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님과의 여행

by 애라

내가 김박사님을 만난 건 중국에서 교환학생 할 때였다. 첫인상이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우리는 중국요리를 배우는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는 언니 동생으로 벌써 3년째 함께하고 있다.

지금 언니와 세 번째 여행을 왔다. 겨울의 중국 운남성, 여름의 제주도, 가을의 강원도. 같은 지역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는 우리는 대화 주제가 항상 그 방향으로 간다.

오늘 한 대화를 몇 가지 써보자면,

오늘 탄 기차/12시간동안 탄 버스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묵호역까지 2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탔다. 처음엔 오랜만에 기차라 신났지만, 점점 지루했다. 괜히 엉덩이를 들썩들썩. 그러다가 중국 고속열차가 더 빠르지 않냐를 시작으로 북경에서 우한까지 침대 기차 탔었을 때 이야기, 운남에서 청두까지 버스로 12시간을 이동했던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교통수단과 관련된 주제로 시간을 보냈다. 이동수단과 관련된 일화의 끝맺음은 항상 고생한 건 다 미화되더라. 였다. 심지어 12시간 버스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토를 해서 힘들었는데도, 2년 내내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맛없었던 밥 / 감자만두 최고


점심으로 장칼국수를 먹었는데, 우리 스타일이 아니었다. 둘 다 음식이 단 거는 싫어하는 편이다. 먹고 나서 제주도에서 먹은 국밥 스토리를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4일 있었는데 국밥을 4번 먹은 이야기... 그리고는 운남 리탕에서 먹은 말도 안 되게 맛없었던 밥 이야기가 나왔다. 정말이지, 맛이 그저 그래도 잘 먹는 편인데, 다들 먹다 내려놓았을 정도의 맛이었다. 그걸 먹고 봉고차로 꼬부랑길을 가야 해서 멀미를 했던 그런,, 최악의 음식 이야기. 그 끔찍했던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리탕에서 먹은 감자만두를 그리워했다.

해파랑길 34코스를 걷는데, 중간중간 폐건물이 많았다. 괜히 저기에 뭐 차리고 싶냐며, 서로 말하다가 등대모양 마카롱, 생선 튀김 올라간 피자를 만들겠다고 했다. 갑자기 중국에서 언니의 단골 마라탕 집과 생선찜은 왜 한국에 없을까 하면서 우리가 차리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대화가 끊겼다. 하루에 20km 걷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시내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저녁도 실패했다. 진짜, 점심 장칼국수보다 맛이 없었다. 갑자기 숙연해진 분위기에 둘 다 조용하다가 그래도 오늘 코스 중에 망상해변이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했다. 오늘 좋은 거 하나 있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서로를 위로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저녁은 안 먹은 거니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행을 하다 가끔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우린 좋은 일 하나에 나쁜 일 하나는 정상이라며 웃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 킹들이다. 언니와의 여행은 항상 즉흥적이다. 그리고 중국 생활을 많이 떠올리게 해 준다. 가끔은 너무 과거에 사는 건 아닌가 둘 다 고민하다가도 끊임없이 나오는 추억 이야기에 감사해한다. 남은 3일도 추억으로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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