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

- 어느 아빠의 이야기 II -

by 한 걸음 더

“저, 혹시 제가 원하는 책을 빌리는 거 말고, 제가 대신 책을 빌려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건 안 되나요?”


“본인이 원하는 책이 아니라, 다른 상대방이 원하는 책을 빌리고 싶다는 건가요?”


“아.. 아뇨. 말하자면 내가 그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책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겁니다. 책으로라도 제 마음을 전달해보면 어떨까 해서요.”


“아, 죄송합니다. 저희 도서관은 본인이 원하는 책만 찾아서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직접 대화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도통 저랑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으니. 후, 어쨌든 알겠습니다.”


실망한 기색으로 목례만 하고 돌아서던 남자는 잠시 멈칫 하더니, 다시 재연을 향해 돌아섰다.


“저, 그럼 혹시 홍수아가 쓴 책을 빌릴 수 있을까요? 제 딸아이인데,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없다면 아이의 마음이라도 좀 알고 싶어서요”


“아, 그럼 따님의 책을 원하시는 거죠..?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재연은 잠시 뒤, 두 권의 책을 들고 다시 남자에게 돌아왔다.


“따님 홍수아 씨가 쓴 책들이에요. 첫 번째 책은 <아빠, 나도 잘하고 싶어>, 그리고 두 번째 책은 <이제, 그냥 다 그만 할래요>에요. 2권을 함께 빌리시겠어요?”


남자는 자신의 딸이 쓴 책들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짙은 회색과 검은색 표지의 책 겉면에는 책 제목과 지은이 홍수아 이름 석자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이게, 제 딸의 마음이 담긴 책이군요. 혹시, 이 책을 여기서 읽고 가도 될까요?”


재연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시간 가까이 꼬박 책을 읽던 남자는 아홉시가 다 되어서야 책을 덮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남자의 얼굴은 도서관에 들어올 때보다 더 초췌하고 피곤해보였다. 재연 쪽을 바라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재연에게 들어달라는 듯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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