다른 친구들이 모두 시험이 끝나는 수요일 저녁에 만나서 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저녁 5시 모임이었다는 겁니다

(아이는 7시에 들어오겠다고 했었고 저는 2시간정도는 놀수있지의 관점이었고 전남편은 7시면 너무 늦은시간이다라는 차이점이 생겼습니다)

아이는 친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겠다고 했었고 그래서 저는 재밌게 놀고 오라고 반갑게 인사하며 보냈지만 남편은 시험 끝난 아들에게 맛난 거라도 좀 해주고 엄마로서 챙겨줄 순 없었냐며 저에게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매일 저녁을 제 손으로 챙겼고 저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약속도 잡지 않으면서 아이를 케어했는데 그런 식의 비난을 들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전남편에게 5시는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 나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였고, 저에게 5시는 친구들과 만나서 저녁 먹는 게 아이는 더 즐겁겠다였습니다


한바탕 말싸움이 오가고 난 후 도대체 비양육자가 왜 주양육자의 양육방식이 이렇게 나 사소한 거까지 간섭을 하는 건가 화가 났습니다


내가 이 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고려했던 것이 화근이 된 것인가?

애초부터 양육에 간섭 따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싸워서 이겼어야 했나?

도대체 아빠로서의 권한을 요구하는 그는 아빠로서의 책임은 다 하고 저러는 건가?

오만가지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비 양육자의 간섭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아이를 위해서 엄마인 내가 아무리 채워주려 해도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이 있고, 또 아이에게도 아빠라는 존재가 필요해서 양보하고 그의 자리를 지켜준 건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아예 간섭을 못하게  처음부터 상처가 나더라도 싸워냈어야 했던 건가?


이혼을 하면 더 이상 부딪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 문제에서 만큼은 여전히 싸움 중입니다


심한 말들이 오갔고 아이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을 끊었지만 내내 화가 났습니다

아이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양육비를 보내주는 것 말곤 아무 양육도 하지 않고 있는 전남편이 왜 간섭을 하는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에겐 양육비를 보내는 행위에 양육에 관여할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긴 다툼 끝에 전화를 끊고 부글거리는 속으로 앉아있는데 1시간여쯤 지나서 전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가 아까는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너한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데 미안하게 생각한다. 맘이 편치 않다 라는 얘기였지만 사실 매번 반복되는 사과라서 그다지 와닿진 않습니다.

싸우는 것도 이젠 지겨워 더이상 그얘긴 하지말라.

니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잘 키우고 있으니 간섭말라

너와 나는 이제 남이니 아이의 문제가 아니면 통화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적당히 화해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혼을 했다고 자녀에게 전혀 관심을 끊는 비양육자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면접교섭도 하지 않고 자기 인생 사느라 신나서 자식도 돌아보지 않고 관심도 갖지 않는다는 글도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아이에 대한 간섭이 지나친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걸 그래도 자식은 끔찍이도 생각하는구나.. 하고 좋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넌 여전히 예전처럼 늘 누군가의 탓을 하는구나..라고 한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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