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공 과목 중에 최악의 학점을 안겨준 셰익스피어의 햄릿. 20대여서 그런가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미친척하는 햄릿도 싫고, 오필리어의 역할도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햄릿의 두페이지나 되는 대사를 외워서 쓰라는 기말고사때문에 정 떨어짐. 이번 그림을 보면서 햄릿을 다시 한번 휘릭 보았다.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햄릿의 우유부단함과 미친척이 너무 이해가 되어 안쓰러웠고, 오필리어는 이렇게 존재감이 없었나? 거의 죽을 때만 확연히 드러나네?
"개울가에 비스듬히 서서 서리처럼 흰잎이
거울 같은 수면에 비치는 버드나무가 있는 곳에
서.
오필리어는 미나리아재비 씌기풀, 들국화
그리고 자줏빛 난초로 엮에 만든
희한한 화환을 들고 거기에 나타났다는 거야
버릇없는 목동들은 상스러운 이름으로 부르지만
정숙한 처녀들은
죽은 사람의 손가락이라고 부르는 꽃도
엮에 만들었단다. 그 화환을 늘어진 버들가지에
걸려고 나무에 올라가던중에
심술굿은 나뭇가지가 꺾여 화환과 함께
오필리어는 흐느끼는 강물 속에 떨어졌다네
옷자락은 수면 위에서 활짝 퍼져
그 힘으로 잠시 인어처럼 떠 있었는데
그동안 그 애는 옛날 찬송가의 구절구절을
노래했다 하네
마치 자기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왕비의 대사와 그림을 같이 보니 영화 한편을 본 것 같다.
깊은 무의식으로 가라앉고 있는 이 아름다운 여인을 보며 살짝 미친 척 하고 살아야 정말로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스멀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