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화가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채
특별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없지만
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 모습에
눈물이 났다
.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나를 채워주지 못하고
어떤 바램이나 기억이 있는지도 모를 때
나는 집을 떠나서 기차를 탔다
.
되도록 멀리 가고 싶었다
그러나 집과 멀어질수록 마음은 무거워졌다
이 무게를 과연 얼마나 견뎌내고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
그렇게 멀리멀리 왔더니
바다에 도착했다
무심한 태양을 등지는 순간
나를 바라보는 내 그림자는 너무 형편없는 모양이었다
.
그 모양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그래 가끔은 내 그림자도 돌봐줄 필요가 있었다
난 그저 내 겉모양에만 집착했던 것이다
늘 나에게 말을 거는 늘 내 곁에 있는 내 그림자는
그렇게 형편없는 모양이 되었는지도 모른 채
.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렇게 난
내 그림자에게 위로를 했다
.
고마워 늘 곁에 있어줘서
그리고 좀 더 지켜줘
나도 지켜줄게
.
오늘 난 난생처음 나랑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