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담은 도서관입니다 -
여전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조금은 홀가분한 표정의 남성은 마지막까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급히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던 재연은 습관처럼 또 한 번 시계를 확인했다. 9시 5분. 공식적인 도서관 운영 시간이 끝났다. 이제 정말 다 끝났구나, 뭔지 모를 허탈함이 재연의 마음에 쏟아져 내렸다.
재연은 1년 동안 도서관 내부를 채워주던 음악을 껐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한 번에 마신 재연은 빈 텀블러를 챙기고 일어섰다.
그 순간. 띠리리릭, 익숙한 기기 음이 또다시 도서관 내부를 울렸다. 소리와 동시에 출입문 쪽으로 돌아선 재연은 당연하듯 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을 알아보았다. 그였다. 1년을 기다리던 그 사람이었다.
“내가, 너무 늦었을까?”
“아니요, 아직 도서관 마감은 하지 않았습니다.”
재연은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수도 없이 상상했던 순간인데, 막상 마주한 그 사람 앞에선 평소 재연의 여유로움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출입문 바로 앞에 서 있던 그는 재연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럼, 책 한권을 빌릴 수 있을까요?”
“원하시는 책을 알려주시겠어요?”
“서재연 씨가 쓴 책입니다. 아마도 제가 꼭 읽어야할 책인 것 같아서요. 저는 김지욱입니다.”
“물론 빌려드립니다. 김지욱 씨가 저희 마음 담은 도서관의 마지막 이용자가 될 것 같네요..”
재연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지욱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그에게 책을 전하는 순간이었다. 1년 전부터 그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 간의 재연의 사정을, 재연의 마음을 담은 책이었다.
직접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는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재연은 책 반납대 아래쪽 선반에서 책 한권을 꺼내들었다. 그에게 전하고 싶은 재연의 마음을 차곡차곡 써내려간 책이었다.
재연은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들로 둘러 쌓인 도서관이 그려진 책을 지욱에게 건넸다.
“책 대여는 2주 동안 가능하지만, 저희 도서관이 오늘부터 잠시 휴관을 하게 돼서요. 책은 다 읽으시고, 도서관이 재개관할 때 다시 오셔서 반납해주세요.”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지만 재연은 또박또박 설명을 덧붙였다. 잠시 대답 없이 조용히 서있기만 하던 지욱은 재연이 건네는 책을 마침내 받아 들었다. 음악까지 꺼진 도서관 내부는 다시 조용해졌다.
8월 31일, 9시 15분. 드디어 ‘마음 담은 도서관’의 불이 꺼졌다. 도서관 앞 안내 게시판에는 마음 담은 도서관 ‘영업 종료’가 아닌 ‘임시 휴관’으로 문구가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