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리더의 조직 관리 및 의사소통 능력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팀원이 모였다. 이미 여러 달 동안 이어져 온 팀원 한 명의 거취를 두고 모두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 팀원은 여러모로 출중한 능력을 갖춘 개인이지만 팀의 업무구조와 특성을 볼 때 다른 팀원들과의 협업 없이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자기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이동 배치하는 것이 리더십의 중론이었지만 팀에 남고자 하는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고, 팀원들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한 지 어느덧 반년을 향해가고 있었다. 많은 과정을 생략하자면, 팀 내부적으로 큰 개선을 가져오는 조치에는 실패했다. 팀 외부에서 같은 질문이 계속해서 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혼자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의 결과를 감당하는 부담도 컸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합의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렸다. 그 누구도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이동 결정을 원치 않았기에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우리에게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음에도, 단지 동료애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나눌 몫이 가볍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해야만 했다. 대문자 T로 익히 알려진 내가 총대를 메고 "개인이나 팀 차원보다 조직 차원에서 최대의 효익을 얻는 것이 결정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와 같은 말을 먼저 내뱉었지만 마음은 그렇게 깍둑깍둑 예쁘고 반듯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주말 내 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자리에 앉았던 모두가 편치 않은 주말을 보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다시 금요일의 그 불편하고 또 생소한 자리를 복기하면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쉽게 말하면 그 자리는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였다. 리더의 부담을 모두 분담하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모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모든 의결에 표를 행사하는 것과 착각해서는 안된다. 조직의 결정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것이 인사와 관계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팀원에게 구해야 하는 것은 '이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가 아니라 '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개인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공유여야 하고, 이를 근거로 인사결정권자들이 조치할 수 있도록 질문의 언어를 잘 선별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물론 개인의 의견 취합이 필요한경우도 있다. 서로의 의견이 영향을 미치는 집단적 환경이 아니라 철저한 1:1과 비밀보장 조건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팀장은 조직의 결정이 개인을 향한 평가보다는 조직의 효율적 운영 목적이 더 크다는 것을 의사소통 해야 할 수도 있고, 조정책이나 보완책을 마련하고 적용해야 하고, 그게 어렵거나 실패했을 경우 자기의 판단하에 상위 결정권자에게 인사이동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고 불편한 일이다.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따라서 돌이킬 수 없는 적을 만들 수도 있고,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리더로서 그 결정에 참여했음을 발뺌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역할이 아무리 무겁다고 해도 객관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결정의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같은 몫으로 배분해서는 안된다. 첫째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는 것은 조직 전체 매니지먼트 관점의 결정이라는 점과 상충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횟감마냥 많은 사람에게 난도질 당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없다. 결정에 필요한 근거를 수집하는 것과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 결정에 참여한 직원들에게도 '나에 대한 인사 조처가 이렇게 다수의 동료들의 의견으로 결정될 수 있구나'와 같은 생각을 심어줄 수도, 그게 곧 불안, 불신,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조직은 합리적이고 일관적인 기준보다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여론을 모으고 다수의 동의를 얻는 것이 일반적인 결정 방식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이후 조직이 내리는 다른 결정도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
긴 설명은 됐으니까 둘 중 하나로 요점만 대답해 달라는 질문에 맘속으로 진저리를 치면서 그 누구보다 간결하게 요점을 말했다. 내가 그 팀원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 건지, 그 팀원을 잃으면 우리 팀 전체의 전력에 얼마나 큰 손실이 있을지, 그 팀원과 친구처럼 웃고 떠들었던 어제저녁의 즐거움도 모두 뒤로한 채, 어쩌면 이 질문을 했던 모두가 원했을 답을 처음으로 시원하게 내놓았다. 끝끝내 내 입에서 듣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았을,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
그날 이후로 모두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우리가 논의했던 그 인사 조처가 실제 발을 떼는 날 금요일 그 자리에 있었던 우리는 모두 모종의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직원이 죄책감을 가지고 일하게 하는 것은 리더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인력의 이동은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고 거기에 잡음이 있는 것도 흔한 일이지만, 결국 이 과정에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리더의 조직 관리 및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인사 조처의 적절성보다 훨씬 더 명백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