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케이스스터디 NO.5
NOVEMBER / 2024
KEY POINT
세계관의 확장 : 즐기는 방식과 문화
일상의 여백 : 커피 한 잔과 연결된 모든 경험
빼기의 철학 :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보다 더 어렵다
편안한 이웃집 : 지역성과 개별성이 공존하는 방식
© 매거진 B BLUE BOTTEL COFFEE 를 읽고 마케터의 관점에서 브랜드를 분석해 봅니다.
: 즐기는 방식과 문화
집중과 몰입, 휴식과 재충전, 연결과 관계
커피를 마시고 즐긴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커피의 시작은 대학 때 카페 아르바이트였다. 당시 아메리카노는 대중적이지 않을 때였다. 달달한 캔커피에 길들여진 입맛이라 이렇게 ‘쓴’ 커피를 왜 마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시작은 라테아트다.
우유를 데우는 시간과 온도, 스팀기를 넣고 빼는 위치와 타이밍에 따라 하트, 나뭇잎, 곰돌이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만드는 스킬도 같이 향상되었다. 4년 동안 일하면서 커피의 인식은 완전히 변해갔다. 써서 맛이 없는 커피, 라테아트로 예쁘고 맛있는 커피, 그리고 내가 만든 커피를 찾는 단골이 있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생겼다. 흡사 전문 바리스타가 된 것 같았다.
커피를 배우면서 시작해서 그런지, 커피에 대한 기준이 높았다. 맛없는 밥집에서 밥 먹으면 소중한 시간과 돈을 쓴 게 아깝듯, 커피도 그랬다. 20대 때는 맛있는 커피 파는 카페 찾는 게 어려웠는데, 30대 이후로는 커피 퀄리티의 상향평준화로 맛없는 커피를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 20년 동안 커피는 급성장하며,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는 매일 하루 2잔의 커피를 마신다. 출근하는 날은 집중과 몰입을 위해 출근길에, 점심 식사 후에 주로 마신다. 주말에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방문하거나, 구매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시며 휴식과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누군가 만날 때도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하기 좋은 카페는 빠질 수 없는 플레이스 리스트가 되었다.
커피를 즐기는 목적은 다르지만,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하루 1번 이상 카페를 방문한다.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 사람, 서비스 등이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게 남는 경험은 이탈리아다. 커피에 진심인 이탈리아는 정말 남달랐다. 여행 내내 마셨던 커피들, 대표적으로 에스프레소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플랫폼에서 빠르게 서서 커피를 원샷하는 문화,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을 위해 선결제 영수증을 넣는 기부 문화 카페 소스페소, 찬 커피라는 개념이 없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모르는 문화 등 여러 상황을 겪으며 그들의 문화도 알아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러한 인상적인 경험들로 인하여,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세계관을 넓혀가는 중이다.
날이 갈수록 저에게 커피는 기분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가요. 26p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어서 이 일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27p
다소 느리더라도 고객의 기호에 맞는 최상의 품질을 지닌 신선한 커피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일관된 커피 맛을 내기 위한 커피 추출 매뉴얼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44p
: 커피 한 잔과 연결된 모든 경험
일상의 공유, 인생의 한 챕터
자칭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라 부르는 단골 카페가 있다. 벌써 3년 차, 가끔 친한 친구들과 함께 방문할 만큼 공유해주고 싶은 소중한 카페다. 커피 퀄리티도 높지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집에서 을지로까지 거리가 꽤 멀지만 분기별로 꼭 한 번씩 방문한다.
취향은 인생의 행복한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여행 다녀온 직후에 방문했을 때 문화, 카페, 술, 여행, 영화 등 다양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특히 니혼슈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진을 테이스팅 하게 해 주셨는데 새로운 세계를 만난 느낌이었다.
카페에 방문하고 나면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하고 싶게끔 만드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다양한 서적이나 영상을 보면서 늘 새로운 메뉴 개발을 꾸준히 하시고, 원두나 기계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조금씩 바뀌어져 있다.
일에 대한 자부심, 프로페셔널한 실력을 가진 사장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나의 업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다양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지.
그곳에 가면 늘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과 코지한 공간에서 즐기는 동일한 퀄리티의 커피, 즐거운 이야기들은 인생에 인상 깊은 챕터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늘 멋지게 사시는 사장님을 만나고 돌아가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목표, 동일한 맛과 호스피탈리티가 바로 그런 경험인지 이번에 매거진 B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블루보틀 역삼점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방문 경험이 좋지 않아서 재방문하지 않았다. 부정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블루보틀이 부산까지 지점을 늘려가고 팬층이 두터운 점을 봤을 때, 내 경험이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되었다.
블루보틀의 브랜드 스토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간, 분위기, 매장형태, 동선, 디자인, 체계화된 맛, 계절을 시각화하는 노력, 비밀 메뉴 등 이전에는 몰랐던 요소들을 알게 되면서 블루보틀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일관된 맛을 내기 위해 제품을 설계하거나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 중 ’ 드리퍼‘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구매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도 이미 호기심을 넘어 관심이 생긴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블루보틀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며,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동일한 맛과 호스피털리티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17p
카페를 가는 건 맛있는 커피 혹은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일까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주제를 공유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의 장'인 것처럼, 일상에 여유로움과 여백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45p
: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보다 더 어렵다
비움의 공간에 온기를 채우다
블루보틀 브랜드에서 중요한 3가지 가치는 공간, 사람, 스토리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 방해되는 요소를 비워내고 최소한의 것으로 채우는 작업을 의미한다. 모든 장치가 다른 요소들에게 방해받지 않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페 내부에서 가장 많이 쓰인 색은 회색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무색이 회색이고, 하얀색은 지나치게 튀는 색이라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타이포그래피 또한 제한적으로 메뉴명과 상품명, 오픈 시간이 전부다. 궁금증이 생기면 바리스타에게 물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레 고객과 관계 맺기에 도움을 준다. 카페에 흐르는 음악의 볼륨 조절, 일본과 한국의 경우 카페 내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데, 이는 커피를 마시는 더 집중하길 바라는 블루보틀의 정책이다.
블루보틀이 커피 업계에 애플이라 불리는 데, 브랜드디자인 접근 방식의 유사성도 있지만 애플 스태프가 보유한 풍부한 지식과 블루보틀 바리스타가 선보이는 전문성과 환대가 고객에게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환대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비효율을 추구한다. 프리미엄 제품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블루보틀이 전개하는 시각 요소에는 새로운 의미가 담긴다. 디자인의 완결이 아닌, 비움에 가깝기 때문에 새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런 지점에서는 이솝 브랜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솝은 스킨케어 브랜드지만, 효능을 홍보하기보다 내면을 강조하는 스토리텔링에 주목한다.
공간의 비움은 커피를 마시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커피에 대한 정보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온기를 채워간다.
애플스토어처럼 인테리어나 장식은 최대한 배제했고, 높이가 낮은 커피 바를 중심으로 바리스타와 손님이 끊임없이 소통한느 공간도 마련했거든요. 테크 마니아가 아니어도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것처럼, 커피 애호가가 아님에도 블루보틀의 커피에 열광하는 이유죠 44p
블루보틀이 전개하는 시각 요소에는 항상 새로운 의미가 담기는 것 같아요. 디자인의 완결이 아닌, 비움에 가깝기 때문에 늘 새로운 상상을 하게 만들죠. 내면을 강조하는 스토리텔링 브랜드입니다. 커피를 즐기는 방식이나 문화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요. 좋은 커피 한 잔을 위해 이들이 노력하는 모든 지점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45p
공간은 맛있는 커피 한 잔과 그에 얽힌 고객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공간이 커피를 경험하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정하에 공간을 형성하는 미적 요소와 기능적인 요소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해 나간다. 50p
: 지역성과 개별성이 공존하는 방식
브랜드 경험, 목적지로서 역할을 하는 것
이전 커리어가 지점을 늘려나가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었어서, 블루보틀의 국가/지역별 매장을 늘려가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지역성과 개별성을 받아들여 공존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풀어갔고, 매장 고유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지점에 지점을 론칭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일본은 깃사텐이라는 커피 문화에서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정착시키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판단 했고, 일본의 커피 입맛은 미국과 다를지언정, 맛을 바꾸는 의사결정은 하지 않았다. 커피에 대한 지식을 알리고, 뭐가 정말 특별한 커피인지 알려주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오픈하려는 지점의 주민들을 초대해 커피를 대접하며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포지셔닝했다.
브랜드의 이름을 내세우기보다 동네 특유의 정취 속에서 편안한 이웃집처럼, 지역을 함께 둘러보는 일에 집중했다. 커피를 즐기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람이 한데 모이는 커뮤니티, 이 지역에 우리가 필요한가 고민하고 입지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블루보틀 커피 코리아의 시작을 성수동에서 시작한 이유는 지역과 공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내기 위함이었다. 높은 천장고를 포함해 주변이 조금 소란스러운 지역이었지만 좋았고, 에너지가 넘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움과 동시에 힘 있는 공간으로 생겨날 거라는 예상을 하며 서울, 성수동에 블루보틀의 DNA 뿌리를 내렸다.
이번에 부산 민락동에 블루보틀이 론칭했다는데, 부산 바다 옆 동네의 이색적인 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한국에 총 17개 블루보틀 지점이 있는데, 각 지역마다 어떤 특색으로 지역성과 특색을 나타냈을지 기대해 보면서 한 곳 씩 차례대로 방문해 봐야겠다.
품질 조절과 높은 품질의 커피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 구입하는 원두, 시장마다 균일하게 유지되는 로스팅 과정, 바리스타로 하여금 지역과 무관하게 동일한 맛의 커피를 낼 수 있게 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 친절한 인사 등이 모든 요소가 품질에 영향을 줍니다. 18p
커피 한 잔에 대략 60명의 사람들이 얽혀 있는 것처럼 품질 관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블루보틀은 먼저 생산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원두 공급 체인이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8p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 메뉴뿐 아니라, 독자적인 기술력을 투영한 레디투드링크 제품부터 기능은 물론 뛰어난 미적 감각을 반영한 머천다이징 상품까지 아우른다. 이를 통해 맛있는 커피를 전파할 수 있는 밥법을 고민한 흔적과 커뮤니티와의 의미 있는 공생을 유지해 온 행보를 엿볼 수 있다. 34p
'파란 병 로고', '여백의 공간', '양질의 커피 공급' 블루보틀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 다움과 그들이 만든 아름다움이 눈에 그려진다는 건 결국, 개성이 있는 브랜드라는 의미겠죠. 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