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둥글레차
1인당 1년에 350잔
차를 마시게 된 이유는 단순히 카페인 중독 때문이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라는 커피.
나 또한 달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믹스커피, 아메리카노, 드립커피, 편의점커피 등 가리지 않고 마신 게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고 내가 차장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커피가 어느 정도는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습관인지 중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셨다. 때가 되면 마셨다.
피곤할 때, 배고플 때, 배부를 때, 일하기 싫을 때.
그러다 어느 순간 위기가 찾아왔다.
몸에서 커피를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 한 것이다.
그 당시 한창 푹 빠져있던 핸드드립 커피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나오던 나는 갑자기 밀려오는 답답함에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심장은 쿵쾅댔다. 소위 말하는 공황장애로 인한 증상이 이런 느낌일까. 홍대 한복판에 움크리고 앉아서 느꼈던 그 공포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도 몇번을 더 시도해 봤지만 더 이상 핸드드립 커피는 내 인연이 아니었다. 내 몸이 받아드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내 커피 라이프는 끝이 났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녹슨 커피 그라인더는 옛 연인에 대한 미련처럼 남아있다.
그 무렵 다양한 차(Tea) 프렌차이즈점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다. 커피의 대체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비단 나만의 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는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차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커져갔다.
커피전문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건강을 내세운 음료나 해외에 유명한 여러 마실 것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커피전문점은 도태되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카페들은 아직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현대인들은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식사를 한다는 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직장인인 나에게 값싸고 좋은 차를 찾는 일은 쉬운게 아니었다. 역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건 대기업 제품 뿐이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한 포씩 개별 포장되있는 티백형태의 둥글레차가 사내 휴게공간 구석에 차곡차곡 쌓여있는것이 보였다. 사내에커피 외에 차가 둥글레차밖에 없다니..
의외로 둥글레차가 입맛에 잘 맞았다. 역시 대기업 제품이라 그런가. 그 이후로 커피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이따금씩 둥글레차를 커피 대신 먹기 시작했다. 대략 2~3분이면 우러나오는 육(?)즙과 구수한 향이 커피고픔을 달래주었다. 처음엔 너무 뜨거워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슬금슬금 나오는 둥글레의 쌉싸름한 맛과 고소한 향이 혀중간에 맴돌다 깔끔하게 사라졌다. 한모금 한모금 여운이 그리 길진 않았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대기업 제품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참고로 대기업 제품 티백같은 경우 우려진 티백은 바로 버리는 편이다. 두번째, 세번째 우렸을 때 더 좋은 맛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둥글레는 사실 약재에 가깝다. 이름은 모든 부위가 둥글둥글해서 생겼다고 한다나. 실제로 차로 먹을 땐 봄철에 나오는 어린잎과 뿌리줄기를 건조시켜 우려먹는다. 대기업 제품은 여기에 더해 현미까지 들어있다. 아마도 구수한 향은 현미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내용물은 뭐가 뭔지 모를 갈려 있는 것들이 약 4g정도 들어있다. 잘게 분쇄한 이유는 아마도 빠른 시간안에 물이 스며들어 맛이 잘 우려져 나오게 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삶은 모나서 메꾸거나 혹은 깍으며 살았다. 커피가 빠진 삶에 둥글레를 억지로 채워넣으며 앞으로는 그저 둥글레 처럼 둥글둥글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간단히 효능을 적으며 마무리.
신진대사 개선
당뇨 개선
노화 방지
강심 작용
허약체질 개선
숙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