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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킴 Feb 08. 2022

가끔은 내 그림자도 돌봐줘야 해

엄마가 된 화가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채

특별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없지만

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 모습에

눈물이 났다

.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나를 채워주지 못하고

어떤 바램이나 기억이 있는지도 모를 때

나는 집을 떠나서 기차를 탔다

.

되도록 멀리 가고 싶었다

그러나 집과 멀어질수록 마음은 무거워졌다

이 무게를 과연 얼마나 견뎌내고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

그렇게 멀리멀리 왔더니

바다에 도착했다

무심한 태양을 등지는 순간

나를 바라보는 내 그림자는 너무 형편없는 모양이었다

.

그 모양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그래 가끔은 내 그림자도 돌봐줄 필요가 있었다

난 그저 내 겉모양에만 집착했던 것이다

늘 나에게 말을 거는 늘 내 곁에 있는 내 그림자는

그렇게 형편없는 모양이 되었는지도 모른 채

.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렇게 난

내 그림자에게 위로를 했다

.

고마워 늘 곁에 있어줘서

그리고 좀 더 지켜줘

나도 지켜줄게

.

오늘 난 난생처음 나랑 이야기를 했다


집떠난지 5시간째 내가 만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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