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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이불 요정>

by 작가서당


어느 날, 저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초대받았습니다. 그 곳은 환하고 밝았습니다. 그 곳에서 제가 본 정겨운 환상의 이야기를 이 곳에서 나눕니다. 제가 만난 따뜻한 동화 <이불 요정>을 소개합니다.


*

우리는 이불 더미 속에 사는 세 명의 소녀 요정들이야. 우리는 자매들이지. 이름은 러키, 루키, 루니. 나 러키는 바닥에서, 루키는 이불 더미 꼭대기에서, 루니는 이불 더미 중간에서 지금은 자는 척, 인형인 척. 어른들이 들어왔기 때문이지. 루니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밖을 살펴보네. 어른들이 다 갔나? 우리는 어른들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반대지. 우리는 어른들도 좋아해. 알록달록한 이불을 만들고, (어떤 것은 담요야) 척척 쌓아 이불 더미를 만들어 둔 것은 바로 어른들이거든.


우리 요정들은 감각에 뛰어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슴이 벅차올라. 난 내가 베개처럼 베고 있는 핑크빛 이불을 골랐고 루키는 남색과 베이지색 기하학적 무늬가 있는 이불을, 루니는 하늘색과 녹색이 나무처럼 펼쳐진 이불을 각각 골랐어. 이 이불들을 덮고 잠도 자는 거야. 아, 이 아름다운 채색 이불들을 만든 어른들의 솜씨라니! 그리고 아름다운 채색 이불들을 더미로 척척 쌓아 올렸지. 손님들이 오시면 언제라도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는 어른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해. 그래서 인형인 척하고 있는 거지. 어른들이 없을 때는 우리는 꽤 거칠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놀거든.


이 아름다운 채색 이불 더미를 찾았으니, 얼마 동안은 여기서 머물려고 해. 여기는 안전하고 따뜻해. 바깥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던 숲 속에서 무서웠었어. <피터 팬>에 나오는 후크 선장 같은 막무가내의 사람이 어느 날 나타나 우리를 발견하고는 우리를 사로잡으려 했어. 아마도 철창 안에 가두어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들려 했겠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우리는 도망쳤어. 도망쳐야만 했어. 우리들의 정든 숲을 떠나서. 앞길은 알 수 없었어.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갈 바를 모르고 길 없는 길 위를 날아다니며 헤맨 거야.


요정이라고 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 요정도 사람 같단다. 아주 조금만, 아주 조금만, 특별한 데가 있는 거야. 날아다닐 수 있다던가, 먹는 것은 이슬만 먹어도 된다든가 하는. 그렇게 이리저리 방황하며 날아다니며 헤매다가 지금 우리가 스며든 집을 발견한 거야, 우리가 발견한 집은 아담했지만 방들이 많아서 손님들이 많이 오고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 방 중에서 우리는 채색 이불 더미가 척척 쌓아 올려진 방 하나를 발견하고 그리로 갔어. 바깥에서 몹시 추웠거든.


그리고 우리는 내 이름 러키처럼 운이 좋았어. 이 집에서 우리가 좋아하게 된 자매를 만나게 되었거든. 이름은 은제와 단비. 은제는 6학년이고 단비는 3학년. 세 살 어린 동생 하늘이가 있어. 은제와 단비는 우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어. 하지만 우리를 잡아서 철창 안에 넣거나 보석함에 넣으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지. 뭐, 그리 놀라지도 않던걸? 꿈속에서 날아다니는 요정을 많이 보았다면서. 우리는 은제와 단비가 좋아.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 주거든. 은제와 단비는 동화책을 엄청나게 읽어서 이야기가 많아. 은제와 단비가 어떠냐고? 은제는 학교에 다니면서, 춤을 잘 추고 비올라를 잘하지. 단비는 학교에 다니면서 수영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해. 둘 다 종알종알 얘기를 잘하지. 둘이서는 단짝도 그런 단짝이 없을 정도야.


우리는 지금 어른들이 이 방에서 나가고 은제와 단비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은제와 단비가 돌아오면 우리는 같이 윷놀이를 할 거야(술래잡기나 수건 돌리기를 하기도 해). 예쁜 채색 담요 중 하나를 펼쳐 놓고 윷놀이를 해야지. 우리는 지난번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윷놀이를 하며 신났어. 규칙 중에 “백(back)도” “서울” “훈민정음 (윷놀이하는 중 영어 쓰지 말기)”를 더 넣어서 긴장감 있고 흥미진진, 더 재미있었어. “백도”는 영어이기 때문에 “도로 도”라 외쳐야 했지. 우리는 ‘오케이’ 나 ‘마라톤’ 같은 영어가 튀어나와서 말짱 도루묵이 되기도 했어.


당분간은 은제와 단비랑 놀며, 우리를 따스하게 맞이해 준 알록달록 아름다운 채색 이불 더미가 있는 이 집에 머물 예정이야. 후크 선장이 떠나고 때가 되면 숲으로 돌아가야지. 그러면 때로 은제와 단비가, 아름다운 알록달록 채색 이불 더미가, 그리고 이 방이 그리워지겠지.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동화와 함께 마음의 쉼표를 얻으셨기를~

다음 글은 이틀 후 7/17 (목)에 발행되는 "친구들과 함께 남원 일일기행-서도역에서"입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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