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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어예 Apr 07. 2024

제11화 아는 것이 힘

드디어 완치인가

합리화와 사촌 격인 ‘아는 것으로 풀기 intellectualization’도 있습니다. 어떤 불편한 느낌을 피하기 위해서 지적인 행위를 과도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도언  -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아는 것에서 위안을 받다. 몇 군데의 병원 순례를 거쳐 전문가로부터 나의 몸 상태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받은 것 이외에도, 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해 인터넷뿐만 아니라 논문을 검색해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았다. 내 배의 상태가 나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아는 것이 많아지자 자신감이 생겼다.


배는 아프지만 왠지 언제 아픈지 알 수 있다는 자신감. 사실 과민성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과민성이 아니라 잘못된 음식 또는 나와 맞지 않을지도 모르는 음식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음식 조절만 하면 나도 완치니 이렇게 간단한 일을 예전엔 왜 몰랐을까.


계란도 끊고, 우유도 두유나 오트로 대체하고, 찬 음식을 멀리하고 인터넷에서 과민성에 좋은 식단이라고 나오는 저포드맵 식단도 실천했다. 아이허브에서 필수품 쇼핑은 기본. 유산균은 나에게 맞는 유산균을 찾기 위해서 종류가 다른 균으로 다 사보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좋은 페퍼민트, 장벽에 좋다는 글루타민, 유산균 생성 물질이라는 이눌린 등등을 담고, 식사 후 식초가 소화를 돕는다고 해서 애사비도 주문했다. 완벽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횡재도 생겼다. 미국 여행 갔다 온 친구가 제약 회사 다니는 자기 동생이 늘 달고 사는 과민성 상비약이라며 핑크색 약(이름을 밝히진 않겠습니다)을 챙겨줬다. 살짝 불안할 때 먹어보니 장이 편안한 것이 효과 만점. 게다가 물도 없이 씹어 먹으면 돼서 상비템으로 최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정말 내 인생에 햇볕이 들렸는지 이번엔 독일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독일에서는 유당불내증 약을 팔고 있다며 사다 주었다. 외식할 때 한식, 중식, 일식 등 동양 음식을 먹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음식에 우유 또는 유제품이 들어가니 파스타, 피자, 브런치 집은 피해야 했었는데 이런 음식을 먹기 전에 유당불내증 약 한 두 알을 먹으면 문제없었다.


그리하여 외출하는 내 파우치에는 핑크약, 유당불내증, 페퍼민트, 식초까지. 든든했다. 난 이제 천하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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