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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어예 Mar 31. 2024

제10화 병원투어 (3) 한의원 편

뭘 먹으라고!

사실 우유를 먹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원통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라테의 문제인데, 라테라는 건 말이지 어떻게 보면 나에게 기호의 문제라기보다 나름 비용 대비 효율성의 문제라고나 할까? 카페에 가서 뭔가 마셔야 한다면 화장품 맛이 나는 티보다는 고소한 커피가 좋고, 커피에 맹물 타주는 것보다는 우유 타주는 것이 돈이 덜 아깝단 말이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나는 금세 우유 대신 오트 밀크와 두유 라떼라는 훌륭한 대체제를 찾아냈다. (오트가 귀리라는 건, 그리고 귀리에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은 오트 라테를 한참 먹다가 배가 아프자 생각이 났다.)


문제는 계란이었다. 삶은 달걀을 3~4개 짓이겨 에그 샌드위치를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대체 계란프라이 없는 김치찌개가 어디 있으며, 계란 없는 비빔밥이 무슨 비빔밥인가 말이다. 인공육에 이어 식물성 계란인 인공 계란도 본격적으로 유통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에 판매하고 있는 사진을 한번 찾아보시길... 먹고 싶은 마음이 드나 안 드나..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말을 들은, 그것도 심한 정도라는 말을 들은 엄마는 아주 배꼽 빠지게 웃어 대셨다.


"아니 네가 계란을 못 먹는다니 말이 되니?" 네가 키가 왜 큰지 알아? 매일 계란 1개씩 먹어서야. 네가 어렸을 때 란을 얼마나 좋아하고 많이 먹었는데."


"아니 엄마가 그렇게 먹여서 내가 지금 이런 거 아니야? 엄마가 나한테 독극물을 먹인 거라고"


"일단, 다른 병원도 가봐. 한의원 가서 한약을 좀 먹어보던가. 병은 여러 군데 알려야 고친다, 너!"


엄마는 야매, 소위 대체의학, 제3 의학을 신봉하는 분이셨다. 당신 자신이 젊을 때 원인 모를 여러 가지 질병으로 종합병원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시고 수술을 여러 차례 하시며 고생을 하셨는데 결국 물어 물어 수소문 끝에 찾아간 부산의 어느 유명한 할아버지로부터 뜸을 맞으신 후 완치 되셨단다. 사실 그전에 이미 완치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이후로 엄마는 야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셨다.


뭐 여러 곳을 가보는 것이 나쁘진 않겠지라고 동네 가까운 한의원을 검색하니 여러 종류였다. 침 전문, 한약 전문 등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8 체질 한의원이었다. 장이 안 좋은 거니 체질에서 약한 것 있을 거고 그 부분을 알면 좀 나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3번 정도 진찰을 받고 내가 받은 것은 수음 체질이었다.


수음 체질

온도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냉한 음식을 먹으면 당신의 냉한 위가 더욱 냉각되어, 모든 불건강과 불안의 시작이 되며, 마침내는 위하수와 같은 무력한 증상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체질의 건강 제1조는 '소식'하는 것과 더운 음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 해로운 것

  보리, 팥, 오이, 돼지고기, 계란, 복요리, 모든 어패류, 감, 참외, 바나나, 딸기, 청포도, 맥주, 얼음, 초콜릿, 알로에베라, 모든 냉한음료 및 음식 등등

- 유익한 것

  현미, 찹쌀, 감자, 옥수수, 참기름, 미역, 다시마, 닭고기, 염소고기, 계피, 고추, 카레, 파, 생강, 사과, 귤, 오렌지, 토마토, 망고, 인삼, 대추, 벌꿀, 누룽지




선생님께서는 알레르기 검사할 때와 비슷한 종이를 내미시면서 최대한 해로운 음식들을 피해보고, 배를 따뜻하게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침을 맞으러 오라고 하셨다.


헛웃음이 나네. 장이 아니라 위가 아픈 거였어? 알레르기 음식에 이어 피해야 할 음식이 늘었네?  하지만 '불안함도 맞고 무력함도 맞는 것 같은데...' 하며 무시할 수도 없는 덫에 걸리고 말았다.


그래! 알레르기 음식도 피해보고, 차가운 음식도 피해보자! 하면 되지! 할 수 있어!

지금 계란 따위가 대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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