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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입주 첫날, 나의 미션 두 가지

청소와 인터넷 연결하기

by 밀도

4층의 관리사무소에서 주의사항들을 모두 들은 후 내 작업실이 있는 10층으로 향했다. 공인중개사님도 동행해 주셨다.


전 임차인이 얘기해 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그때가 오전 11시 30분. 물건을 뺀 빈 공간을 처음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바닥의 더러움이었다. 특히나 중앙 지점에 대략 50cm 지름의 원 모양으로 검은색 찌든 때가 심하게 들어있었다. 고무 찌꺼기 같은 게 여러 번의 마찰로 들러붙은 느낌이었는데, 전에 계신 분이 어떤 업무로 이 공간을 사용하셨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그 이상의 추측은 불가능했다.


원인 모를 바닥 얼룩의 존재에 나보다 더 당황하신 듯한 공인중개사님이


“어머나~ 이게 뭘까? 근데 아마 지워질 거예요. 그럼 전 이만 갈게요! 좋은 작업 하세요!”


라는 대책 없이 희망적인 말씀을 하신 채 서둘러 떠나가셨다.

이제 오롯이 나 혼자가 되었다.




입주 당일인 오늘, 나의 계획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청소 마치기’, 둘째는 ‘인터넷과 tv 연결 완료’하기였다.


2시에 통신업체 직원분께서 와 주시기로 예약을 잡아놨기 때문에 그전에 대략 청소를 마쳐야 할 터였다. 어느덧 시간은 12시를 향해가고 있었으므로 내게 남은 시간은 대략 두 시간. 다행히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다. 두 시간 동안 부지런히 청소를 하기로 했다.


물건 다 빠져있는 나의 공간을 제대로 둘러봤다.

첫 번째 거슬림은 바닥의 얼룩이었고, 두 번째 거슬림은 새하얀 한쪽 벽에 이것저것 테이프를 붙였다가 떼어 나타난 페인트칠의 벗겨짐 자국이었다.


그래, 첫 입주자가 아닌 이상 이런 거슬림이 없을 순 없을 터였다. 작업실을 구하면서 새 공간을 많이 봐서 잠시 망각했는데 사실은 이 정도는 준수한 편에 속했다.


벽 페인트칠을 다시 할 의지는 없었으므로, 벽 얼룩은 예쁜 포스터나 사진 등으로 커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바닥 얼룩이었다. 얼룩이 가장자리나 귀퉁이에 있었다면 대충 책장이나 책상 등으로 가릴 수 있겠지만 중앙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어서 필시 닦아봐야 할 터였다.


입주 청소를 대비해 차 트렁크에 청소용으로 몇 가지를 챙겨 오긴 했다. 걸레용 수건 두 장, 빗자루와 쓰레받기, 청소용 고무장갑과 물티슈, 유리창 닦기 전용세제 그리고 편안한 옷차림까지!


챙겨 오면서 이런 준비성 철저한 내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바닥 찌든 때 제거 세제’가 제일 필요한 아이템이었는데 그건 없었다.


자, 이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뭐다?

그렇다, 이 동네 다이소 찾기.


제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다이소가 있었으면... 검색하는 그 순간 마음속으로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모른다. 다이소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업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만 같은데 제발 나와주겠니?


‘향. 동. 다. 이. 소’


검색했더니 있다!


다이소 고양향동점. 영업 중.


예스! 럭키다.

다이소 매장에 가면 녹음방송으로 수시로 들을 수 있는 멘트 ‘안녕하세요. 언제나 우리 곁에 다이소입니다.’ 란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다이소까지 거리는 작업실 기준 360m 거리. 차로는 1분, 걸어서는 8분. 지도앱의 길 찾기를 눌러보니 가는 길이 꽤 심플하다. 차 트렁크에서 에코백을 챙겨 걸어가 보기로 했다. 도보 따라 5분 정도 쭉 걷다가 사거리 교차로 대각선으로 한번 건너고 나니 곧 보였다. 지하 1층이었다.


문을 열자 수많은 물건들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느 쪽으로 가면 될지 빠르게 스캔해 보았다. 코너설명 배너가 천장에 하나씩 매달려있었는데 입구 맨 앞쪽부터 욕실, 세탁, 청소, 홈데코, 도자기, 주방, 밀폐용기 순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시간이 별로 없으므로 청소파트로 직진. 번호로는 24번~26번이었는데 24번 코너는 청소포, 걸레, 휴지통, 25번 코너는 청소도구, 봉걸레, 26번은 청소세제, 롤클리너, 매직스펀지였다.


사실, 다이소에 많이 가봤지만 내가 평소에 즐겨 봤던 코너는 주로 문구 쪽이었다.


노트류, 파일류가 정말 가성비가 좋고 마스킹테이프, 스티커 등도 다양해 종종 구매했고 9살 난 아들 데리고도 많이 갔었다. 아이 어렸을 땐 그림 좋아하는 아이에게 미술재료를 플렉스 해 주기 위해 주로 사인펜, 물감, 스케치북, 색종이 등을 한 보따리씩 사서 나왔었고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포켓몬카드, 아이돌 포토카드, 축구카드 등을 꾸미고 보관할 각종 케이스 및 슬리브 등을 사기 위해 많이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 핼러윈 등 시즌맞이 데코레이션 필요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다이소였다.


이에 반해 청소 쪽 코너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청소 분야는 관심사가 아니기도 하고, 세제 등 무거운 소모품들은 무조건 쿠팡에서 온라인 주문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만의 작업실이 생기자 시커먼 바닥 얼룩을 오늘 기필코 지워내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 코너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청소 세제 중에서 나의 목적에 맞는 아이템은 ‘다목적 세정제’인 것 같았다. 비슷한 종류의 분무기형 다목적 세정제 다섯 종류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는데 가격은 2000원으로 공통이었다. 하나씩 꼼꼼히 비교해 봤다.


일단 겉면 스티커에 ‘찌든 때, 묵은 때’ 글씨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 키워드가 없는 세 종류는 탈락. 나머지 둘 중에서 ‘친환경’ 키워드와 ‘오렌지 오일 함유’ 란 글씨가 쓰여있는 녀석으로다가 최종 픽했다. 정식 이름은 ‘은나노스텝 고급 다용도 세정제’였다.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역시나 ‘오렌지 오일 함유’였는데 냄새를 맡았을 때 왠지 머리가 덜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좁디좁은 6.9평 작업실에 락스 냄새가 진동하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리고 이름에 들어가 있는 ‘고급’이란 키워드도 한몫을 했다. 고급 아닌 것보단 고급인 게 좋은데 비록 가격은 2000원짜리 다이소템이었지만 제품력에 있어서 매우 당당해 보였다.


세제 옆에서 우연히 다이소 신문물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넣은 게 하나 더 있는데 이름이 ‘세제가 들어있는 청소용 수세미’이다. 손바닥만 한 사각형 수세미에 세제가 포함돼 있어서, 사용하기 전에 물만 묻히면 풍부한 세제 거품이 나와 바로 수세미질을 할 수 있는 청소 수세미였다. 10매에 2000원. 평소 같았으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일회용 아이템은 안 사고 참는 편인데 나에게 오늘 꼭 필요한 건 걸레보다 수세미였다. 집에서 챙겨 온 걸레는 마무리를 거들뿐 찌든 때는 수세미지 암.... 혹시 몰라 5000원짜리 밀대 걸레까지 구매했다.


다이소를 나오는데 마침 또 한 번 방송이 울려 퍼졌다.


“언제나 우리 곁에, 국민가게 다이소!”




그러나 국민가게 다이소도 없는 게 있으니 쓰레기 종량제봉투다. 오늘 무조건 쓰레기가 나올 것이므로 종량제 봉투가 필요한데 그건 다이소 맞은편 ‘롯데프레시마트’에서 샀다.


고양특례시 재사용 종량제봉투 20L짜리 10장.


새삼 이 포인트에서 또 한 번의 뭉클함이 있었는데, 타 지역의 종량제 봉투 열 장짜리를 구매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잠시 곱씹어봤기 때문이다. 평생 내 거주 지역의 종량제 봉투만 사용해 왔었는데, 이제 막 새로운 지역에서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며 머물 곳이 생겼다는 게 약간 뭉클했달까. 꿈에 그리던 내 작업실을 갖게 된 임차인(=나)의 첫날은 MBTI가 T인 사람도 F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다이소에서 돌아와 잠시 작업실 바닥을 노려보았다.


작업실 바닥은 연베이지색톤의 45센티미터 정사각형 모놀륨 타일로 이뤄져 있었다. 오피스에서 흔히 보는 바닥이다. 바닥청소는 쉽지 않았다. 작은 면적이라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번거로워도 진공청소기를 가져올 걸 그랬다. 문틈 등 구석구석 먼지 제거를 먼저 한 후에 바닥 찌든 때 제거를 본격적으로 할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도 허리가 아팠다.


다행히 집에서 접이식 간이의자를 챙겨 온 게 큰 위안이 되었다. 텅 빈 작업실 한쪽 귀퉁이에 의자를 펼쳐두고 청소 중간중간 앉아 쉴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청소 중간에 너무 심심하고 지루한 나머지 동영상 촬영도 시도해 보았다. 아이폰을 의자 위에 적당히 기대 세우고 동영상 버튼을 눌러 청소하는 내 모습을 담아보았다. 헐렁한 필라테스 바지에 반팔티, 캡모자, 흰색 마스크, 비닐장갑 차림으로 어슬렁어슬렁 청소하는 모습이었다.


바닥이 드라마틱하게 깨끗해지는 변화를 남겨놓고 싶어서 타임랩스로도 찍어봤는데, 고배속으로 찍는다고 해서 느릿느릿 청소하던 애가 단박에 청소의 신처럼 빠릿빠릿해 보이진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바닥이 드라마틱하게 깨끗해지지도 않았고.


(여담이지만 이때 찍어두었던 영상으로 개인 소장용 릴스 몇 개 만들었다. 텅 비어있던 공간에서 청소하는 나의 모습이 담긴 릴스, 볼 때마다 추억 돋고 좋았다. )


다이소에서 ‘고급다용도세정제’‘수세미’를 픽한 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바닥에 눌어붙어있던 시꺼먼 (아마도) 고무 끈끈이가 결국은 다 제거되었다.


근데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세제로 닦아 낸 그 부위만 또 너무 밝아져 버린 게 아닌가! 검은색이었던 원은 흰색에 가까운 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부분 청소만 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바닥 전체를 걸레로 밀고 닦았다. 멀쩡해 보이는 곳도 땟국물이 줄줄 나왔다. 공용사무실이면 신발을 그대로 신고 다닐 테지만 나는 혼자 사용할 곳이라 실내화를 착용할 계획이었으므로 미리 닦아두는 게 여러모로 한갓질 것이다.


무념무상 청소를 하고 나니 대충 두 시간이 흘렀다.


12.jpg 바닥의 찌든때를 잠시 외면하며 창틀 청소하던 모습


곧 있으면 인터넷통신 기사님이 오실 시간.


나는 청소를 마무리한 후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 트렁크에서 스마트 TV를 꺼내왔다. 인터넷 연결은 물론 TV연결까지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미리 TV까지 챙겨 온 것이다.


결혼 전 혼자 살 때 자취방에서 사용했던 TV를 간직하고 있었다. 결혼과 동시에 대형 벽걸이 TV를 들였고 작은 내 TV는 안방 또는 서재방에서 서브 TV로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신혼 초 때뿐이었고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후다닥 치워버렸었다.


32인치 사이즈의 tv였지만 당시에 스마트 TV가 나오던 초창기에 LG에서 최신형으로 산 거여서 비싸기도 했고 사양도 좋았다. 7-8년 이상 사용 안 하고 방치했던 것 같은데, 드디어! 이 TV를 다시 사용할 날이 온 것이다! 뭔지 모를 케이블뭉치와 잘 보관해 뒀던 리모컨까지 싹 챙겨 들고 올라왔다.


입주 계약서에 사인했던 날, 건물 엘리베이터 안 광고판에서 발견했던 통신서비스. 통신 월요금 17000원이라는 글자가 매우 큰 폰트로 써져 있어서 눈에 확 들어왔다.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입주민께 안내드립니다!

기가(500M) 인터넷 및 IPTV(방송) Wifi(무선공유기)를

약정 없이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십니다!

입주민만을 위한 특별혜택이오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단, VAT별도, 6개월 이상 사용 필수)


딱 봐도 우리 집에서 쓰고 있는 가정용 kt 인터넷보다 쌌다. 2년 약정도 아니고 6개월 이상만 사용하면 되는 데다가 나는 어차피 IPTV까지 연결하려고 했으니, 이 상품을 선택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작업실 계약날과 동시에 통신예약까지 마쳐두었던 터였다.


통신기사님이 오셨다. 공간을 한 번 훑어보신 후 물으셨다.


“어떤 콘센트에 TV 연결을 할지 정했어요?”


아, 역시나 올 게 왔다. 사실 방금까지도 나 홀로 고민을 거듭하던 이슈가 바로 ‘TV를 어디에다 놓을 것인가!’였고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오시자마자 여쭤보시는 게 아닌가.


계약서 사인한 동시에 가전과 가구들 위치 고민을 많이 했다. 6.9평 직사각형 공간에 꼭 필요한 나만의 물건들로만 채워 넣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 자만했다. 평소에 간절히 원했던 공간이었던 만큼, 머릿속에 3D 인테리어 도면이 A안부터 C안까지 좌라락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너무 어려운 거다. 주거공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그냥 우리 집 서재도 아닌 것이다. 아무 가구도 들어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TV 위치를 잡으려니 너무 고민스러워서 기사님을 만나면 상의를 좀 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결정을 못했는데요... 콘센트 자리 네 군데 다 TV 연결이 되는 걸까요?”


“그렇죠”


“저기... 다른 호실 분들은 보통 어디에 많이 두시던가요?”


“다 다르죠 뭐”


“아, 네...”


음... 기사님과 상의를 해서 최적의 위치를 찾아보는 건 나만의 계획이었지 기사님의 계획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단발성이 전제된 타인과의 대화에서는 ‘상의’라는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잘 준비된 Q&A가 훨씬 더 효과적임을 체득했기에 재빨리 머릿속에서 뭔가 실속 있는 Q가 없을지 고민했다.


“음... 이쪽 창가자리에 TV를 두면 아무래도 낮엔 화면이 잘 안 보이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안쪽에 둬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예스! 비로소 듣게 된 도움 되는 답변. 역시,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 있는 답을 듣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해가 들어오는 창가 쪽에서는 TV 해상도가 굉장히 떨어져 보인다는 건 결혼 전 원룸살이 시절 몇 개 없는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기며 살아보면서 터득하게 된 지혜다. 별거 아닌 경험도 때에 따라 귀하게 쓰인다.


기사님의 확인사살까지 듣고 창가 쪽 두 군데는 자동 탈락. 안 쪽에 위치한 나머지 두 군데 중 현관문과 좀 더 거리가 먼 쪽으로 최종 결정했다. 약간의 스몰토크를 주고받다가 결국 나중에 TV 위치를 옮기고 싶을 때 셀프로 바꿀 수 있는 방법까지 배워버렸다. 통신단자함 뚜껑을 열어 내부 설명도 해주시고 각각의 콘센트가 어떤 번호와 매칭되는지 체크까지 해주고 가셨다.


후훗. 다행히 이곳에서도 그 옛날 원룸살이 때처럼 가구들을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하며 지내볼 수 있겠군!


와이파이 패스워드는 내 전화번호로 하셨다고 한다. 묻지도 않으시고 이미 하셨다는데 ‘혹시 와이파이 비번을 바꿀 수도 있을까?’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그동안 이사로 인터넷 새로 개통할 때마다 와이파이 비번 항상 알려주는 대로 받아왔는데, 사실은 원하는 대로 넣을 수 있을 터였다. 카페나 호텔이나 영업점을 가면 와이파이 비번이 직관적이고 쉽게 되어있는 곳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나도 그 방법 알고 싶은데... 개인정보 말고 다른 걸로 바꾸고 싶은 날이 올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이번엔 참기로 했다. 기사님이 평소 만나던 고객에 비해 내가 두세 배 많은 질문을 한 게 분명해 보였고, 나 역시 이미 많은 걸 배워서 머릿속이 포화상태였다. 6개월 약정 계약서까지 건네주신 후에 돌아가셨다.

아, 드디어 오늘의 일정 끝. 입주 등록부터 시작해서 청소와 통신까지.

불과 네 시간 전만 해도 텅 비어있던 공간 안에 TV 한 대와 청소도구, 접이식 의자 하나, 그리고 ‘내’가 있었다.


이제 꼭 필요한 것들로 이곳을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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