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1.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처지나 형편을 이르는 말.
2.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바둑에서, 바둑돌 석 점이 둘러싸고 한쪽만이 트인 그 속.
순둥순둥 생긴 것도 아닌데 어수룩해서는 호객 행위에 참 잘도 넘어갔었지.
대학교 때 학교 정문 앞에서 봉고차에 월간 잡지를 쌓아두고 1년 치 구독을 강요하던 아저씨한테도 홀라당 넘어가고.
헬스장 회원권.
하다못해 네일 회원권.
다 쓰지도 못하고 문 닫아 버린 그곳들.
나의 팔랑귀로 사라져 버린 돈들.
하지만 이제 그것들을 다 회수할 때가 되었다.
나만큼 과민성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어딨겠어?
자 이제 인별그램에 과민성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풀어놓고.
팔로워가 하나둘씩 늘고.
그러다 보면 과민성에 좋은 제품들 공구 제안이 들어올 거고.
그렇게 하나씩 팔다 보면.
나는 과민성대정증후군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될 거야!
이러려고 내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았던 거구나.
인별그램 아이디를 만들고
릴스를 찍고
팔로워가 조금씩 늘고
댓글로 매일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도 생기고...
나의 황금거위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유독 살갑게 굴던 인친 한분한테 메시지가 왔더랬지.
자기도 30년을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았는데 완치가 되었다며 반갑다며.
나의 귀는 또 호기심을 참지 못했어.
"어떻게 나으셨어요?"
"저는 약사거든요. 이것저것 먹어보다가 저한테 잘 맞는 유산균을 찾아서요."
"유산균 이름이 뭐예요?"
"근데.. 이 유산균이 좀 비싸서..."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비싸서 뭐! 또 버럭 한 거지.
결국... 맞아.
사버렸어.
무려 6개월치를.
그렇게 사야 좀 더 싸다고 하더라고.
효과는.
있겠어?
인별은.
닫았어.
온라인으로도 호구는 보이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